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 대종사가 하안거 해제일인 8월 5일에 앞서 만행길을 떠날 수행대중에 지속적인 정진을 당부하는 법어를 내렸다.
법전 스님은 한 수행자의 대수 선사, 용제 선사와 선문답을 제시하며 "물고기가 헤엄치면 흙탕물이 일어나고 새가 날면 깃털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안목이 열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너진다고 해도 장애가 되고 무너지지 않는다고 해도 장애가 된다"고 설판했다.
이어 "무너졌다고 해도 틀렸고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도 틀린 이 공안에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 것인지 해제 만행길에 대천세계를 다니며 항상 참구하라"며 ""학유구고난저익(鶴有九皐難翥翼)이요 마무천리만추풍(馬無千里謾秋風)이로다(학에게는 구고(九皐)에 날기 어려운 날개가 있고 말은 천리에 공연히 바람을 쫒는 일이 없느니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한편,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전국 선원에서 정진하고 있는 대중 현황을 정리한 <을축년 하안거 선사방함록>에 따르면, 전국 95개 선원에서 비구 1,127명, 비구니 933명, 총림 177명 등 총 2,237명의 대중이 용맹 정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95개 선원은 총림 4곳, 비구선원 55곳, 비구니선원 36곳이다.
2553(2009)년 하안거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 해제법어
그것을 제대로 알기나 한 것인가
어떤 납자가 익주(益州) 땅의 대수법진(大隨法眞)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겁화(劫火)가 활활 타서 대천세계가 모두 무너진다고 했는데, 그 때 ‘그것’도 무너집니까?” “무너지니라.”
그 납자는 다시 용제소수(龍濟紹修)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겁화(劫火)가 활활 타서 온 세계가 모두 무너진다고 했는데, 그 때 ‘그것’도 무너집니까?” “무너지지 않느니라.”
‘무너질 괴(壞)’라는 이 한 글자는 바다를 먹으로 삼아 쓰더라도 다할 수 없는 것이니, 만일 말을 따라 견해를 내면 ‘그것’과는 천만리 멀어질 것입니다. 물고기가 헤엄치면 흙탕물이 일어나고 새가 날면 깃털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안목이 열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너진다고 해도 장애가 되고 무너지지 않는다고 해도 장애가 됩니다. 대수가 무너진다고 해도 몸 빠져나갈 곳이 있고 용제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해도 몸 빠져나갈 곳이 있으니 한결 같이 무감각해서도 안 되고 한결 같이 정식(情識)으로 알려고 해도 안 되는 일인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 산승에게 ‘겁화(劫火)가 활활 타서 대천세계가 모두 무너진다고 했는데, 그 때 ‘그것’도 무너집니까?”하고 물어 온다면 그런 납자에게 이렇게 되물을 것입니다.
“무너지고 무너지지 않음은 그만두고 ‘그것’을 제대로 알기나 한 것인가?”
어쨌거나 두 노숙 중에 한 사람은 ‘그것’도 무너졌다고 하고, 한 사람은 ‘그것’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무너졌다고 해도 틀렸고,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도 틀렸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 것인지 해제 만행길에 대천세계를 다니며 항상 참구하시기 바랍니다.
학유구고난저익(鶴有九皐難翥翼)이요 마무천리만추풍(馬無千里謾秋風)이로다
학에게는 구고(九皐)에 날기 어려운 날개가 있고 말은 천리에 공연히 바람을 쫒는 일이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