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각소현발
허공각소현발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5.03.30 09:49
  • 댓글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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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42.

한 교리라는 환망공상을 가까스로 벗어난 사람에게
다른 교리라는 새로운 환망공상은 멋진 신세계로부터 온 계시로 보인다

<원각경>에 무변허공각소현발(無邊虛空覺所顯發)이라는 말이 있다. 가없는 허공은, 깨달음의 바탕인 마음이 나타낸 것이라는 말이다. 즉 허공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뜻이다. 결코 그 반대가, 즉 마음은 허공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반야심경> 가르침에 따르면 식즉시공 공즉시식, 또는 심즉시공 공즉시심이다. 識卽是空 空卽是識, 心卽是空 空卽是心.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독자들은 아시는가?)

각성스님과 혜국스님 등 한국의 대강백(大講伯)들과 대선사(大禪師)들은 입을 모아 그리 주장한다. 만약 이분들의 주장이 맞다면, 아직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빅뱅 이전에는 우주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라도 마음은 존재했어야 한다. 마음이 우주를 만드는 법이니까. 절대로 그 반대가 아니다. 우주가 먼저 생기고, 거기에 마음이 나타난 것이 아니다. 현대 진화론에 위배되는 주장이다.

(이 진영의 선봉장인 진제 종정스님은 진화론을 정면으로 부인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끝이 없는 과거부터 인간은 인간모습으로, 개는 개모습으로, 고래는 고래모습으로 존재했다. 그래서 그가 우주는 항상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의 주장은, 반(反)진화론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서, 기독교 근본주의적인 창조론에 가깝다. 사실 그는 결코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인간과 공룡이 동시에 존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자그마치 1.5억년 동안을! 미국 인기 만화영화 주인공인, 석기시대 원시인 플린트스톤도 아니고, 원!)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전지전능하고 정결한, 무한한 마음이, 허공을 만들고 우주를 만들어, 거기에 거품처럼 일어난 유한한 (마마균 같은) 단세포생물 속으로 구겨져 들어간 것이다.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순수 사념의 세계인 수학에 의하면, 무한히 긴 끈이 통째로 한 알의 겨자씨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는 우주아(宇宙我) ‘브라흐마’와 개별아(個別我) ‘아트만’을 논하는 힌두교 범아일여 사상이다. 브라흐마는 우주창조 이전부터 존재하는 만유의 근원이다. 브라흐마는, 우주는 주기적으로 무수히 생성·소멸을 거듭할지라도, 결코 생겨나지도 않았고 소멸하지도 않을 불생불멸의 실체이다. 우주 어디에나, 즉 에이즈균 풀 나무 기왓장 돌멩이 등 모든 것(곳)에 어김없이 그리고 남김없이 깃들어, 모든 것(곳)에 아트만으로 현현하는 상주불변의 실체이다. 이와 같이 허공각소현발은 정확히 힌두교 유아사상이다. 아(我) 중의 아인 우주아(宇宙我)를 설하는, 유아론(有我論)의 정수이다.

(무생물에도 불성이 있다는 동북아시아 선불교의 ‘초목와석실유불성(草木瓦石悉有佛性) 사상’은 은유와 비유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의 뜻이다. 올해 해인사 방장후보였던 대선사 한암대원 스님이 돌멩이도 식(識 의식)이 있어 보고, 듣고, 고통을 느끼고, 생각하고, 의지를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니, 힌두교 범아일여적인 유아론이 한국대승불교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스님의 저서에 그리 쓰여 있다. 큰 돌을 부수면 돌이 가해자에게 복수를 한다고 했다. 스님이 돌의 자유의지를 언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 사람의 마음은 종교경전처럼 빛(明 지혜)과 어둠(無明 어리석음)으로 얼룩이 지지만, 그 경계선이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명과 무명이 마구 유기적으로 연기적으로 섞여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진화는 혁명이 아니라, 옛것을 차마 없애지 못하는, 하지만 필요 없고 뒤쳐진 부분에는 서서히 그러나 가차없이 복지를 끊는, 구성원인 개별세포가 아니라 군집생명인 세포집단의 보존을 최고목적으로 삼는, 보수우파이다. 그래서 인간의 몸과 마음은 용사혼잡(龍蛇混雜)하는 35억년짜리 오래된 창고(藏)이다.) 

이들은 허공각소현발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주장하지만, 치밀한 논증의 황제인 부처님이라면 그 근거를 제시하셨을 터인데, 이런 유의 주장에는 아무런 논증이 없다. 그냥 선언만 있을 뿐이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사모하는 불교인들은, 유신교인들이 창조신 하나님을 믿듯이, 허공을 창조하는 마음을 믿는다. (원각경이 위경이 아닐까 의심을 받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처님은, “식이 윤회한다”고 주장하고 다니는 사티비구를 꾸짖으셨다. 힌두교에 의하면 아트만이 우주를 유전한다. 아트만은 개로, 개에서 말로, 말에서 소로, 소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원숭이로, 원숭이에서 하늘나라사람으로, 하늘나라사람에서 개로 끝없이 유전한다. 몸은 죽어도 아트만은 죽지 않고 다른 몸으로 옮겨간다. 선사들의 표현으로는 몸뚱이를 바꾼다. 그들은 그 주체를 주인공이라 부른다. (몸은 가짜 나이고 마음이 진짜 나라는 의미에서 ‘참나’라고도 부른다. 물론 이때 마음은 정결한 마음이다.) 몸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주인공이다. 몸뚱이를 바꾸는 상주불변(常住不變)의 주체를 인정하니 정확히 유아론이다.

기술이 발달하면 아트만(주인공)은, 산 몸을 버리고 죽은 몸으로 들어가, 죽은 몸을 살려내 자기 몸으로 이용한다. 소위 차시환생(借屍還生)이다. 이런 유의 이야기들은 용과 금시조가, 기괴한 울음소리로 허공을 가득 채우고, 쫓고 쫓기며, 잔뜩 구름 낀 하늘을 초음속으로 거침없이 날아다니던 미개한 시절의 환망공상이라는 점에서 차시환생(此是幻生)이다.

이 아트만이, 윤회를 거듭하다가, 자유의지를 작동하여 차시환생술마저 버리고 윤회를 멈추면 힌두교 해탈이다.

참나는 힌두교인들이 불교에 잠입하여 퍼뜨린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들은 실로 ‘트로이의 목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불교가, 아트만 전사들로 뒤덮인 광활한 북인도 대륙을 연기론(緣起論) 적토마를 타고 달리며 무아론(無我論) 방천화극(方天畫戟)을 휘두르던 대웅살적(大雄殺賊 mahavira arahat) 부처님의 사후에, 오합지졸(烏合之卒) 유아론자들의 집요한 반격을 받아 멸망해 사라진 것을 보라. 잘못나간 대승불교는 특히 ‘참나 한국불교’는 좀비이다. 근본 사상인 무아론이 사라져 속은 비었는데 껍질만 움직여 다니는 좀비이다. 그 빈속을 아트만으로 채우면 좀비가 참나로 거짓환생한다.

 

 

 

 

▲ 어린 시절에 즐겨보던 만화영화 플린트스톤즈(Flintstones)의 영향으로 많은 미국인들은 인간이 공룡과 공존했다고 믿는다. 여기에 기독교 창조론이 가세하면 미국인들의 마음은 광신으로 불탄다. 플린트스톤즈는 석기시대인 플린트스톤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텔레비전 시트콤 만화영화로서 1960년에 방영을 시작해, 심슨가족(Simpsons)이 나올 때까지, 장장 30년간 부동의 최고인기 만화영화였다. 지금도 심슨가족에 이어 역사상 인기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쪽은 윈시시대 가족을 다른 한쪽은 현대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점이 묘하다. 그림 속의, 공룡의 등지느러미를 계단삼아 동굴로 올라가는, 인물이 플린트스톤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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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 2015-04-03 23:38:13
수행하는 이유는 탐진치를 소멸시켜 대자유인이 되기 위함이다.
의도를 관찰하는 이유는 의도가 원인이며 행위가 결과임을 아는 인과를 알기 위함이다.
의도는 정신작용 행위는 물질작용,명색의 작용이다.
무아인 명색을 나다 집착하는 집착심을 없애기 위함이지 로보트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백련 2015-04-03 20:03:15
자유의지를 전면부정하고 산송장을 아라한이라 칭하며 산송장이 되기 위해서 수행한다는 것은 정견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여여 2015-04-01 23:45:36
4. 시장에 갖다 파는 것이란 경의 품격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넓은 시야가 아쉽다. 극복되어야 할 것은 그런 논리가 아니다.
답] 지보님, 내가 너보다 연꽃님에게 더 많이 배웠다. 당연히 대중성은 극복되어야 한다. 대중성은 지보님 말과 달리 오히려 시야를 좁힌다. 더는 ‘극복되어야 할 논리’를 지보님과 말하고 싶지 않다. 시간 낭비다. 5. 마지막 첨언 한 사항이 아쉽다. 국민학교를 못 나와서 한국어의 맞춤법을 못 배워서 그렇다. 글을 쓰려면…….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명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맞춤법, 언어 조탁, 철학, 종교……. 체험의 종교라고 애초에 이야기하는 것이 의심스럽다. 결국 상품의 내용물보다는 상품지에 값어치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혜의 눈으로 보면 국민학교도 못 나온 자의 어설픈 맞춤법의 한글을 가지고도 뜻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답] 지보님, ‘지혜’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라. 맞춤법 타령도 하지 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하는 것도 어떤 하나의 시대적인 요청이 될 수 있으니까. 6. 운봉님께 아쉬운 점은, 윗글에서 구체적으로 ‘연꽃님의 글에 지적 사항이 하나도 없다’란 이야기다……. 결국은 엄청나게 긴 글을 읽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답] 지보님, 블로그에서 읽은 것까지 합쳐서 총 5번 읽었다. 깊게 헤아려 쓴 글이다.
그래도 지적 사항이 하나도 없는 것은(?) 좀 이상할 것이다. 그냥 내가 앎이 부족하고, 연꽃님을 사랑해서 그랬다고 쳐라……!
‘딜레당트’의 글에 이만큼 정성스러운 답글을 달아 주었으면 내 몫은 최소한 어느 정도 했다고 본다. 아주 어릴 때 내가 <딜레당트>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있다.

--- 그들은 문학의 약점을 캐서 자본주의의 저잣거리인 학교나 회사, 정당 따위에 곧 상납할 주구들이었다. 그들은 문학 외적인 의식에 집착하여 줄곧 포즈만 취하려고 발악을 했는지라 좀처럼 하한가는 치지 않았다. 80년대 그것은 어쩌면 유일한 도피처였는지도 모른다. 무늬만 좌파인 회색분자들의 소굴이었던 것이다. ---

지보님, 바쁘다. 댓글은 이것이 마지막이다. 다시 여기에 들르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여여 2015-04-01 19:28:48
지보님, 우선 내가 바쁘다. 소모전할 시간이 없다. 그냥 편하게 네가 많이 안다고 생각해라.

초등학교 나왔다고 해서 우리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유일하게 거론되는 우리나라 시인이 바로 초졸 학력이다. 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 내용이 형식을 이기면 야해지고, 형식이 내용을 이기면 부실해지니, 형식과 내용이 잘 어울린 연후에야 군자이니라.’라는 말도 있다.

어물전에서 경을 읽는 것보다는 숲 속에서 설법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이것이 어물전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란 뜻이다. 단지 너의 자격지심일 뿐이다.

1) 상품논리조차 극복 못하는 자들이 많다. 불교 사이트의 댓글을 봐라. 욕이나 비어가 태반이다. 이게 현실이다. 목사한테 부끄러울 지경이다.

답] 지보님, 너만 잘하면 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잘할 수 있다.
2) 고문법이라고 하니 조금 헷갈리나 보다.

답] 헷갈리지 않는다. 거의 유일하게(?) 문법서를 낸 분께 배우고 있다. 연꽃님도 매일 예경하는 선생이다. 다만, 깊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뿐이다.

비종교인 2015-04-01 00:46:47
바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옳다는 견해를 내는 것을 사견이라 한다.
성철스님의 오도송 뜻을 알고 싶으면 티벳사자의 서를 공부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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