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과 무연전사
용병과 무연전사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6.04.18 1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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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96.

사람들은 왜 용병(傭兵)이 될까. 목숨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다고 용병이 될까. 최전선에 서있다 돌격명령이 내려지면 십중팔구 죽음뿐이다. 그런데 왜 용병이 될까?

용병에게는 임금(돈), 약탈, 강간 등의 특권이 주어진다. 먼지 풀풀 날리는 흙집에서 앞산과 뒷산이나 쳐다보며 사느니, 용병으로 나가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을 푸는 게 낫다. 즉, 이리 사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고용한, 이라크전쟁 용병들을 보라. 왜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갔을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왜 여러 나라의 용병이 됐을까? ‘플라톤이 한탄했듯이 산이 많은 데다 토양까지 척박한’ 그리스에선 삶(욕망충족)의 희망이 없어 밖으로 나간 것이다. 그래서 흑해까지도 간 것이다.

사람들은 왜 탐욕에 빠질까? 먹고살 만한 사람들도 명예·목숨·건강을 무릅쓰고, 탐욕에 몸과 마음을 던진다. 그러다 정신적 죽음을 당한다. 짜릿하고 자극적인 쾌락을 찾아, 딱히 잘못되거나 사악한 점이 없는 일상, 그러나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서 용병이 (육체적인) 목숨을 내주고 물욕에 팔려가듯이, 사람들은 탐욕에 (정신적인) 목숨을 판다. 하나는 육체적인 목숨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인 목숨이다.

삼계(三界 탐욕·물질·환망공상)를 윤회하는 우리는 모두 용병이다. 어느 때는 몸을 팔고 어느 때는 마음을 팔아, 그때는 육체적으로 살해당하고 저때는 정신적으로 살해당했다. ‘이리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주장하다가, 정말로 살해당했다. 뒤에 남은 쾌락은 너저분한 모습으로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를 배회한다. 아직은 살해당하지 않은, “이리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주장하며 탐욕에 목숨을 건, 운 좋은(?) 사람들 사이를 바삐 돌아다닌다.

용병과 달리, 가족, 국가, 인류, 중생(생명)계를 위해서 의병(義兵)이 되어 이타적으로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다. 중생과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의병은 (이 무시무시한) 사람들로부터 중생들과 사람들을 지켜준다. 의병은 보수를 받지 않는다. 이런 무보수 전사, 즉 무연전사(無緣戰士)가 되자는 것이 대승사상이다. 무연전사는 타인(생명)들을 구하고 장렬하게 정체성의 세계에서 사라진다. 72명의 처녀가 기다리는 포도주와 꿀이 흐르는 천국으로 가는 게 아니다. 더 좋은 몸을 상으로 받아 어딘가에 다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생이 다하면 자신의 위대한 사상과 그 실천을 이 세상에 여기저기 파편으로 남기고 말없이 사라진다. 개체의 정체성에 전혀 집착하지 않기에, 의식마저 흔적으로 남기지 않는다. 소위 무여열반(無餘涅槃)이다.

세상이 아직 살 만하다면 이는 무연전사의 공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연전사는 산화(散華)하고, 무연전사는 무연전사를 기리는 중생의 마음으로 환생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무연전사는 없다. 한 분야라도 (완벽하게) 통달한 무연전사조차 없으며, 모든 분야에 (완벽하게) 통달한 무연전사는 더욱 없다. 자신이 완벽한 무연전사가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누구나 매순간 부족하나마 무연전사행을 해나갈 때 자기가 행복해지고, 모두가 행복해지고, 지구촌이 행복해진다. 이것이 대승의 6바라밀행(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과 4무량심(자·비·희·사)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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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 2016-04-20 19:14:38
용병이면서 의병행세를 하는 중들이
자신도 구제하지 못하면서
돈이 넘치는 절에서
온갖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천박한 자들이
스승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국민들의 평균 의식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들이
지도자 행세를 하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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