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개혁이 절대 개혁 못되는 이유”
“94개혁이 절대 개혁 못되는 이유”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4.07.12 21: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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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스님, 개혁회의 제출 법원자료 분석 “사법부 판단 잘못”

1994년 4‧10 전국승려대회를 통해 이룬 ‘94개혁’이 부처님 법과 종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당시 적법성을 판단했던 사법부도 오류를 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4개혁 당시 종정비서실장 신분으로 치탈처분을 받은 덕산 스님(80)에 의해서다.

한일불교유학생교류회(상임공동대표 홍선 스님)는 12일 부산 범어사 설법전에서 ‘불교정화운동과 범어사’를 주제로 ‘불교정화 60주년 기념 제1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덕산 스님은 ‘4‧10승려대회 식순-기록의 분석과 사법부 판단’을 주제로 발제했다. 스님은 1994년 개혁회의 측이 종단사태 관련 소송에서 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22쪽 분량)를 분석했다.

불교교단사연구소 덕산 스님은 94년 개혁이 개혁 아닌 사태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들었다. ⓒ2014불교닷컴

“전례 없는데 전례 든 대법원 판단 잘못”

대법원은 1994년 개혁회의 총무원장(송월주) 직무정지 가처분 등 사건에서 “(4‧10승려대회는) 석가모니 부처 재세시부터 내려오는 고유의 의견수렴 방식으로… 그 대회 결정은 초종헌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해 온 전통(전례)에 따라 법통성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같은 사건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해방 후 최초 승려대회는 비구‧대처간 분쟁 당시 개최된 비구승대회 등 수차례 승려대회를 그 본보기로 들어 전례로 삼았다.

덕산 스님은 “1998년 2월 대법원 판결 직후, 송월주 총무원장 등이 판결 관련 담화문에 ‘석가모니 재세시부터’라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승려대회가 ‘석가모니 재세시부터’가 아니라는 사실과 전통으로 정당화하는 개혁회의 측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승가 고유 회의법인 갈마법에 연원하는 산중공사‧대중공사에 대해 ‘중 공사 목 벨 공사 없다’는 전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화합으로 종결해 온 전통에 따라 전례의 승려대회 등은 4‧10 승려대회의 전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비상사태는 개혁회의 측 정당화 위한 것”

대법원은 “피고 종단에서는 통장의 절차에 의해 해결할 수 없는 비상사태…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해 비상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그 대회에서의 결정은 초종헌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돼 온 전통이라는 판단이다”라고 판시했다.

스님은 “비상사태는 범종추와 개혁회의 측이 조성했다. 이는 자신들의 위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종정비서실장, 원로회의 사무처장인 나를 두 차례나 불법 납치‧감금해 종정과 원로회의 의장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종정 불신임 결의를 발표해 종정을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승려대회라면 공개‧다수 합의 있었어야”

서울고등법원이 판결문에서 4‧10승려대회 전례로 든 승려대회는 해방 이후 비구 대처간 분쟁 당시 조계사 비구승려대회, 1983년 9월 조계사 전국승려대회, 1984년 8월 해인사 전국승려대표자대회, 1986년 9월 해인사 승려대회이다.

스님은 “종단 내 분쟁과 무관한 1986년 9월 7일 승려대회는 차치하고, 나머지 세 차례 승려대회는 ▷상대방 측과 공개 합의 과정과 절대다수 합의 ▷종정의 여법한 교시 내지 입장표명과 적법한 원로회의 결의에 따라 개최된 승려대회였다”고 전제하고 “이들 승려대회는 승가의 고유한 회의법인 갈마법에 합치한다.”고 했다.

이어 “4‧10 승려대회는 상대방인 당시 집행부와 공개 합의과정도 없었고 종정의 집회금지 교시를 거역하고 불신임까지 했으며, 적법한 원로회의 결의도 없었고, 1984. 8. 1 해인사 승려대회에 의해 가능한 원상을 회복 집행부(오록원 원장, 밀운 부원장)와 같이 화합조치를 취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스님은 나아가 “4‧10승려대회는 종단 화합법과 종단 내 쟁사해결법(칠멸쟁법 등)을 위반하고 집단적 실력행사를 통해 종헌기관인 총무원 청사를 점령했다. 이는 승니법 제45조(치탈사유) 등 위반으로 종단에서 영구추방 될 만한 중죄”라고 했다.

“원로회의 종정 불신임 없었다”

4‧10승려대회는 당시 혜암 원로회의 부의장 제안에 따른 대중결의로 진행됐다.

덕산 스님은 “승려대회장인 혜암 스님은 운집한 대중에게 서암 종정에 대한 원로회의의 촉구결의와 불신임 결의 동의 등을 제안해 대중으로부터 박수로 동의를 받았다”며 “당시 원로회의에서는 서암 종정에 대한 촉구결의만 있었지, 종정 불신임 결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스님은 “4‧10 칠보사 원로회의 결의대로라면 ‘ 원로회의가 제안하는 종정 불신임 결의에 동의합니까?’라고 물었어야 했지만 혜암 대회장은 ‘원로회의 종정 불신임 결의에 동의하십니까?’라고 잘못 물었다”고 했다.

스님은 “종정의 여법한 교시를 불신임한 것은 곧 부처님을 불신임한 것”이라며 “조계종의 신성상징과 종통승계의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 자로서 여법한 교시를 내린 종정에 대한 불신임은 불조를 비롯해 종단의 신성과 종통에 대한 부정·불신이라는 점에서 용서 받을 수 없는 중죄를 범한 것”이라고 했다.

한일불교유학생교류회가 12일 부산 범어사에서 개최한 행사에는 조계종 원로 등 500여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2014불교닷컴

식순으로 본 4‧10승려대회 문제점

4‧10승려대회 식순-기록을 보면 ▷서옹 스님 법어 ▷혜암 대회장 대회사 ▷실천승가회 대표 청화 스님 경과보고 ▷개혁회의 상임위원장 탄성 스님 인사말 ▷종단 각 단체 입장(선원대표‧전국승가대학 학인연합회 대표‧중앙승가대학 대표) ▷서의현 총무원장 퇴진을 위한 연설(명진 스님) ▷혜암 대회장 제안에 따른 대중결의 ▷도법 스님의 종단개혁 구성과 활동내용 발표 ▷W 스님의 종단개혁선언문 낭독 ▷설조 스님의 2천만불교도와 국민에게 드리는 글 ▷비구니스님의 발원문 낭독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몇 가지를 적시했다.

“서옹 스님 법어…상호존중‧조화 강조”

덕산 스님은 “서옹 스님의 법어 요지는 불법은 인간 본성과 근원을 깨달아 인간고를 해결하는 가르침이고, 정복하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존중 상호조화를 이뤄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같은 불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종단개혁이 성취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스님은 “서옹 스님이 법석에 등단한 것은 94년 종단사태를 주도한 혜암 부의장 등과 함께 백양사 출신 승려였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혜암 대회장…파화합‧비법 저질러”

덕산 스님이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혜암 스님은 대회사에서 “①우리가 받는 고난의 업보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겠다는 대비원력 구법정신이 흐려진 까닭이며, 계율을 바탕으로 하는 청정한 승가상이 무너진 때문이다. ②불법을 믿고 따르는 수행자가 탐욕과 이기심의 노예가 돼 불법을 훼손하고 있다 ③화합으로 꾸려져야 할 교단의 법과 제도가 세속적인 권력과 명예, 물욕에 눈먼 사람들에 의해 독선적‧변칙적으로 운영돼 불교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덕산 스님은 “원로회의 부의장이던 혜암 대회장은 ▷원로회의 의장을 겸한 서암 종정 재가는커녕 연락도 없이 두 차례나 원로회의를 소집했고 ▷자신이 요청한 원로‧중진수습대책회의를 이유 없이 취소 통보하고 불참했으며, ▷여법화합의 갈마 원칙에 반하는 4‧10승려대회를 개최하는 등 대회사와는 상반된 행동을 했다”고 했다.

이어 “경과보고를 한 청화 스님은 1994. 4. 9.자 원로 중진회의를 총무원에서 소집했다고 사실과 단리 보고하고, 개혁종단 출범 후 초심호계위원장으로 원로‧중진승려 등 143명의 승려를 징계처분한 승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법 스님…월자문도 등에 업고 등단”

덕산 스님은 “도법 스님이 승려대회에 등단해 종단개혁 청사진 등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94년 종단사태를 주도한 월자문도라는 큰 배경과 선우도량 등 주변인사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이날 이후 도법 스님은 자신이 주도한 선우도량의 서원‧실천덕목 등과는 전혀 다른 여러 행보를 통해서 조계종단과 한국불교의 불행한 앞날을 예고했다”고 주장했다.

“W 스님…종단개혁선언서 폭력 정당화”

덕산 스님은 “W 스님이 낭독한 것으로 알려진 종단개혁선언문에서 언급한 ‘반야의 검’과 ‘금강역사의 힘’은 투쟁과 쟁취를 위한 폭력을 의미한다.”고 했다.

스님은 “개혁세력은 폭력시위와 4‧10승려대회와 같은 비법불화 갈마로 종단을 장악하고, 불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인적청산을 개혁의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정했다”고 했다.


“비구니 발원문…절복을 폭력수단 근거로”

덕산 스님은 “비구니스님이 낭독한 발원문에서는 ‘파사현정’ ‘섭수’ 절복‘ ’정법구현‘ 등이 등장한다”며 “파사현정은 상대방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침륜에서 구해 끌어올리는 것이다. 절복은 자비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 폭력수단의 근거가 아니다”라고 했다.

스님은 “비구니 결의문 낭독이 끝나고 혜암 대회장은 ‘총무원 청사 접수 결의를 전국승려대회 동참대중은 동의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중은 ‘예’하고 박수친 후, 청사접수에 돌입했다”며 “이날 총무원 청사 접수 공방은 중세 부족사회의 요새 점령전투를 연상케 했다”고 했다.

“불교계 원칙 무너지고 있다”

논평을 맡은 이자랑 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는 “율장 등 경전을 근거로 살펴보면 4‧10승려대회는 여러 가지로 비불교적으로 열린 것이 맞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당시 서의현 스님의 3선 저지라는 명분이 있었다고 해도 4‧10승려대회는 승가 전통문제해결 방식이 아니었다. 당시 멸쟁법의 기본 원칙이 지켜졌다면 좀 더 불교적인 모습으로 진정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종단개혁선언문’을 비롯해 4‧10승려대회 당시 각 대표가 읽은 문건 내용은 지나치게 세속적‧추상적이었다. 불교 용어는 등장하더라도 당시 운동권 용어와 섞여 사용되면서 낭독문의 정체성 자체가 의심스러울 내용”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최근 원칙을 바꾸려는 사람들에 의해 불교계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원칙이 바뀌면 정체성은 상실되고 변질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cetana@gmail.com]

*불교닷컴은 덕산 스님의 발제에 대한 반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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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진인 2014-07-14 16:41:58
무엇이 정통이란 말인가? 3선개헌하여 총무원장 한번 더하려고 한 비민주적 폭거는 정통인가? 정통이란 불교적 가치에 입각하여 만들어 가고 세워가는 것이다. 과거에 이런이런 일들이 있었고, 거기에 근거하여 무엇인가를 하는 것만이 정통이 아니다. 다수의 대중이 옳다고 인정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새롭게 만들어간다면 그것이 또한 정통이 되는 것이다. 옳지 못한 일을 해놓고 그것에 대한 반성없이 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다 이제와서 정통 운운하하는 것은 독재의 그늘에서 꿀단지를 따먹으며 안주하던 자들의 비겁한 변명이다. 94년에서 정통을 따지려거든 서의현의 3선개헌이 먼저 적법하고 정통이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zz 2014-07-13 22:22:38
불교 만세!!!!!!!!!!!!!!!!

불자 2014-07-13 22:01:29
참 이상하네요~? 그때 그시절 바로 잡아 잘못된 것을 잡았으면 불교집안이 요모양세는 안되었을 텐데... 모름쇠 ..입다물고 있다가 중추적 역활을 하셨던 반론제기할 어른스님들 사바세계 하직후 문제점을 들추어 내 놓으면 ..지금 어찌하란 말인가요?..불교는 일 처리법이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 본래면목 ... 삼세를 내다보는 신통방통 ...근데 일처리는
사후 약방문 식이니... 우리 ... 삼계도사 사생자부인 불교집안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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