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서 벗어나야 참된 출가”
“탐욕에서 벗어나야 참된 출가”
  • 법진 스님
  • 승인 2023.12.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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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백담사 전경.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출가한 사찰이다. 사진 이창윤.
인제 백담사 전경.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출가한 사찰이다. 사진 이창윤.

829. 부처님이 사위국1) 기원정사〔舍衛國精舍〕에 계실 때이다. 네 명의 새로 출가한 비구〔新學比丘〕가 있어 망고나무〔㮈樹〕2) 아래에 이르러 좌선하며 도를 닦을 때 망고나무 꽃이 활짝 피어 빛깔이 좋고 또한 향기로웠다. 그리하여 서로 말하였다. “세상 만물 중에 무엇이 사랑할 만하여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할까?” 한 사람이 말하였다. “봄이 한창일 때 모든 나무에서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들판에서 노닌다면 이것이 가장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지.”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종친(宗親)끼리 기분 좋게 만나〔吉會〕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면 이것이 가장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지.”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재화와 보물〔財寶〕을 많이 모아서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지고 수레와 말과 옷이 특이하여 들고 나매 빛이 나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면〔矚目〕 이것이 가장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지.”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처와 첩이 단정하고 비단옷〔綵服〕이 선명하며 향기가 풍기며〔香熏芬馥〕 멋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恣意縱情〕3) 이것이 가장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 하겠지.” 부처님께서 네 사람이 여섯 가지 욕망(六欲)4)에 생각이 치닫는 것을 아시고 네 사람을 곧 불러 물었다. “나무 밑에 모여 앉아〔樹下屬坐〕 무슨 이야기를 함께 하였느냐?” 네 사람이 사실대로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이 네 사람에게 말씀〔告〕하셨다. “너희들이 이야기 한 것들은 모두 근심과 두려움과 위험과 멸망〔憂畏危亡〕의 도(道)이지, 늘 평안하고 가장 즐겁게 하는 법이 아니다. 만물이 봄에 활짝 피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쇠락하며, 종친을 만나 즐거웠더라도 반드시 헤어질 수밖에 없고, 재화와 보물과 수레와 말은 다섯 집〔五家〕5)에 속한 것이고, 처와 첩의 아름다움〔美色〕은 애증의 근본〔主〕이라 범부가 처세할 때에 재앙을 초래하여 몸이 위태로워지고 일족이 멸망하고 근심과 두려움이 한량없어 삼도팔난6)의 고통 만 가지가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러하므로 비구는 세상을 버리고 도를 구하여 뜻을 무위(無爲)7)에 두고 영화로움과 이익을 탐하지 아니하여 열반에 스스로 이르게 되느니 이것이 (사람의 마음을)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이다. -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팔대인각경(八大人覺經)》

830. 탐욕은 해탈을 어렵게 하나니 탐욕으로부터 벗어나야 참된 출가이다. 탐하지 않으면 쾌락을 얻느니 지혜로운 이는 탐욕하는 바가 없느니라. - 《법집요송경(法集要頌經)》

831. 탐욕이 근심을 생겨나게 하고 탐욕이 두려움을 생겨나게 하니 탐욕이 없으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리오. - 《법구경(法句經)》

〔주〕 -----

1) 사위성(舍衛城, 梵語:श्रावस्,त Śrāvastī, 巴利語:Sāvatthī)은 옛 인도 항하강 북안에 위치한 구살라국(拘薩羅國, Kosala)의 도성이다. 항하강 남안에 위치한 마가다국(摩揭陀國, Magadha)의 왕사성(王舍城)과 멀지 않다.

2) 柰樹(내수 또는 나수)라고 표기되는 경우가 많으며 암마라(菴摩羅, āmra)를 의미한다. 흔히 망고나무라고 하는 과실수 이름으로 학명은 Mangifera indica, Linn. 내수(柰樹), 내(㮈), 난분별수(難分別樹), 몽과수(檬果樹)라고 번역한다. 망고는 내과(柰果, 㮈果), 몽과(檬果)라고도 한다. 열매의 색이 초록색인 채로 익은 것도 있기 때문에 경전에서 예컨대 겉과 속이 다른 경우라든지, 불성(佛性)의 비유, 수행자의 수행 깊이를 판단하는 경우 등등 비유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또한 아말라카(āmalaka)의 음역어와 비슷하여 곧잘 혼동되기도 하지만, 둘은 서로 다르다. 암몰라(菴沒羅), 아말라(阿末羅), 암바라(菴婆羅), 암마륵(菴摩勒), 엄마라(掩摩羅). 암라(菴羅). → 아마륵(阿摩勒). 〔《玄應音義》 二一〕

3) 참조: 縱情〔zòngqíng〕(→任情)은 현대중국어로는 “하고 싶은 바를 다하다. 한껏〔마음껏〕 하다.”라는 뜻이 있다.

4) 천태 지의(天台 智顗, 538~597)의 《마하지관(摩訶止觀)》, 《석선바라밀차제법문(釋禪波羅蜜次第法門)》에 따르면 색욕(色欲)·형모욕(形貌欲)·위의자태욕(威儀姿態欲)·언어음성욕(言語音聲欲)·세활욕(細滑欲)·인상욕(人相欲) 이 여섯이다. 이원섭(477쪽)은 “6근에서 생기는 갖가지 욕망”으로 보고 있다.

5) 《불교대전》에는 탐가(貪家)로 되어 있지만 《법구비유경》 원문에는 다섯 집, 즉 오가(五家)로 되어 있다. 오가(五家)는 흔히 관청의 몰수, 도적의 겁탈, 물의 재앙, 불의 재앙, 방탕한 자식들의 낭비〔官家·盜賊·水·火·惡子〕라고 하나 《육도집경(六度集經)》권1에는 “五家分者:一水, 二火, 三賊, 四官, 五為命盡.”(T3, 3b22-23)으로 나오고, 《대보적경(大寶積經)》에는 “一切財業非是真寶, 五家水, 火, 盜賊, 怨家債主, 縣官, 惡子分耳.”(T11, 80a19-21)라고 나온다. 이원섭 역주(477쪽)에서는 탐가(貪家)를 빈가(貧家)로 잘못 읽고 있다.

6) 삼도팔난(三塗八難)이란 불법을 듣지 못하는 세 가지 혹은 여덟 가지 어려움을 가리킨다.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은 삼도이면서 팔난에 속하고, 나머지는 ‘오래 살아 도를 구하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長壽天難〕’, ‘즐거움이 넘쳐 도를 구하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邊地 鬱單越難〕’, ‘감각기관에 결함이 생겨 보고 들을 수 없는 상태〔맹농음아난(盲聾瘖瘂難)〕’, ‘총명하나 외도의 이론에 빠져 불법을 배척하는 상태〔世智辯聰難〕’, ‘붓다가 없을 때 태어난 상태〔生在佛前佛後難〕’ 등을 말한다. 팔난(八難, aṣṭa-akṣaṇa)은 팔난처(八難處)·팔난해법(八難解法)·팔무가(八無暇)·팔불한(八不閑)·팔비시(八非時)·팔악(八惡)·팔불문시절(八不聞時節)로 부르기도 한다.

7) 무위(無爲)는 범어 asaṃskṛta를 번역한 것이다. ‘인위적으로 지어지지 않은 것’이라는 뜻으로 인과관계나 생멸변화가 아닌 영원 절대의 진실·진리를 뜻한다. 그 반대는 유위(有爲)이다.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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