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난해 각계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남원 실상사에서 4차례 열린 '우리나라 절 불사에 대한 성찰과 방향모색' 세미나는 불교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세미나에 함께한 사람들이 불사에서 참고할 기본지침을 정리한 '실상사 선언-불사십조(佛事十條)'를 만들어 10일 오후 실상사에서 발표한다.
종교, 문화, 건축, 생태, 학계 전문가가 참여한 '실상사 선언'은 건축가인 정기용 성균관대 건축과 석좌교수가 제안해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사찰생태연구소 김재일 소장,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스님,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박광서 교수,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 안상수 홍익대 미대 교수, 이상해 성균관대 건축과 교수, 실상사 주지 재연스님, 성균관대 건축과 조성룡 석좌교수, 동국대 조경학과 홍광표 교수, 직지사 성보박물관장 흥선스님이 준비위원이다.
이들이 마련한 '불사십조'(초안)는 이렇다. 첫째 '연기적 세계관의 불사'다. 모든 사물이 유형무형의 관계 속에 그물코처럼 이어졌다는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과 시대정신을 반영한 불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생명살림의 불사'로 자연과 생명체, 사람이 합일공존하는 것이어야 하며 돌, 풀, 나무 등 모든 대상과 생명을 모시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 셋째는 스님, 신도, 지역주민의 삶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공동체를 살리는 불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땅의 선택이나 건물배치, 공간의 비움, 건축규모, 재료, 장식, 표현 등이 올바르고 적절한 '절제의 아름다움이 있는 불사', 다섯째는 스님, 신도, 전문가, 지역주민, 공공기관 등이 참여해 올바른 절차를 협의해 진행되는 '대중적 협동의 불사'다.
이외에도 ▲자연과 풍경을 배려하는 불사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불사 ▲고전의 정신을 계승하는 불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불사 ▲지속가능한 생태적 불사가 '불사십조'로 꼽혔다.
이들은 "우리 전통 사찰의 모든 불사에는 불교의 세계관과 시대정신이 담겨 아름다움의 맥을 이어오고 있으나 요즘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찰 불사는 방향을 잃고 있어 자칫 선조가 이뤄 놓은 문화유산을 파괴할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실상사 선언'에는 모두 100여명이 서명했으며 앞으로도 서명을 계속 받아 국내 사찰의 불사에서 참고할 만한 지침으로 전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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