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불교는 살아 있다
북한불교는 살아 있다
  • 이지범 북한종교연구소 실장
  • 승인 2012.02.20 18: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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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불교의 재발견 시리즈②

- 북한 사찰은 주민의 생활공간에 있다
- 부처님의 법음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음력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건강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등 새해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이다. 또한 정초 기도를 하거나 신년 운수를 보는 풍습까지 행하고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이 각기 다를지라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새해에는 좀 더 행복해지기를, 소원하는 것들이 이루어졌으면 하고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행위들을 한다. 이런 양태들은 종교적 행위로 많이 나타난다.

북한에서도 정초가 되면 주민들은 복을 빌고, 한 해 동안의 운수를 알아보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현재 북한에서도 정초가 되면 진급, 진학, 액땜을 위해 집 가까운 곳의 사찰을 찾아서 불공을 드리고 기도를 한다. 이 때 돈으로 대신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주민들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로 계란 꾸러미나 참기름, 쌀, 고구마 등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종교에 대해 70~80년대식 사고에 편중되었다. ‘진정한 종교로 볼 수 있는가’, ‘종교의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다’ 등으로 북한의 종교를 폄훼하였다. 그런 인식으로부터 북한주민들에 대해 ‘종교에 관심 없다’고 여기거나 종교 활동이 금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전쟁으로 인한 분단 민족의 또 다른 후유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는 사람들의 일과에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기 마련이다. 함경도에 사는 학생이 평양 등으로 유학을 하고, 근무지가 이동된 경우에 그 부모들이 자식과 가족의 무사안녕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남북이 다르지 않다. 다만, 북한의 경우에는 ‘거주 이동의 제한’으로 황해도 사람이 함경도 개심사나 평안도 안주 안국사 등을 찾는 일종의 3사 순례 또는 성지순례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가까운 지역의 00사찰을 찾고 있는 것이 현재 북한불교의 생생한 모습이다.

▲ 함경도 개심사를 찾은 북한 주민들. 출처: Buddhist Temples in the DPRK, 1989년판

북한주민의 삶 속에서의 사찰문화

북한 주민들이 공식적으로 사찰을 찾아가는 경우는 대개 조직적 활동에서 이루어진다. 학생의 경우는 학교에서 소풍을 가거나 졸업여행을 갈 때이다. 평양에 사는 중∙고등학생들이 평안북도 묘향산 보현사를 방문하는 예로써 국제친선전람관을 방문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그 주위에 있는 학생야영장을 숙소로 사용하면서 지역 방문코스로 보현사가 선정되기도 한다.

그간 묘향산을 찾은 남한 인사들의 카메라에 종종 붉은색 머플러를 두른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줄어지어 보현사를 방문하는 장면이 잡힌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보현사 주지스님 등이 방문 학생들에게 사찰의 역사와 유래, 그리고 문화재를 소개하게 된다.

평양시내에 위치한 용악산 법운암, 대성산유원지에 위치한 광법사, 김일성종합경기장과 개선문 인근의 용화사 등이 손꼽힌다. 이들 사찰은 휴일이나 기념일을 기해 북한주민들이 모란봉의 을밀대 등을 찾아 대동강의 경치를 구경하며 휴식을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9월까지 2개월간 남한의 단청 수리기술자 5명과 북한 기술진 25명이 함께 단청기술 공유와 전수를 한 적이 있는 용악산 법운암의 경우에는 북한 예술가들의 주요한 그림 소재로 많이 등장했다.

그리고 북한 정권 수립 후 처음으로 영정을 내걸고 지낸 ‘청공 윤이상 선생 천도재’가 1998년 11월 4일 평양 광법사 대웅전에서 열렸다. 조불련(당시 박태호 위원장) 주관으로 열린 천도재는 염불 등 천도의식은 조불련 스님과 광법사 스님들이 진행하고 다른 참가 인사로는 이수자 여사와 따님 윤정 윤이상평화재단 회장, 미주평불협을 대표하여 정산 스님과 지현 정사가 참석하였으며,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소속의 방문단 7명도 동석한 바 있다.

이 천도재에 참석한 국악인 안숙선 선생이 남도 선소리의 하나인 ‘보렴’(報施念佛의 준말: 판소리(염불)를 불러 귀신을 쫓는 벽사辟邪나 축원하는 곡임)을 불러 윤이상 선생의 넋을 위로하였다. 그 후 이 천도재는 윤이상 선생의 기일을 기해 조불련 주관으로 매년 광법사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는 북한 불교계와 지역 사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84년 북한당국에 의해 설립된 윤이상음악연구소의 고문을 맡으며 1997년부터 평양에 거의 상주하고 있다. 이수자 여사는 그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으로 있던 고 김용순 비서의 협조로 1998년 한 해 동안 북한 전역의 주요 사찰을 방문한 바 있다. 이 때 이수자 여사 일행이 북한 사찰을 방문하면서 “사찰에는 스님들이 계시고, 염불 소리가 들리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북한 당국에 했다고 전한다.

그 후 북한의 주요 사찰에는 스님들이 거의 상주하고 삭발을 한 스님들의 모습이 남한 언론에 자주 소개되었다. 또한 법당에서는 촛대와 초, 향로 등이 설치되고 향을 피우고 염불하는 소리가 북한의 사찰에서 자주 들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수자 여사의 활동을 알게 된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법타 스님은 이수자 여사를 조불련의 명예신도회장으로까지 명명한 바 있다. 그러나 조불련 전국신도회는 20003년 12월에 창립되어 2004년도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조불련 신도조직의 회장은 라영식, 부회장은 리현숙 불자가 맡고 있다.

이와 같이 조직적인 형태의 불교활동과 더불어 북한 지역의 사찰은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한 방문 코스로 소개되고 있다. 묘향산 보현사를 비롯하여 금산산 지역의 내금강 표훈사와 마하연, 보덕암 등이 있고, 지난 2006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한적 있는 평안북도 태천군의 양화사가 있다.

이 밖에도 북한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은 평안북도 영변읍 천주사, 개성의 관음사, 황해도 월정사와 성불사, 심원사 그리고 평안남도 안주 안국사, 함경남도 용흥사와 개심사, 함경북도 쌍계사 등이다.

또한 북한의 사찰은 사회주의 건설에 복무하는 약초, 산나물, 버섯 등을 채취하는 주요한 활동 공간 이외에도, 지역 주민들의 마음과 평안을 기원하는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사회주의 건설로 미신을 타파하면서 기존의 종교 활동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이용되는 곳이 바로 사찰이고 불교문화재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여러 증언에서도 사찰(刹間)에는 자주 가 보았다고 한다.

더욱이 정초 때나 큰 대소사가 있을 때 북한 주민들은 공양물로 올리는 것 이외에도 오이, 참외, 사과 등과 심지어 살아있는 닭, 토끼 등을 신년 기도와 운수를 본 대가로 전달하기도 한다.

보시금을 선호하는 남한 불자들과 달리 북한의 불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조금 귀하다고 여기는 물목을 감사의 뜻으로 대신하고 있다. 아직까지 북한의 불자들은 현금으로 보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야말로 공양물은 공양물로 여기고 있으며, 행사를 마치면 서로 나누어 먹는 음복(飮福)을 행하고 있다.

부처님의 법음이 전해지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정의하는 종교와 동양에서의 종교가 사뭇 다르지만 교주와 교설, 교도를 그 구성요소로 한다.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불교도들도 사찰의 대웅전에 불상을 모시고, 참배를 하며 법회를 열고 있다. 다만 법회 등 공식 공개행사는 북한 당국에 거의 다 보고하고 허가를 득하여 진행하는 것이 남한 불교계와 사뭇 다른 부문이다.

▲ 평양 용화사에서의 기념법회(1989년 12월 26일). 가장 앞에 선 사람이 고 박태화 위원장. 출처: Buddhist Temples in the DPRK, 1989년판
그리고 북한지역의 사찰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사찰의 보수나 복구 그리고 재건(복원)은 거의 다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1991년 평양 광법사, 1993년의 평양 정릉사가 복원된 것이 그 대표적이다. 그 후 금강산 신계사가 조계종단과, 개성 영통사는 천태종단과의 남북공동 협력사업으로 복원하였다.

북한사회에 법음이 전해지고 있는 외형적인 모습은 67개의 현존사찰과 더불어 북한의 주요한 국가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는 불교문화재를 들 수 있다. 평양에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반석교회) 2곳과 장충성당 1곳을 두고 있는 타종교와 다르게 북한 지역의 많은 사찰들은 집중적으로 관리 보호되고 있다.

경주 불국사의 경우, 다보탑과 석가탑 등을 각기 따로 나눠 국∙보물로 지정하는 남한과 달리 사찰 1곳, 즉 지역 전체를 1곳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월간, 연간으로 문화재 애호기간을 정하고 다른 문화재와 마찬가지로 청소 보호하고 있다.

특히, 그 문화재의 역사성(계보성)∙ 희소성∙ 완전성을 문화재의 가치와 지정의 기본요건으로 볼 때 북한지역의 사찰은 거의 대부분이 완전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사찰들은 창건 또는 고려, 조선시대에 중창된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1974년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의해 북한 전역의 사찰과 불교문화재 등을 조사하고 수집하면서 더욱 관리되었다. 전쟁 때 불타 소실된 유점사의 범종이 이 시기에 묘향산 보현사 종각으로 옮겨지고 용천다라니석당, 고려대장경 등이 함께 이전되어 보현사를 ‘력사박물관’으로 지정한 것이나 고려의 유물들이 개성 성균관 건물로 옮겨져 고려역사박물관으로 운영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요즈음 국내의 사찰들이 전통사찰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나, 대부분이 부분 또는 거의 전부를 교체한 남한의 사찰들과 달리 북한의 사찰은 지붕, 기둥 등 건물형태와 석탑, 범종 등을 비롯하여 문살, 단청, 벽화 등이 고색(古色)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북한 사찰의 내부는 좀 빈약하다. 사찰 법당과 전각, 당우 등에 모셔진 불상과 사천왕상 등이 에폭시(epoxy) 형태로 제작된 것이나 불단에 놓인 촛대와 향로 등 불기(佛器)들이 텅스텐 등으로 제작되어 좀 가볍게 보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리고 북한 사회에 법음이 전해지는 내용적인 것은 법계(法階)를 이룬 스님이 계시고, 교리와 염불 등 불교의식과 교육이 전승되고, 불탄일(부처님오신날)∙성도일 등 불교 명절이 공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북한 조불련의 스님들은 해방 이후까지 승려로 살아온 분들과 그 분들의 자제들이다. 1989년에 입적한 홍화두 고문과 2005년 11월 11일 입적한 학림 박태화 위원장, 묘향산 보현사 주지 청운 최형민 스님이 불가의 계맥(戒脈)을 이었다. 지금 조불련 위원장인 심상진 대선사가 홍화두 고문의 맏상좌이고, 서기장 연암 이규룡 선사는 박태화 위원장의 상좌이다.

‘석문의범’에 의거한 염불 등 불교의식과 교리는 1965년 삼수갑산 중흥사에 설립한 불학원(佛學院)이 1989년 평양 용화사, 1991년 광법사로 다시 이전되어 전승하고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불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법회는 1988년 5월 5일을 기해 묘향산 보현사에서 ‘석가탄신일 기념법회’가 공식행사로 개최었고, 이를 조선중앙방송이 처음으로 보도한 바 있다.

그 후 북한지역의 사찰에서는 성도일(재일)과 석가탄신일은 정기적으로 봉행되고 있다. 또한 동지와 단오 등 절기일에도 기념법회가 개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살아있는 북한불교의 모습이 종교적인 교의체계를 모두 갖춘 형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그동안 위원장, 부위원장, 서기장 등 직함을 사용하던 관례는 2000년 10월 9일~13일까지 노동당 창건 55돌을 기념하여 평양을 방문한 42명 남측 참관단의 일행인 법타스님에게 당시 김영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 배웅인사에서 “법타스님. 이제 중 선생이라고 하지 않고 스님으로 호칭하겠습니다.”로부터 공식 통용되었다.

그간 스님들에 대해 중선생, 00선생 등으로 부르던 것이 00스님으로 부르고, 조불련 조직 내에서도 법명의 사용과 더불어 2002년부터는 대선사, 선사의 법계를 대외업무 등에서 공식 사용하면서 정착되었다.

반세기 동안 북한사회의 불교 모습으로만 존재해왔던 북한불교가 그 종교업무를 담당해온 분들에 의해 시나브로 종교의 모습과 내용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홍화두, 박태화, 황병준 대선사 등 1세대에 이어 2세대가 전통과 문화, 역사를 잇고 있으며 그 제자들이 종단과 사찰 그리고 불교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한국 불교계의 역할과 불자들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다음주 내용: ‘북한불교를 움직이는 사람들’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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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정법공부 필수 2012-05-02 14:09:39
--부처님 공부는 모든 존재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필수 공부입니다--종교불문--

나도 옛날에 tv에서 중들이 싸우는 모습보고 중들이나 불교를 욕하던 사람이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담마난다 스님의 책을 보고 불교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고 위대한 가르침인지 알았다
그래서 담마난다 스님책을 지금도 기념으로 가지고 다니며 읽고 있다 부처님 정법이 참 좋다
불교공부는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합리적으로 쉽게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불교의 위대함을 아는 것이다
불교는 교리는 최고인데 제대로 쓸줄 모른다 한국불교는 초기불교공부+대승불교공부 같이 공부해야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는 것이다'
불교방송 스님들 법문을 들어 보면 너무 답답하다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불교를 합리적으로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부처님 공부하시고 건강하십시요 행복하십시요 성불하십시요 소원성취하십시요--합장 꾸벅--

부처님처럼 2012-03-23 20:37:01
=무지하고 한심한 종교차별 신고하세요=(주소복사해서 주소창에 입력하고 엔터치세요)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itbjAvvabb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68084

http://www.ohmynews.com/NWS_Web/Opinion/opinion1_m1_list.aspx?cntn_cd=A0001468084&add_gb=2&ord_gb=1&add_cd=RE005610880&line_no=93&page_no=4


http://www.bulgyofocus.net/news/articleView.html?idxno=61834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3149&table=military

http://www.rnlaw.co.kr

http://www.kirf.or.kr

나그네 2012-02-21 12:10:52
衆先生 ㅇ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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