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친일인명사전』 조계종 마저 외면?
수난의 『친일인명사전』 조계종 마저 외면?
  • 이혜조 기자
  • 승인 2009.12.29 13: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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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장 대관 불허 발간 축하연 연기…조계종 "다른 행사 겹쳐"
천도교 수운회관, 기독교 명동 YWCA도 대관 거절 "종교 의미 무색"

30일 조계종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예정됐던 '친일인명사전 발간 문화예술인 축하한마당' 공연이 내년 1월 중으로 연기됐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학평화포럼과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조계종이 갑자기 대관을 취소하는 바람에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한 반면 조계종은 "처음부터 대관을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문학평화포럼과 조계종 재무부 등에 따르면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깅영현. 소설가)은 보름전 쯤에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1층 전통문화예술공연장 대관을 신청했다.

30일 오후 5시부터 『친일인명사전』발간 기념 문화예술인 축하 한마당을 열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베틀비보이를 비롯 소리꾼 임진택 판소리, 가수 김현성 씨 등이 공연을 펼칠 계획이었다.

포럼의 이승철 사무총장은 "대관 신청 당시 총무원 담당자가 '30일 다른 행사 계획이 없으므로 대관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 얘기를 듣고 바로 단체소개서와 행사프로그램을 담당 직원에게 송부하고 행사 홍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물론 당시 담당직원이 '다만 결재권자인 재무부장 스님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는 얘기는 했지만 당연히 대관이 되는 줄 알고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지난 24일 갑자기 조계종 총무원에서 다른 자체 행사가 있어서 대관을 불허한다고 전화로 알려왔다"며 "행사 준비를 다 해놓고 김근태 백기완 임현영씨를 비롯한 정계 학계 예술 문화계 인사들에게 초청장까지 발송한 상태여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재무부장 상운 스님은 "대관 신청이 들어온 것은 사실인데 승인해 준 바도 없고 다른 행사일정과 겹쳐서 대관은 불가능하다"며 "당시 실무자가 분명히 결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주최측이 대관 승인도 안된 상태에서 홍보를 먼저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총무원의 잘못이 아님을 강조했다.

'어떤 다른 행사가 잡혀 있나. 다른 행사는 언제 계획된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재무부장 스님은 "그냥 그렇게만 알아달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승철 사무총장은 "조계종 내부 행사가 있다고 해서 알아보니 그날 아무런 행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정부에서 이 행사에 압력을 행사한 것 같지는 않고 조계종 내부에서 판단해 결정한 것 같다"고 했다.

한국문학평화포럼측은 대관 신청당시 총무원 담당자가 구두상으로 '대관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데다 신청 일주일이 넘은 뒤인 24일 불허 통보를 받아 성탄절 연휴동안 발만 동동 굴렀다.

이 단체는 급기야 천도교 수운회관으로 공연장소를 옮기기로 하고 조계종에서 갑자기 대관을 불허했다는 사정을 설명하고 대관을 허락 받았으나 이것마저 10분 뒤 거절당했다. 결재권자가 불허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다시 기독교가 운영 중인 명동 YWCA 강당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관을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이승철 사무총장은 "불교 기독교 천도교 등 3대 종교로부터 대관을 받지 못했으므로 어쩔수 없이 공연을 내년 1월 중순께로 연기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며 이들 종교단체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우리도 조계종 전통공연장에서 두어차례 행사를 했는데 이번 대관 불허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연을 통해 축하하려 했던 친일인명사전은 11월8일 보수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예산 삭감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을 통해 3권짜리 사전으로 8년만에 발간됐다.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 강점기에 친일 행위를 한 한국인의 목록을 정리해 발간한 것이다. 친일 인명사전편찬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선정된 인문들에 대해 구체적인 반민족행위와 해방 이후 주요 행적 등을 수록했다.

친일인명사전에 총 4,389명 가운데 총무원장을 지낸 이종욱, 이회광, 김동화, 권상로, 강대련 등 54명의 불교계 인사도 포함됐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학평화포럼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공연 등 소외계층 등을 위한 무료공연을 주로 하는 문학 문화 예술인단체로 효림 스님이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공연도 무료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 한국문학평화포럼이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공연 홍보 포스터. 30일 오후5시 조계사내 공연장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조계종의 대관 불허로 공연을 연기했다.ⓒ민족문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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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2009-12-31 08:52:56
조계종...쪼개종...조개종.....의 한계이겠죠

당연하죠~!! 2009-12-30 01:10:15
얼마전 고양과 성남에서 노무현 지지자들이 대관했던 1219란 노무현 추모관련 행사는 하루전에 취소당하는 수모를 겪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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