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새주소 사업 문제가 확산되면서 전면시행을 2년 뒤에 하기로 한 가운데 독립운동단체들이 ‘개운사길 51’을 친일파의 상징인 김성수의 호를 딴 ‘인촌로 23길 73-17’로 바꾸는 데 대해 아예 ‘인촌길’을 철폐하자는 주장을 담은 성명을 20일자로 발표했다.
항일운동단체협의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유정조동호선생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100주년기념사업회,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등 독립운동 단체들은 19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빠른 시일 내 개운사길 외에 대로변 인촌로 자체를 철폐하자는 주장을 담은 항의 공문을 서울시와 성북구청, 행정안정부를 방문해 전달할 예정이다.
독립운동 단체들은 “주소 변경작업이 일제의 망령을 거두어내기는 커녕 오히려 일제의 악령을 불러오는 일이라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순국선열의 혼령을 불러일으켜서라도 이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독립운동단체들은 현 정부를 “어느 나라 정부인지 ‘친일정부’인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지난 해 4월 개운사와 승가학원의 ‘개운사길 51’을 친일파의 상징인 김성수의 호를 딴 ‘인촌로 23길 73-17’로 바뀐다는 ‘도로명 주소 고지문’을 승가학원에 보내왔다.”면서 “이는 친일파를 옹호하고 순국선열들의 넋을 짓밟는 정부의 행위로 단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호국선열의 명예와 민족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명예를 더럽힐 수는 없다’는 뜻을 함께하는 모든 이들과 손을 잡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정부에 보낸다”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독립운동 단체들은 △정부(행정안전부, 성북구청)는 개운사길을 친일파 인촌로로 만든 것을 사죄하고 원상회복하라 △일제청산을 멈추지 말라 △친일파 인명이 들어가는 모든 도로명을 조사 △친일파 인명 도로 명으로 명시한 책임자 처벌 △순국선열을 모독하는 모든 행위 중지 등을 주장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당초 올 7월 29일부터 새 주소와 기존 지번 중심의 주소를 병행해 사용하기 시작해 내년부터는 새 주소만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동(洞) 이름이 도로이름에 반영되지 않거나 건물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새 주소 체계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아 전면 시행을 2년 늦추기로 했다.
정치권도 이런 혼란을 우려해 올 3월 ‘도로명 주소법 개정안’에 새 주소와 기존 주소의 병행 사용기간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담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