기억과 윤회
기억과 윤회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6.05.02 09:59
  • 댓글 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98. 데자뷰(기시감)와 자메뷰(미시감)

- 기억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죽는 것과 동일하다
 
- 기억은 과거·현재·미래를 이어주는 접착제이다
  기억이 없어지면 삼세는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 치매에 걸린 도인을 보는 것은 최고의 충격이다
 
- 그때 도인의 참나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을까?
  십자가 위에서 처형을 당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깔깔 웃던 예수의 참나처럼
  3차원을 초월한 심계에서 치매에 걸린 자기를 바라보며 껄껄 웃고 있을까?

당신 회사 회장이 평사원인 당신에게 제안을 한다. "여보게, 김 대리(과장 부장). 회사사정이 너무 어려워. 올해 한 해만 오지에서 무보수로 근무를 해줘. 대신 그 보답으로 내년 1월 1일에 사장으로 벼락승진시켜 줄께. 단 그때는, 올해 말까지의 모든 기억을 상실할거야. 어때, 내 말대로 할 거지?"
당신은 회장의 제안을 수락할 것인가? 아마 아무도 수락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곰곰이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이해가 안 간다면 다른 예를 하나 들겠다.

지긋지긋하게 가난한 혹은 부에 대한 중증 욕구불만에 걸린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복을 받아 내년부터 20년간 벼락부자가 되어 잘살 것이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하라"고 하면 그 사람 말을 따를 것인가? ‘어차피 희망 없는 인생, 에라 모르겠다, 따라보자‘고요?

하지만, 그 20년 동안에는 20년 전 과거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그 20년 후에는 그 시점 이전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도 그 사람의 제안을 따를 것인가?

윤회가 정확히 이런 일이다. 전생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73억 지구인구 중에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몇 있지만, 기억폭이 몇 생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기억내용에도 신빙성이 없다.) 설사 내세에 좋은 곳에 태어나도, 또 부자나 권력자나 미남미녀로 태어나도 전생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려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꿈속에서 부자가 되어 사는 것과 뭐가 다를까? 사실은 이보다 못할 것이다. 꿈은 기억이라도 하지만, 이 경우는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를 기억을 하지 못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 하루라도 희생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뼈 빠지게 일하면 내일 소원이 이루어지지만, 내일은 오늘까지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모래는 내일까지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면, 누가 오늘 뼈 빠지게 일을 할까?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그저께 뼈 빠지게 일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어제 일은 전혀 기억이 없다. 보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받은 기억이 없다.

윤회론을 믿는 게 정확히 이런 일이다. 현생을 기억하지 못할 내생을 위해서 그리고 내후생(來後生)에 기억하지 못할 내생을 위해서, 금생에 몸과 마음과 시간을 바쳐가며 ‘종교가 하라는 대로 하며 사는’ 사람들은 정확히 이런 사람들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있는데, 개똥밭에 굴러도 ‘기억이 있는’ 삶이 ‘기억이 없는’ 삶보다 나을 것이다. 아무리 내생에 금은보석 궁전에 살아도 그때 금생을 기억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사실상 그때 당신은 사라진, 즉 죽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행복한 것은 먼 옛날 침팬지 시절에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사자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사자를 동물원에 가두어놓고 구경하는 지금이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사자를 볼 때마다 그 당시의 처참한 기억이 떠오르면, 온맘과 온몸이 공포와 통증으로 전율(戰慄)하며 몹시 불행할 것이다. 사자 떼에 밀려 뒤로 엎어진 하얀 배 위로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이 어리는 당신의 왕방울 눈에는 눈물만이 가득할 것이다. 이런 때는 소나기라도 내려야 하건만 무심한 하늘에는 마른 먼지만 날린다.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장면이 떠오르면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가짜 기억이 없는 것은 축복이다.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축복이다. ‘정말 그런 일들이 무수히 일어났는데 단지 당신이 기억을 못할 뿐이라고’ 기억에도 없는 일들을 들추며, 불행을 강요하는 자들에게는 단호히 저항하라. 자칫 잘못해서 그 말에 넘어가면, 행복한 당신이 갑자기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생에 사자에 뜯어 먹힌 적이 없는 당신이, 금생에 사자나 다름없는 자들에게 산 채로 뜯어 먹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가짜기억(deja vu)이 없는 것은 축복이다.

6도윤회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일이 안 일어나는 것은 미스터리한 일이다. 다음은 어느 대수행자의 법문이다.

“지금 당신이 불행한 것은 먼 옛날 침팬지 시절에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사자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기억이 지금 생생하게 남아있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사자를 동물원에 가두어놓고 구경하는 지금이 어찌 불행할 수 있을까? 사자를 볼 때마다 180도로 뒤바뀐 처지에 희열이 솟아오를 것이다. 온맘과 온몸이 공포와 통증으로 전율(戰慄)하던 그 당시의 처참한 기억이 떠오르면, 지금 몹시 행복할 것이다. 괴롭히던 고질병을 잡은 느낌, 원수를 사로잡은 느낌일 것이다. 사자 떼에 밀려 뒤로 엎어진 하얀 배 위로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이 어리는 ‘눈물로 가득 찬’ 그 옛날 당신의 왕방울 눈이 생각나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눈물겨운 고난의 시절이 마침내 다한 느낌일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장면이 떠오르면 어찌 불행할 수 있을까? 일어난 일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축복이다.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났기에 축복이다. 진실로, 일어난 일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축복이다. 나는 이런 일들을 다 기억하기에, 사람으로 환생한 지금, 너무 행복하다. 보살 여러분들도 옛 기억을 회복하여 나처럼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참된 수행자들이 행복한 것은 전생의 기억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금생의 탐진치(貪瞋痴) 번뇌를 여의면 누구나 행복하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cetana@gmail.com]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불교가 여의도 국회인가? 2016-05-04 18:59:17
사회 철학과 학문도 다수결로 안할텐데....
진리 소통과 토론을 다수결?

궤변은 댁이 하는거 같은데....?

화엄 2016-05-04 16:42:51
진리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진리인 것이다.
아무도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에도
지구는 돌고 있었다.
한 사람이 그 사실을 발견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를 박해했지만
그로써 진리를 변케 할 수 없는 것이다.
진리는 다수결이나 소통에 의해 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깨우침에 의해 발견되는 것일 뿐이다.

어느나라 상식?/ 2016-05-04 14:29:53
아마 당신이 말하는 소통은 사회적 정치적 소통을 말하는 것 같소.
적당히 자기 입장을 양보하고 남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것 말이오.
자기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남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고 그 결과
어느 정도 양보하고 타협하는 소통말이요.

그런데
물리학 화학 수학적 등 자연과학적 진리를 추구하는 데
무슨 그런 식의 소통이 필요하오?

자기가 발견한 또는 세운 자연과학이론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틀렸다고 주장하면
거기 맞추어서 자기가 승복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주장을 수정해야 하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오?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렸지, 중간이 어디 있오?

불법도 그렇소.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렸지 소통을 해서 의견을 조정해야 하오?
이게 무슨 반상회요? 국회 원내총무회의요?

부처님도 그리하셨오?
외도들과 소통해서 외도들 이론이 틀렸다고 말하기 없기로 합의를 보셨오?

어느나라 상식? 2016-05-04 13:49:53
대단하오...

공뇌검 2016-05-04 13:04:39
http://cafe.daum.net/AdConversion

여기 놀러 오세요.
???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