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보문학원 산하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서불대)가 요즘 시끄럽다.
서불대는 지난해 황윤식 총장 해임을 시작으로 심각한 학내 분규에 휘말렸다가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일단락 됐었다.
그러나 황 총장이 이사회를 상대로 낸 지위보전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지난 1월 본안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총장 지위를 보전하라는 선고하면서 재차 불거졌다. 이 즈음 인사비리 혐의로 이사장에서 물러났던 설립자 덕해 스님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상황이 반전되자, 보문학원 이사회(이사장 지욱 스님)는 공교롭게도 덕해 스님의 판결이 내려진지 4일만에 황윤식 총장에 해임을 통보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된 2명의 교수에 대해 인사위원회 결과를 뒤집어 재임용을 거부, 직위해제 했다. 직위해제된 2명의 교수를 비롯해 교수협의회 소속 상당수 교수들이 덕해 스님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이후 교수협의회와 교직원협의회, 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사회의 학사운영 개입과 독단적 처사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사회는 또다시 교수협을 주도하고 있는 2명의 교수와 직원협의회장을 직위해제, 해임시켰다.
일련의 과정에서 이사회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채 내정된 총장직무대행은 총장실을 강제폐쇄하고 용역직원을 배치하는 등 반발세력을 압박하고 있다.
보문학원은 망실재산…단순한 학내분규 아니다
서불대 사태는 지난해 6월 이사회의 황 총장 직위해제와 해임으로 시작됐다.
이사회는 총장 해임에 그치지 않고 38명의 학생을 무더기로 제적했고, 설립자 덕해 스님의 명예이사장직을 박탈해 버렸다. 학내 구성원들과 일체의 대화와 타협은 없었다.
이로 인해 수개월째 이어지던 학내분규와 소송은 법원의 강제조정과 총장에 대한 임시 지위보전, 교육과학기술부 특별감사가 있은 뒤, 제적된 학생들은 각서를 제출한 뒤 복귀했고 황 총장도 복귀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일단락되는 듯 했다. 결국 사건은 1개월만에 다시 터졌다. 이후 전개되고 있는 상황 역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사회와 총장 직무대행은 반발하면 해고나 직위해제로 맞서고 있다.
해결점 없이 팽팽한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서불대 사태는 단순하게 학내분규로 바라볼 수 없는 사안이라는게 불교계 일각의 지적이다. 조계종단의 종립학교는 아니지만 보문학원의 출발이나 역대 이사장을 스님들이 맡고 있어 불교계와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보문학원은 해방 직후인 1946년 공주 마곡사를 중심으로 충청권 사찰이 출자해 설립된 법인으로, 조계종단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망실재산이다. 정화라는 명목으로 대처승을 전국의 사찰에서 몰아내는 과정에서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가 조계종단과 상관없는 법인이 돼 버렸다. 보문학원은 조계-태고종 스님간 소송도 있었다. 태고종 현 총무원장인 운산 스님도 소송의 한 당사자였다.
어떤 경위로 직지사 문중에서 이사장을 맡게 됐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이사장은 출가사문이 맡아왔고, 조계종 원로부의장을 지낸 관응 스님도 오랜 기간 이사장을 역임한 것은 확실하다.
서불대 사태가 지금처럼 세간의 이목을 받으며 분쟁으로 계속된다면 조계종단은 이를 외면해서는 안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서불대 사태로 불교와 승가의 위의가 손상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 스님 때문에 종단과 불교가 손가락질 받을 일은 미연에 막는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