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석굴암 가당키나한 얘기인가
제2석굴암 가당키나한 얘기인가
  • 법응 스님
  • 승인 2013.11.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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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모형석굴암 건립을 반대하는 의견

석굴암은 국보 제24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성보인 석굴암이 심각한 균열 등으로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최근 불국사 측은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쌍둥이 석굴암(제2의 석굴암)제작을 또 다시 주장했다. 2011년에도 논란이 재점화했었다. 당시 법응 스님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과 관련기사를 게재한다.(편집자 주)

□ 진정한 불사의 의미를 깨닫자

사찰에서 봉행하는 일거수일투족의 모든 행위를 광의의 의미에서 불사라 한다. 우리는 불사를 통하여 불법을 전한다. 대중적으로는 화합과 소통을 구현하며, 개인적으로는 깊은 신앙심을 내고 발심과 서원에 의한 원력으로 지극한 고통과 모든 장애를 넘어서 깨달음에 이르러 지혜의 안목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안목 이야말로 불자는 물론 모든 이들이 갖추기를 바라는 큰 덕목인 것이다.

그러므로 불사라고 하는 것은 어느 개인이나 한두 사람의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할 문제도 아니며, 또한 편의상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불상의 조성을 거부할 승려는 없다. 그러나 300억이라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사를 한다는 것도 생각을 깊이 해보아야 한다. 정부의 예산 집행은 진정으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정말 국가와 국민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인지, 진정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최선의 일인지 말이다.

우리 종단과 대소 사찰의 일도 마찬가지다. 스님들은 불자들을 올바른 정법의 길로 인도해야 하며 그것이 곧 참다운 불사이다. 작금의 현실은 석굴암이 좁은 것이 아니며 유리로 차단된 것도 아니다.

사부대중, 특히 부처님의 상수제자라 하는 우리 출가 승려들의 출가정신이 좁아 졌고 스스로 아집과 무명에 속박되어서 수행과 신심. 신앙의 문과 불교문화에 대한 안목을 차단하지는 않았는지를, 그 결과로 오늘의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를 조견해보아야 할 것이다.

□ 모형석굴암 건립을 반대한다

석굴암 부처님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미술가들은 어떤 숭고한 미적 경지에 압도될 것이요, 불자들은 한층 고양된 신앙심과 깊은 행복감에 젖을 것이다. 또 문화재 관계자는 연구와 보존적 측면을 먼저 고려할 것이고 배타적인 어떤 이웃종교인의 눈엔 그저 오래된 ‘우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스님들에게는 살아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봬온 듯 지극한 경애심으로 우러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이 석굴암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석굴암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서 ‘제2 석굴암(모형)’이란 복제품을 만들어 자신들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세력이다. 제2석굴암이라 하나 석굴암은 제1, 제2, 제3의 석굴암이 있을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모형의 복제품에 불과하다.

건립의 취지에 대해 어제 신문은 문화재청 관계자의 입을 빌어 “유리 속에 갇힌 석굴암의 접근성이 떨어져 사람들이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최 청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에게 모조품 앞에서 진품을 경배하거나 감상한 것과 똑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겠다는 이 나라 문화정책의 최고책임자의 어처구니없고, 국민을 우롱하며, 종교성은 물론 문화와 예술성을 모독하는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제2석굴암, 곧 석굴암 복제 공사는 10여 년 전인 2002년도에도 문화재청에 의해 시도되다가 반대여론에 밀려서 중지됐었다. 현재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제2모형석굴암의 계획안은 “예산 300억여원으로 토함산 동쪽 기슭에 있는 석굴암 아래쪽 계곡 부근에 모형 전시실과 전실, 기타 신앙시설과 영상실, 기계설비실 등을 들이는 것이 뼈대로, 2001~2003년 건립계획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를 천명한다 -

첫째, 신앙의 대상인 기존의 석굴암을 대신하여 모형석굴암을 만들 시 기존 석굴암에 대한 경애심이 이전과 여전히 다를 바 없을 것이란 확신이 없고 - 살아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뵈옵듯이 하던 그 마음이 상처입고 훼손당할 것이며, 설사 참배를 한다 해도 지극한 마음이 우러나오기 어렵고, 도리어 부처님과 불교를 모독했다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둘째, 불교의 세속화와 상업성의 문제다. 모형석굴암은 관광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며, 이는 결국 불교의 세속화를 부추기게 된다. 복제품에 대해 조심하고 거룩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길 리 없다. 함부로 여기는 마음과 그에 수반하는 행동들로 훼손과 오염은 명약관화하다. 또한 밀려드는 인파는 가까이에 있는 석굴암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석굴암불상에서 느껴지던 불은의 신비와 ‘영험함’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기존 불상에 대한 모독이다. 천년의 신비와 정성을 간직한 기존의 석굴암 이미지가 지대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넷째, 불교미술 발전의 퇴보다. 현 시대에는 현 시대의 사회상과 문화를 반영하는 불교미술이 창작되고 조성되어야 한다. 쉽게 모방위주로 간다면 새로운 불교미술의 창작과 발전은 요원하다.

다섯째, 결국 기존의 석굴암과 지근거리에 건립하고자 할 것인데, 건축공사에 따른 환경파괴의 문제도 대두된다. 같은 영역에 원불과 모조불이 존재하는 희귀한 형국이 만들어져 도량의 파괴가 가속화 될 것이다.

여섯째, 복제는 복제일 뿐이다. 제아무리 최신설비를 도입하고 전자모형에 의한 복제라 해도 단지 모조일 뿐, 그것이 원형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 옛날 1천3백 년 전, 석굴암 조성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불심과 정성을 모독하는 행위요, 나아가 이 나라의 불교사를 폄훼하는 행위이다.

일곱째, 원래의 석굴암 불상이 가진 유일무이한 가치로서의 아우라(Aura)를 복제불상이 보여줄 리 만무하다. 어설플 수밖에 없는 제2복제석굴암을 보고서 기존의 석굴암부처님을 미루어 짐작하는 판단의 모순과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여덟째, 국제적 망신이다. 유네스코의 ‘문화 및 자연유산의 국가적 보호에 관한 권고’ 제42항은 “보호지구 또는 주변에 존재하는 물건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인가를 얻음 없이 외관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는 신규건축, 파괴, 변형 또는 벌채를 할 수 없다.”라 한바, 모범을 보여야 할 문화재청이 도리어 신축·파괴·변형·벌채를 자행한다면 이는 정부기관이 나서서 문화야만국을 자처하는 꼴이다.

아홉째, 1천 수백만 불자의 신앙의 대상이며 종교를 초월하여 온 국민이 아끼는, 국보24호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의 보전 • 관리에 관한 중요한 정책을 문화재청의 의견만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며, 이는 밀실정책의 전형이다.

- 정부는 즉각 계획의 취소, 조계종은 반대를 천명하라 -

1. 정부(문화재청)는 모형석굴암 건립계획을 취소하고 현존 석굴암을 비롯하여 불국사 석가탑 등 기존 유물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

2. 석굴암의 관리사찰인 불국사는 앞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숙고하여 모형석굴암 건립에 반대해야 한다.

3. 조계종은 석굴암 건립 시 긍정적인 점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종단차원에서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4. 교계의 환경 • 문화 • 신행단체들은 모형석굴암 건립에 따른 문제를 심각히 인식하여 반대의사를 천명하고 건립저지 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1. 6. 22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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