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그 엄중한 자리
총무원장 그 엄중한 자리
  • 법응 스님
  • 승인 2024.02.26 16: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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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法應
폭설 직후 신흥사 설악산문 ⓒ2024 이석만
폭설 직후 신흥사 설악산문 ⓒ2024 이석만

나라 땅 역사와 함께 만들어지고 이어져 온 유·무형의 불교 유산은 시공을 초월해 모든 사람의 것이다. 장엄한 불교문화유산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오가며 삶을 영위하는 스님들은 선택된 복을 누린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스님들에게 수행과 중생들을 위한 보살행을 하는데 장애가 없도록 하며 새로운 불교문화를 창달하는 등 승려로서 향상일로(向上一路)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조력하는 조직이 조계종이다.

거대 종단의 행정을 총괄하는 지도자로서 총무원장의 사회적⋅행정적 위치와 그 직분의 엄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조계종법에 조계종을 ‘통리’한다 했으니 인사, 재정, 징계에 관한 막강한 권력과 더불어 종단을 대표하는 최고위직으로서의 권위, 그리고 그에 따르는 사회적 존경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총무원장에게는 이러한 영광과 더불어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도 따르니 조직 즉 종단과 승가의 발전을 위해 낡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제도는 고치고 새 제도를 통해 조직의 효율성 배가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사찰이나 스님들이 문제를 야기하면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입장에서 엄정하게 처결해야 하니 희생과 결단도 필요한 자리다.

1994년 종단개혁은 현대 한국불교의 분수령이 된 '혁명'으로 올해로 30주년이다. 이런저런 평가가 있었지만 조계종의 한계를 노출한 실패한 불사로 기억된다. 사찰 재정의 투명성 확보와 인사(선거)제도의 개혁은 실패로 돌아갔고 한국불교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할 산하기구 하나 설치하지 못했으며 수행자로서의 정체성과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가 사람을 바꾼다고 했다. 필자가 경험한 그간의 조계종은 제도도 사람도 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력에 탐닉하는 현상은 증가하는데 혁신은 외면 또는 두려워한다.

불가의 큰 병폐 중 하나는 부조리한 종단 현실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마치 깊은 수행의 결과인 것처럼, 혹은 세속을 초월한 출가자의 고상함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스님들이 흔히 ‘인연에 따라서 산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철저하게 반주체적이며 피동적이다. 부와 세속적 명예를 차지하고서는 ‘나는 여여하다’며 조직의 난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실 가장 속물스러운 행태다.

근래 몇몇 교구본사가 시끄럽고 소위 고위급들의 법명이 세간에 회자된 지 오래다. 종단이 정리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뿐인가. 여기저기서 거액의 사찰재정 누수 현상이 심각해 보이는데도 조치가 없다. 휴양과 선심성 목적의 집단 해외여행이 빈번하다. 원칙 인사는 포기한지 오래다. 종단 기능이 마비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온갖 어지러운 소식들의 근저에는 돈과 권력 그리고 지향점 상실이 깔려 있다. 어느 조직이든 최고의 위의는 조직의 설립 목적을 준수하며 원칙과 품위를 지키는데서부터다.

연초 하례식에서 종정 예하는 “종단에 체계가 없는 게 아니고, 법이 없는 게 아니니, 종헌종법에 의해서 모든 것을 행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라 했다. 이는 종도 대중에게 당부인 동시에 특별히 총무원장 스님 등 교역직 스님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고언이라고 생각한다.

명상이 유행인데 무엇이 진정한 명상인가? 조계종 자체의 최고 명상의 결과물은 종단 조직의 건강한 운영이다. 내 삶의 터전 여기저기서 악행이 자행되고 괴성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명상이 무슨 소용인가? 어느 집단이든 원칙과 질서 확립과 소통이 우선적 명상이다.

이(理)를 겸비한 위대한 사판승(事判僧)으로서의 총무원장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희망사항에 불과한가? 부패와 부조리는 한국불교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태생적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의 총무원장 선거 등 각종 선거제도는 물론 포교와 교육정책에 일대 혁신을 가하고 희망과 믿음이 가는 종단 백년대계를 기획해야 한다. 조계종이라는 거함(巨艦)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만 종단 안팎으로 신뢰와 호감을 얻을 수 있고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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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에게 물질적 풍요를 주는 이는 2024-02-26 17:48:57
나의 이익 앞에 그 무엇이 아까우리.
높은 자리에 있을때 한탕.
그게 꿈이고 바램인걸...
어떻게 차지한 자리인데...
넘 그러들 마시게....

이런 생각 아닐까....
나만 그런가....???

마이동풍 2024-02-26 17: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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