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지옥과 윤회
망각과 지옥과 윤회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6.01.04 11:27
  • 댓글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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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81.

밤마다 악몽을 꾸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시리즈로 꾸었다. 오늘의 악몽은 어제의 악몽의 속편이었고 내일의 악몽의 전편이었다. 날이 갈수록 악몽은 심해졌다. 태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이 사람이 꾼 꿈은 수십 년간 상영되는 초장편 심야 막장 일일연속극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잠에서 깨면 까마득히 악몽을 잊어버렸다. 단 한 편의 악몽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낮에는 활기가 넘쳤고 그러다 도가 지나치면 함부로 행동하고 나쁜 짓도 곧잘 했다.

이 사람에게 '오늘 낮에 잘 살지 않으면 밤에 악몽을 꿀 거라는' 충고가 효력이 있을까? 자기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악몽이 무슨 효력이 있을까?

윤회가 이렇다. 나쁜 짓을 하고 다음생에 지옥에 가더라도 그다음 생에, 지옥에서의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범죄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은, 감옥에서의 고통스런 기억이 출소 후의 추가 범죄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감옥에 간 사실 자체가 출소하는 순간 범죄자의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진다면, 그런 억제기능은 사라질 것이다.

악몽을 잊듯이 지옥전생을 잊으면 다음 생에 다시 나쁜 짓을 하기 쉬울 것이다.

스탈린, 히틀러, 폴 포트, 김일성 등 수천만 명에서 수백만 명을 살해한 나쁜 놈들은 설사 지옥에 갔어도 다음 생에 또 나쁜 짓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옥에서의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옥생활을 기억하지 못하는 흉악범이 출소 후 재범을 저지르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게다가 폴 포트는 윤회를 믿는 불교국가 캄보디아 인이다. 망각의 위력이다.

지금 지구상에, 전생을 기억하는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금생에 겪은 재난으로 인한 플래시백(flashback)으로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존재해도, 전생에 지옥에서 겪은 야만적인 고문에 대한 플래시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지옥인성(地獄因性) 플래시백’이라는 심리학 전문용어가 생겨날 만하지만, 전혀 그런 일은 없다.)

이들이 현생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이들이 ‘전전생(前前生)에 악행을 저지르고 그 벌로 전생에 지옥에 갔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악인이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이런 일은 앞으로도 끝없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지구상의 범죄는 끝없이 증가할 것이다. 재소자들이 출소할 때 (첨단기술로) 모든 감옥생활의 기억을 말소해 주면, 이들이 처벌의 고통을 잊고 재범을 하여 범죄율이 증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와 세계적인 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연구에 의하면, 크로마뇽인 이래로 인류의 인구대비 살인비율은 지속적으로 크게 감소하여 왔다. 수십 분의 일로 줄었다. 이것은 지옥이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완벽한 처벌이 완벽한 망각과 짝으로 주어지면, 더 이상 완벽한 처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생에 쌓인 업’이 ‘전생에 대한 기억’과 함께 주어지지 않으면, 업은 정화·억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전생의 업(業 karma)이라는 개념은 고대 인도인의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망각이라는 현상은 업의 효능을 무력화시키고 업에 기초한 윤회론을 허물어뜨린다. 지옥은 교도소나 교화소가 아니라 그냥 처벌만 하는 곳이기에, 처벌받은 기억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이런 모순점을 발견한, 대승불교도들이 지장보살을 발명했을 수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근무하며 지옥중생을 교화한다. 어차피 지옥재소자들이 지옥살이를 기억 못해 출소 후 재범(再犯)이 일어날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즉 그들이 지옥에 머물 때 교화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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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9 17:49:48
조견오온개공


비구들이여, 수행자여
열심히 정진하여
이와같은 다섯가지
존재의 다발을 관찰하라

2016-01-09 17:46:06
.....

세존께서는 이처럼 말씀하셨다.
이처럼 말씀을 마치시고 스승이신 선서께서는 게송으로 다시 설하셨다.

"물질은 갠지스 강의 물거품과 같고
느낌은 빗물의 거품과 같고
지각은 늦여름 한낮의 아지랑이와 같으며
형성은 줄기가 텅빈 야자나무와 같고
의식은 요술사의 화려한 요술과 같다고
태양의 후예가 밝혔도다.

그 근본을 자세히 살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이치에 맞게 탐구하면
모두가 비어있고
공허한 것임을 알게 되리라.

몸을 비롯한 모든 것이 그러하니
광대한 통찰의 지혜를 지닌 님은
이렇게 가르친다네.
세 가지 현상을 떠나
물질을 버려진 것으로 관찰하라.

목숨과 온기와 의식이 몸을 떠나면
몸은 버려진 채 무정하게
다른 이의 먹이가 되리라.

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름이며
환상이고 요술이어서
어리석은 자를 현혹시키고
서로를 파괴하는 살해자라 불리니
거기에 실체란 없다네.

비구들이여, 수행자여
열심히 정진하여
이와같은 다섯가지
존재의 다발을 관찰하라.

날마다 밤과 낮을 가리지 말고
바르게 알고 알아차림을 확립하라.
모든 결박을 끊어 버리고
자기 자신을 의지처로 삼으라.

불멸의 길을 향하여
머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간절히 수행하라."

2016-01-09 17:36:18
▒ 쌍윳따니까야 '물거품에 대한 비유의 경' (Phenapinupama sutta)

이와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아욧자에서 갠지스강의 언덕에 머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 하고 제자들을 부르셨고
제자들은 "세존이시여" 하고 대답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 갠지스강이 커다란 물거품을 일으키는데
눈 있는 자가 그것을 보고 고요히 관찰하여 이치에 맞게 탐구한다고 하자.
그가 갠지스강의 물거품에 대해 고요히 관찰하여 이치에 맞게 탐구하면
물거품이 비어있음을 발견하고, 공허함을 발견하고, 실체가 없음을 발견하리라.
강물의 물거품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

비구들이여, 이처럼 어떠한 물질이 과거에 속하든 미래에 속하든 현재에 속하든
또는 내적인 것이든 외적인 것이든, 거칠거나 미세하거나
저열하거나 탁월하거나,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수행자가 그 물질을 보고 고요히 관찰하여 이치에 맞게 탐구하면
물질이 비어있음을 발견하고, 공허함을 발견하고, 실체가 없음을 발견하리라.
물질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

또한 비구들이여, 가을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 빗물에 거품이 생겨나고 사라지는데
눈 있는 자가 그것을 보고 고요히 관찰하여 이치에 맞게 탐구한다고 하자.
그가 빗물의 거품에 대해 고요히 관찰하여 이치에 맞게 탐구하면
거품이 비어있음을 발견하고, 공허함을 발견하고, 실체가 없음을 발견하리라.
빗물의 거품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

비구들이여, 이처럼 어떠한 느낌이 과거에 속하든 미래에 속하든 현재에 속하든
또는 내적인 것이든 외적인 것이든, 거칠거나 미세하거나
저열하거나 탁월하거나,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수행자가 그 느낌을 보고 고요히 관찰하여 이치에 맞게 탐구하면
느낌이 비어있음을 발견하고, 공허함을 발견하고, 실체가 없음을 발견하리라.
느낌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

2016-01-09 10:50:48
dukkha(무상, 고, 무아) 의 소멸(nirodha)로 인도하는 '공, 무원, 무상'중 하나를 <대상>으로

삼매(=해탈)에 드는 '공삼매(= 공해탈), 무원삼매(= 무원해탈), 무상삼매(= 무상해탈)'다.







① 공삼매(= 공해탈) : dukkha(무상, 고, 무아)중 '무아'를 통찰하여, 공(텅 비어있음)을 알게되는


'위빳사나(아비담마) 팔정도 수행'이 정점에 도달하면,




공(텅 비어있음)을 <대상>으로 삼매(=해탈)에 드는 것을 의미하며,




< 5 지 환멸연기 >중에서 '집착의 소멸(열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적으로 설하셨습니다.




② 무원삼매(= 무원해탈) : dukkha(무상, 고, 무아)중 '고'를 통찰하여, '원함없음(무원)'을 알게되는

'위빳사나(아비담마) 팔정도 수행'이 정점에 도달하면,




'원함없음(무원)'을 <대상>으로 삼매(=해탈)에 드는 것을 의미하며,




< 5 지 환멸연기 >중에서 '욕망(= 갈애)의 소멸(열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적으로 설하셨습니다.

... 2016-01-08 19:03:55
외도라고 부끄러워 하지 말라니까... 괜찮아, 다 이해해... 나도 전에는 외도였다구!

-- 내가 외도가 아닌데 왜 부끄러워하나? 금강경을 외도라고 몰아붙이는 연꽃파가 부끄러워해야지.

분별설
~ 이 단어는 좀 마음에 안 들어 ~
하도 대승에서 오염시켜 놓은 단어라서…

-- 좋아하지 마.

애매-모호의 밧줄 타기가 장기인
금강경의 중국 한자들은 좀 그렇지 않니? 불친절의 극치 아냐?

-- 그래서?

그리고서는 Vikalpa-법상의 해체에만 머물러서
~ 이게 다야! ~ 하고 뻗대면 도대체 뭐하자는 것일까?

-- 니가 뭐하자는 거니? 니가 왜 우리 일에 끼어들어? 우리가 괜찮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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