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스님이 잠결에 갈증을 느끼고 마침 부근에 샘과 바가지가 있어서 물을 마셨습니다. 물론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했습니다. 원효 스님이 동이 터서 주변을 살피니 그 굴은 석실형 무덤이고 간밤에 마셨던 물은 바로 시체가 썩은 물이고 바가지는 해골이었습니다.
어둠속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마신 그 물이나 바가지가, 시야가 트인 낮에 보니 시체 썩은 물과 해골이라! 순간 토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마음 공부하는 구도자일 수밖에 없던 원효는 이윽고 커다란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 물을 마신 어둠속의 자신이나 지금의 자신이나 다름이 없고, 시원하게 느끼기도 하고 토를 했던 그 해골과 물은 그대로 대상일 뿐, 문제는 본각을 벗어난 자신의 분별력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습니다.
유학의 궁극적 목적이 깨달음이었던 원효 스님은 그 목적을 이미 달성했기에 길을 포기하고 국내파로 남게 되었으며 이후 업적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UNWTO ST-EP재단(세계관광기구 지속가능관광―빈곤퇴치재단·이사장 도영심) 등은 '원효 트레일' 이라는 명칭아래 종교순례 코스를 정하고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고 합니다. 경주 - 문경 - 여주 - 평택 - 문경 - 구미 - 경산 - 경주 등지를 순회하는 코스입니다. 여기에는 470여개의 사찰이 포함됩니다.
종단과 어떠한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뒤통수를 되게 맞은 기분입니다. 불교계가 주체가 돼서 할 일을 빼앗겼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음은 필자의 중생심이라고만 하기엔 아쉬움이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종단이나 통과지 사찰에서는 이들에게 한 바퀴 돌고나니 남는 것은 ‘내가 원효가 되었네’ 이 한 마디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