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왜 왕정인가
천국은 왜 왕정인가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6.01.18 12:34
  •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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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83.
불교에는 28개의 천국이 있다. 기껏해야 7개 정도인 기독교 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이다. 그런데 불교 천국은 모두 왕정이다. 민주정도 공화정도 아니고 왕정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왕들이 있다.

천국 중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지상의 수미산 중턱에 있는, 가장 복을 적게 쌓은 자가 가는 천국이 사천왕천이다. 절에 가면 처음 만나게 되는, 입구 근처의 사천왕문이라는 전각에, 칼을 들고 왕방울 같은 눈알을 부라리며 서있는 거대한 4명의 신들이 사천왕(四天王)이다.

이들은 사천왕천의 4대 왕들로서, 사천왕천 동서남북 네 곳의 왕들이다. 두 번째 하늘나라인, 부처님의 생모 마야 부인이 머물고 계신, 도리천의 왕은 제석천(Indra)인데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의하면 단군의 할아버지인 환인이 바로 제석천이다(桓因也 帝釋). 힌두교 신 제석천이 불교로 영입되었다가 다시 한민족 신화로 영입된 것이다. 신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구단 저 구단으로 팔려가는 프로운동선수이다. 이처럼 불교천국의 왕들은 인도신화의 신왕(神王 heavenly king, god king)들이다.

이런 신화가 만들어질 당시의 인도가 왕정이었기 때문에, 천국이 왕국으로 그려진 것이다. 현대인이 천국을 고안하면 민주정으로 만들 것이다. 천국의 지도자는 왕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수상이 될 것이다. 그럼 사천왕 사천왕천이 아니라, 사천수상 사천공화국 또는 사천대통령 사천민주공화국이 될 것이다. 천국의 정반대방향에 대칭적으로 존재하는, 지옥의 왕 염라대왕은 물론 염라검찰총장 또는 염라대법원장이 된다.

(도리천에는 33개의 성이 있다. 동서남북에 각각 8개의 성이 있고 가운데에 선견성이라는 성이 있는데 여기에 도리천의 왕 제석천이 산다. 수십 층 고층건물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천국이 발명될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 천국의 왕들은 종신직으로 보이며, 도리천 '제 몇 대 왕'이라는 개념이 없다. 불교에 의하면 과거는 무한히 길다. 그래서 첫 번째 제석천 왕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무한히 많은 제석천 왕이 있어서 제1대, 제2대, 제3대, ... , 제n대 왕으로 이름을 붙이는 게 불가능하다면, 음수를 이용하여 제-1대, 제-2대, 제-3대, ... , 제-n대 왕으로 이름을 붙이면 된다. 문제는 천국이 발명될 당시에 음수가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천국은, 좀 더 일반적으로 종교는 인간의 발명품이다. 개나 소나 닭이 천국을 발명하면 그곳에서는 개나 소나 닭 모습을 한 왕이 다스릴 것이고, 개미의 경우에는 보통개미의 수백 배 크기의 거대한 몸집을 한 여왕이 다스릴 것이다: 도솔천굴 내원굴에 깊숙히 자리잡고, 수많은 천(天)개미들의 시중을 받으며, 여왕개미신은 도솔천을 다스린다. 수천 년 전 옛날에는 아는 게 왕정뿐이었으니 동서양 할 것 없이 다들 천국을 왕정으로 만든 것이다.

기독교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는 아예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지휘하는 군사령관이자 왕이다. 예수가 사탄을 물리치고 만들 ‘멋진 신세계’는 왕국이다. 예수라는 신이 스스로 왕이 되어 다스리는 신의 왕국(kingdom of god)이다. 기독교가 탄생할 당시 전(全)세계는 왕정이었다. 그게 반영된 것이다. 유대에는 헤롯 왕이 로마에는 네로 황제가 있었다.

인구의 대부분이 무지렁이 농부였던 시대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정치체제인' 민주주의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지금은 방송 인쇄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은 거의 다 개방되어 있다. 인간이 점점 더 평등해지고 있다. 그래서 왕정과 왕정으로 복귀는 더욱 불가능하다. 그런데 종교인들은, 신왕(神王)이 다스리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왕정으로의 복귀를 부르짖는다. 물론 죽은 다음, 즉 사후세계의 일이니 살아있는 사람들이 '그게 말이 되냐고' 시비 걸 필요도 없을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개명천지(開明天地)에 그걸 믿는 사람들이 있다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국가에 살던 사람이 생전에 착한 일을 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왕정인 천국으로 강제 이주 당한다. 천국입구에서 재교육을 받는다: "이곳 천국에서는 절대로 민주주의 운동을 하면 안 됩니다. 특히 ‘제석천 왕을 몰아내고 천국의 지도자를 투표로 뽑자’고 하면 안 됩니다. 그러다가는 벼락을 맞아 죽는 수가 있읍니다. 제석천 인드라는 원래 번개의 신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조용히 쌓은 복을 즐기며 살면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수천 년 전 정치체제인 왕정을 유일한 정치체제로 믿던 옛 사람들이 만들어낸 (왕국인) 천국을 지금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럴 양이면 아예 새로 만드는 게 낫다. 민주공화정 체제의 천국을! 아니, 무정부 천국이 맞을지 모른다. 법 없이 살 정도로 착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 천국이라면, 천국에는 정부가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왕도 필요 없을 것이다.

'지극히 착한 사람들이 사는 천국에 왕이 필요하다'는 발상은 진정 불가사의한 사고이다.
이런 관찰로부터 나오는 필연적인 결론은, 천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환망공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천국이 무너지면 통속적인 6도윤회도 무너진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군가의 선심으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은 복으로 천국에 갈 수 있다면, 같은 논리로 바로 이 세상을 '우리의 땀과 노력이라는 복'으로 천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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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2016-01-30 09:27:15
반절은 항상 밤중을 사는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고요?

문자를 읽을 줄 모르는 것,
사유를 누릴 줄도 모르는 것,
바로 그것이 부처님이 알려 주신 길을 찾지 못하고
진흙탕 속의 막다른 골목길에 갇혀 헤매는 이유 아닐까요?

주접질 고수 2016-01-25 08:20:03
~~~주접질한번 꾸준구나!!!!

고놈 참~~~~~

엥간히 하그라~~~

반야 2016-01-24 18:58:46
장님에게 빛을 무슨 수로 증명을 하지?
거기다 장님이 문자를 진리라고 믿는 자라면?

헛소리들 2016-01-24 16:21:00
자칭 초기불자란 자들이 유식이 불교가 아니라하는데 아비달마를 공부했다면 이런 헛소리가 안 나오지.
이놈들아~
아비달마 공부 좀 하거라.
아비달마와 유식을 비교도 해보고...
말만 초기불자냐?

미개와 무지 2016-01-24 14:02:59
과거 2천년은 미개와 무지의 세월입니다?......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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