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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문화재? 근데 석굴암 전문 연구소도 없어”
정우택 교수 “여태 석굴암 본존불 존명도 명확히 몰라”
2013년 11월 09일 (토) 16:12:53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석굴암은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조형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그에 관한 역사기록은 엉성한 편이며, 연구 성과 역시 명성에 비해 많지 않다. 조각양식에 관한 연구는 불과 몇 편에 지나지 않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또 합의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중진 미술사학자 정우택 교수(동국대)는 9일 동국대에서 ‘결집 한국불교학 40년, 그 연구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불교학회 창립 4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 정우택 교수는 일본에 있던 비단에 금가루로 그려진 고려불화를 동국대 박물관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서 첫 전시케 했다. (사진=동아일보 캡춰)

정 교수는 ‘불교미술사, 그 성과와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석굴암 본존불 존명에 대한 이견을 중심으로 석굴암 연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고고미술사학계의 기틀을 다진 故 황수영 명예교수(동국대)와 故 김원룡 명예교수(서울대)는 석굴암 본존불을 각각 “비단 우리만의 다행이 아니라, 진실로 종교예술의 정화로서 서양의 그것들과 더불어 세계의 걸작”, “본존불은 팽창하는 괴량감으로 당당한 기념물성을 과시하면서 완벽한 신체비율, 비불비인의 표정, 석면에 흐르는 생명력을 통해 불타의 신비와 자애로 보는 이를 감싸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석굴암에 대한 미적 극찬과 별도로 존명에 대해서는 명확한 문헌기록이 없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본인들은 1912년 <석굴암 조사복명서> 등에서 석굴암 본존불을 ‘석가여래’라고 봤다.

故 황수영 명예교수는 “석굴암은 김씨 왕족을 위한 원당(願堂)이었다”며 <수광전(壽光殿)>이라 쓴 편액을 근거로 아미타여래라고 주장했다. 홍윤식 교수(동국대)도 “화엄교학은 신앙실천적인 면에서 아미타 정토왕생을 권하고 있다. 아미타여래일 것”이라고 했다.

원로 미술사학자이자 석굴암 권위자인 강우방 명예교수(이화여대)도 “석굴암 본존불이 석가여래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며 아미타여래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화엄경> <법화경> 등 경전에서도 그 둘이 불이(不二)임을 근거로 석굴암 본존불상은 석가이면서 동시에 비로자나불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석굴암 본존불이 석가여래라는 주장은 일본 학자들 이후 문명대 명예교수(동국대)가 강조했다.

문 명예교수는 “<관불삼매경론>의 내용인 ‘효사상’ ‘대자비사상’ ‘진호국가사상’이 석굴암 조성배경과 같다. 크기마저도 1장6척으로 경전과 실물이 일치하다”며 “석굴암 본존불은 석가여래이다”라고 말했다.

김리나 교수(홍익대)도 “석굴암 본존은 <화엄경>의 7처9회 설법을 통해 묵묵히 정좌해 빛을 발하는 보리수 옆 적멸도량의 깨달으신 부처로서 설법 장소가 바뀌어도 촉지인 자세의 분신으로 나타나는 세존, 즉 석가여래상이다”라고 문 명예교수의 견해에 동의했다.

   
▲ 동국대에서 9일 열린 한국불교학회 창립 4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는 원로교수를 비롯한 불교학 연구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우택 교수는 여러 원로교수의 의견이 석가여래·아미타여래·비로자나여래 등으로 갈린 것에 대해 ⓵석굴암 본존불 관련 기록이 그만큼 적고 ⓶석굴 내 조각들이 어느 특정 도상을 연상시킬만큼 도상학적으로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굴암과 그 조각군들에 대해서는 문자기록의 철저한 분석과 동아시아 불교도상을 통한 도상학적 근거의 탐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보다 명료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위대한 우리 문화재’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세계 최고의 불교조형물’ 등 최상의 극찬을 하면서도 정작 관련 연구소조차 없다. 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이 석굴암 존재 의의에 훨씬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불교학회는 1973년 7월 7일 동국대·원광대 일부 교수가 주축이 돼 동국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故 홍정식 박사를 초대회장으로 출범했다. 1975년 12월 학회지 <한국불교학> 발간을 시작했다. 학회지는 올해까지 1000여 편의 논문을 67집에서 소개했다. 40년이 지난 현재, 석사학위 소지자 500여 명이 넘는 전국 규모의 대형학회가 됐다. 2006년 불교계 학회로는 처음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 한국불교학회 김용표 회장은 "학문 연구 방법의 다양화에 맞춰 불교학자들도 과거 연구방법을 고집하지 말고 새 연구법을 빠르게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불교학회장 김용표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전통적으로 불교학 연구는 경론의 주석, 교리연구와 역사적 연구를 중시해 왔다. 현대불교학은 불교언어학·응용불교학을 보조가 아닌 중요한 한 분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불교학자들은 보수적인 학문방법에서 탈피해 개방적·진취적 학문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현대의 제 학문 영역에서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민첩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학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한 한국불교학술상 수상자로 권오민 교수(경북대)가 선정돼 상패를 받았다. 권 교수는 저서 <상좌 슈리라타와 경량부>를 통해 15장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저술을 오직 ‘경량부’를 주제로 명료하게 정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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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시간 : 2013-11-09 16: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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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상 선정위원장 권기종 명예교수(동국대, 왼쪽)가 권오민 교수(경북대)에게 상패 등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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