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결사’ 첫 사업은 모형석굴암 반대
‘문화결사’ 첫 사업은 모형석굴암 반대
  • 법응 스님
  • 승인 2011.06.23 21: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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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후미진 곳에 세웠는가를 기억하라

석굴암부처님은 토해내고 끌어 올리고 있다. 석굴암은 종교, 예술, 역사, 건축, 수리, 기하학 등 인간이 학문화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토해내고 있다.

석굴암은 인간의 신심, 감정, 감성, 정서, 감각, 기분을 비롯하여 마음을 통해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끌어 올리고 있다. 오늘날 세계인들이 석굴암에 대해 서슴없이 찬탄을 보내고 수많은 연구와 논문을 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학자는 지구가 멸망 시 우주로 대피 시킬 것중 가장 우선순위가 석굴암부처님이라 했다. 

석굴암 부처님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미술가들은 어떤 숭고한 미적 경지에 압도될 것이요, 불자들은 한층 고양된 신앙심과 깊은 행복감에 젖을 것이다. 또 문화재 관계자는 연구와 보존적 측면을 먼저 고려할 것이고 배타적인 어떤 이웃종교인의 눈엔 그저 오래된 ‘우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스님들에게는 살아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봬온 듯 지극한 경애심으로 우러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이 석굴암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석굴암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서 ‘제2의 석굴암(모형)’이란 복제품을 만들려는 세력이다.

제2석굴암 건립의 취지에 대해 언론들은 문화재청 관계자의 입을 빌어 “유리 속에 갇힌 석굴암의 접근성이 떨어져 사람들이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최 청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에게 모조품 앞에서 진품을 경배하거나 감상한 것과 똑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으로서 이 나라 문화정책의 최고책임자의 어처구니없고, 국민을 우롱하며, 종교성은 물론 문화와 예술성을 모독하는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제2석굴암, 곧 석굴암 복제 공사는 10여 년 전인 2002년도에도 시도되다가 반대여론에 밀려서 중지됐었다. 2003년 2월 13일 당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석굴암 모형전시관 건립 움직임과 관련해서 한국에 조사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외교통상부를 통해 문화재청에 전달했었다. 자칫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지경에 이르렀었다.

석굴암을 1천3백여 년 전 교통이 불편한 그곳에 좀 은밀하게 조성했을 시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2002년 당시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낸 강우방 교수는 “석굴암을 석굴암으로서 놓아두라”고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석굴암은 의도적으로 비밀스러운 장소에 세워졌다. 곧 대중이 드나드는 장소에 널리 드러나게끔 세워졌던 불국사와 달리 석굴암은 서라벌을 등진 깊숙한 계곡 후미진 곳에 감추어져 있음으로써 절대적인 숭고미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 2002년 당시 지하 1층(180평), 지상 1층(351평) 규모의 석굴암 모형 전시관(위 그림 참조)을 지을 예정이었다.

문화재청(청장 최광식)이 300억 원의 거금을 들여서 모형석굴암을 조성하려면 그 예산으로 전국에 산재한 불교성보문화재의 보수, 유지, 관리 및 지정이나 사찰의 중요문화재에 대한 방화시설을 갖추는데 사용돼야 마땅하다.

필자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대의 입장이 확실하다. 종단이 이번 모형석굴암 건립에 찬성 또는 입장을 유보해서도 안 된다. 문화결사의 제1사업으로 반대를 천명해야 한다. 종단은 낙단보 마애불상의 오판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불상건립을 반대할 승려는 없다. 그러나 불상도 불상 나름이다. 불상의 조성은 만인의 신심과 정성이 들어가서 그 혼이 배어있어야만 영험이 있다. 그래서 모두의 공감이 가능 한 명분을 세우고 거창하게 점안의식을 봉행하는 것이다. 국가예산으로 하는 사업은 더욱 그러하다.

문화재청은 한마디로 석굴암 부처님을 관광의 대상으로 보기에 모조품의 발상과 ‘접근성’ 운운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정부가 불교성보를 제 멋대로 하겠다는 저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조계종, 불상이 없어서 예산 삭감당하고, 이곳저곳에서 도전을 받는가?  전국적으로 도량에 전각과 영험 없는 대형불상을 남발조성해서 도량의 공간성과 조화성 등 본연의 자연스럽고 미적인 아름다움을 죽인 곳이 한두 사찰이 아니다.

정성과 두려움 없이 불사를 남발한 것도 우리 스스로를 약체화 시킨 한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종단이나 불국사를 비롯한 각 교구본사는 제대로 된 내부혁신을 할 때 종단이나 본사차원의 불상조성임을 좀 알았으면 한다. 석굴암을 그대로 두라.

□ 모형석굴암 반대 이유

첫째, 신앙의 대상인 기존의 석굴암을 대신하여 제2의 모형석굴암을 만들 시 기존 석굴암에 대한 경애심이 이전과 여전히 다를 바 없을 것이란 확신이 없고 - 살아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뵈옵듯이 하던 그 마음이 상처입고 훼손당할 것이며, 설사 참배를 한다 해도 지극한 마음이 우러나오기 어렵고, 도리어 부처님과 불교를 모독했다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둘째, 불교의 세속화와 상업성의 문제다. 제2모형석굴암은 관광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며, 이는 결국 불교의 세속화를 부추기게 된다. 복제품에 대해 조심하고 거룩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길 리 없다. 함부로 여기는 마음과 그에 수반하는 행동들로 훼손과 오염은 명약관화하다. 또한 밀려드는 인파는 가까이에 있는 석굴암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석굴암불상에서 느껴지던 불은의 신비와 ‘영험함’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기존 불상에 대한 모독이다. 천년의 신비와 정성을 간직한 기존의 석굴암 이미지가 지대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넷째, 불교미술 발전의 퇴보다. 현 시대에는 현 시대의 사회상과 문화를 반영하는 불교미술이 창작되고 조성되어야 한다. 쉽게 모방위주로 간다면 새로운 불교미술의 창작과 발전은 요원하다.

다섯째, 결국 기존의 석굴암과 지근거리에 건립하고자 할 것인데, 건축공사에 따른  환경파괴의 문제가 대두된다. 같은 영역에 원불과 모조불이 존재하는 희귀한 형국이 만들어져 도량의 파괴가 가속화 될 것이다.

여섯째, 복제는 복제일 뿐이다. 제아무리 최신설비를 도입하고 전자모형에 의한 복제라 해도 단지 모조일 뿐, 그것이 원형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 옛날 1천3백 년 전, 석굴암 조성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불심과 정성을 모독하는 행위요, 나아가 이 나라의 불교사를 폄훼하는 행위이다.

일곱째, 원래의 석굴암 불상이 가진 유일무이한 가치로서의 아우라를 복제불상이 보여줄 리 만무하다. 어설플 수밖에 없는 제2복제석굴암을 보고서 기존의 석굴암부처님을 미루어 짐작하는 판단의 모순과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여덟째, 국제적 망신이다. 유네스코의 ‘문화 및 자연유산의 국가적 보호에 관한 권고’ 제42항은 “보호지구 또는 주변에 존재하는 물건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인가를 얻음 없이 외관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는 신규건축, 파괴, 변형 또는 벌채를 할 수 없다.”라 한바, 모범을 보여야 할 문화재청이 도리어 신축·파괴·변형·벌채를 자행한다면 이는 정부기관이 나서서 문화야만국을 자처하는 꼴이다.

아홉째, 1천 수백만 불자의 신앙의 대상이며 종교를 초월하여 온국민이 아끼는, 국보24호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의 보전 • 관리에 관한 중요한 정책을 문화재청의 의견만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며, 이는 밀실정책의 전형이다.

/法應(불교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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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2011-06-27 17:11:12
이제 석굴암마저 허상을 만들어 놓고 돈잔치 할거냐?

모형석굴암 찬성 2011-06-23 23:54:52
라는 모형석굴암 찬성론자들의 한심한 발상에 즘하여 ~~~인도의 경우 전 힌두 교도들이 마음을 모아 초 현대식 즉 21세기의 석조 힌두교사원 건립하여 예배하고 있다.우리도 현위치에 옛모습 그대로 복원할 것은 복원하고, 지금의 돈으로는 이시대의 최고의 석굴사원을 새롭게 건립하여 세계평화와 남북통일과 기원과 신도님들의 예배 장소로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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