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불교계의 실천적 지식인 ‘효당’ 조명
근·현대 불교계의 실천적 지식인 ‘효당’ 조명
  • 이창윤
  • 승인 2024.01.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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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효당. 1975년 1월 9일. 민족사 제공.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1904~1979)의 진면목은 한 가지로만 정의할 수 없다.

1916년 사천 다솔사로 출가한 그는 다솔사불교전수강원을 설립·운영하고 해인사 주지를 역임한 승려였지만, 일제강점기 민족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1922년 일본에 유학한 효당은 박열, 박흥곤, 육홍균 등과 함께 불령선인사(不逞鮮人社)를 조직했고, 일왕을 암살하고자 박열과 함께 상하이에서 폭탄을 들여오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32년에는 김법린 등과 비밀결사 만당(卍堂)을 조직해 불교계 항일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효당은 1947년 미소공동위원회 대한불교단체대표에 피임된 뒤 1948년 사천·삼천포에서 당선돼 제헌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 뿐 아니다. 효당은 국민대학과 해인중·고등학교, 해인대학을 설립한 교육자이자, 1960년 이후 다솔사에 조실로 주석하며 원효교학과 차도(茶道) 연구에 전념한 학자이자 차도인(茶道人)이기도 하다.

‘효당 최범술의 생애와 국학 연구’란 부제를 단 이 책은 근·현대 한국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활동한 불교계의 실천적 지식인인 효당을 조명한 책이다. 지은이의 박사학위 논문 <효당 최범술의 생애와 국학 연구 - 불교 활동과 차문화 정립을 중심으로>의 제목을 평이하게 바꿔 출간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효당의 불교활동과 국학적 교학 연구, 한국 차 문화 정립 등이다.



인경 작업 감독하는 효당(왼쪽 두 번째. 양복 입은 이). 민족사 제공.



효당은 1937년 해인사 인경도감을 맡아 1만 1391판에 달하는 《해인사사간장경누판목록(海印寺寺刊藏經鏤版目錄)》을 완성했다. 해인사 장경판전에는 나라에서 조성한 경판〔國刊板〕인 고려대장경 외에도 사찰이나 지방관청에서 조성한 경판〔寺刊板〕도 포함돼 있다. 국간판이 한문 경전을 중심이라면, 사간판은 경전 주석서, 중국과 한국 승려의 찬술, 고승 전기와 어록, 불교 의례 등 다양한 전적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효당은 불교계 인사들과 함께 6개월 간 작업해 사간판까지 모두 인경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인경한 사간판에는 거란대장경 대안본(大安本)과 수창본(壽昌本), 원효 스님의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 상권, 의천 스님의 《대각국사문집(大覺國師文集)》 완질, 의상 스님의 <백화도량발원문(白花道場發願文)> 등이 포함돼 있다. 간본이 전하지 않는 국내 유일판으로, 이때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원효, 의천, 만해 등에 학문적 관심을 보인 효당은 《해인사사간장경누판목록》 외에 《원효성사반야심경복원소(元曉聖師般若心經復元疏)》, 《십문화쟁론 복원을 위한 모집 자료》 등 저술을 남겼다.


민족사 제공.
만년의 효당. 1975년 1월 9일. 민족사 제공.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1904~1979)의 진면목은 한 가지로만 정의할 수 없다.

1916년 사천 다솔사로 출가한 그는 다솔사불교전수강원을 설립·운영하고 해인사 주지를 역임한 승려였지만, 일제강점기 민족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1922년 일본에 유학한 효당은 박열, 박흥곤, 육홍균 등과 함께 불령선인사(不逞鮮人社)를 조직했고, 일왕을 암살하고자 박열과 함께 상하이에서 폭탄을 들여오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32년에는 김법린 등과 비밀결사 만당(卍堂)을 조직해 불교계 항일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효당은 1947년 미소공동위원회 대한불교단체대표에 피임된 뒤 1948년 사천·삼천포에서 당선돼 제헌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 뿐 아니다. 효당은 국민대학과 해인중·고등학교, 해인대학을 설립한 교육자이자, 1960년 이후 다솔사에 조실로 주석하며 원효교학과 차도(茶道) 연구에 전념한 학자이자 차도인(茶道人)이기도 하다.

‘효당 최범술의 생애와 국학 연구’란 부제를 단 이 책은 근·현대 한국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활동한 불교계의 실천적 지식인인 효당을 조명한 책이다. 지은이의 박사학위 논문 <효당 최범술의 생애와 국학 연구 - 불교 활동과 차문화 정립을 중심으로>의 제목을 평이하게 바꿔 출간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효당의 불교활동과 국학적 교학 연구, 한국 차 문화 정립 등이다.

인경 작업 감독하는 효당(왼쪽 두 번째. 양복 입은 이). 민족사 제공.
인경 작업 감독하는 효당(왼쪽 두 번째. 양복 입은 이). 민족사 제공.

효당은 1937년 해인사 인경도감을 맡아 1만 1391판에 달하는 《해인사사간장경누판목록(海印寺寺刊藏經鏤版目錄)》을 완성했다. 해인사 장경판전에는 나라에서 조성한 경판〔國刊板〕인 고려대장경 외에도 사찰이나 지방관청에서 조성한 경판〔寺刊板〕도 포함돼 있다. 국간판이 한문 경전을 중심이라면, 사간판은 경전 주석서, 중국과 한국 승려의 찬술, 고승 전기와 어록, 불교 의례 등 다양한 전적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효당은 불교계 인사들과 함께 6개월 간 작업해 사간판까지 모두 인경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인경한 사간판에는 거란대장경 대안본(大安本)과 수창본(壽昌本), 원효 스님의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 상권, 의천 스님의 《대각국사문집(大覺國師文集)》 완질, 의상 스님의 <백화도량발원문(白花道場發願文)> 등이 포함돼 있다. 간본이 전하지 않는 국내 유일판으로, 이때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원효, 의천, 만해 등에 학문적 관심을 보인 효당은 《해인사사간장경누판목록》 외에 《원효성사반야심경복원소(元曉聖師般若心經復元疏)》, 《십문화쟁론 복원을 위한 모집 자료》 등 저술을 남겼다.

민족사 제공.

국학에 대한 효당의 관심은 교학 연찬에만 머물지 않았다. 효당은 우리나라 차, 차도를 다시 일으킨 차도인이기도 하다. 다성(茶聖) 초의 스님을 세상에 널리 알린 이가 바로 효당이다. 사천 다솔사에 차나무를 심어 차를 직접 만들고,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판 단행본인 《한국의 차도(茶道)》를 저술해 한국 차 문화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대중화시켰다.

효당은 차 생활이 인간의 본능에 속하는 행위로서 누구나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보았다. 그는 차도(茶道)에는 들어가거나 나오거나 할 문이 없다는 ‘차도무문(茶道無門)’을 강조하기도 했다.

“남녀노소 어떠한 부류에 관계없이, 누구나 차를 즐기고 차생활을 할 수 있다”는 그의 차도는 부처와 중생이 다른 존재가 아니며, 누구나 불성이 있다는 불교사상과 잇닿아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효당의 업적, 일생에 걸친 그의 활동과 성격, 지향점을 학문적으로 규명하는데 힘썼다. 효당은 승려이자 독립운동가, 정치인, 교육자, 원효학 학자, 차도인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불리고 평가됐다. 하지만 그의 정체성의 근간은 불교인이자 차도인이다. 효당은 불교와 차도를 같은 선상에서 보며 사람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듯이 차의 길에서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면서도 다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대승적 자각과 대사회성의 회복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은이는 이러한 고찰을 통해 효당의 일생과 활동, 연구의 성격과 지향점이 결국은 근대적인 민족적 자아의 재발견으로서의 ‘국학’으로 귀결하였음을 밝힌다.

민족사 | 592쪽 | 5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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