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봉당 자승 대종사시여! 지금 어디 계십니까
홀연히 인연을 다하시니 푸른 하늘이 얼어붙고 조계의 뜰이 흐느낍니다.
대종사님의 갑작스런 원적을 맞아 황망한 마음을 감추고 눈물을 삭이며 조사를 올립니다. 대종사께서는 한국불교의 혼란을 극복하고 종단의 화합을 이끌어 낸 한국불교의 크나큰 기둥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일찍이 요익중생의 원력을 세워 설악산 봉정암에서 기도 정진을 마친 후 봉암사 특별선원을 비롯한 제방에서 수행에 매진하셨습니다.
사찰 주지와 4차례에 걸친 중앙종회 의원 소임, 총무원 부실장을 역임한 스님께서 총무원장을 맡으시니 한국불교에 새 역사가 열렸습니다. <자성과 쇄신 결사>, <승려복지 시행>, <신도시 전법 불사>,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자비나눔>, <종교간 소통과 화합>, <한국불교세계화> 등 현재 한국불교의 토대는 오직 스님의 헌신 위에서 다져졌습니다.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최초로 총무원장을 연임한 스님의 가르침 안에서 한국불교의 안정과 중흥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법을 향한 당신의 원력에 수미산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혹한을 이겨낸 위례 천막결사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낙동강 순례에서, 삼보사찰 천리 순례에서 그리고 마침내 부처님의 길을 따라 일궈낸 인도 성지순례에서 한국불교는 중흥의 꽃을 피웠습니다. 온 생의 원력을 모아 불교중흥에 진력하시었으니 사부대중 모두가 당신의 품 안에서 환희와 감동의 꽃비를 맞이했습니다.
때로는 엄격한 스승처럼, 때로는 도반처럼 대중을 이끌어 주시던 대종사께서 이렇듯 홀연히 해탈의 길에 드시니 우리 후학들은 어느 하늘 아래 기대어 이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합니까. 대한불교조계종의 사부대중은 당신을 잃은 이 슬픔을 전법의 의지와 원력으로 삼아 한국불교 중흥과 전법의 숙원을 기필코 완수하겠습니다.
해봉당 자승 대종사이시여!
생사와 생멸 없는 이치를 깨치시고 속환사바하시어 큰 가르침으로 저희를 이끌어 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부처님 법! 오롯이 전하겠습니다.
불기2567(2023)년 12월 3일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정도 분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