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이자 스님들의 피땀으로 지탱해 온 불교성산(佛敎聖山) 천성산 정상부에 산(山) 소유자 허락도 없이 나랏돈 5억여 원을 들여 일출전망대(천성대)를 세우려던 경남 양산시가 산주(山主)인 내원사에 결국 사과했다.
양산시는 당초 유라시아 대륙에서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조망할 수 있는 천성산 정상부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사업비 5억여 원을 들여 '천성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산주인 내원사가 강력 반대하자 최근 인근 양산시 시유지로 옮겨 사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지난 13일 불교계·양산시민통합위원회·양산시의회·환경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천성산 해맞이 사업 간담회'에서 "내원사를 직접 찾아가 사업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상의하는 절차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결례를 범했던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불교계를 대표해 통도사주지 현덕 스님 내원사주지 지도 스님, 미타암주지 동진 스님 등이 참석했다.
양산시의 묻지마식 사업을 처음부터 반대해 온 내원사 주지 지도 스님은 이날 "어떻게 땅 주인도 모르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너무 놀랐고 믿을 수가 없었다. 천성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좀 더 특별한 관광 브랜드를 가지고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산시가 내원사 사유지 인근 시유지로 옮겨 짓기로 한 천성대 설치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천성산은 하나의 몸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내원사 탄호 스님은 "원효대사 화쟁사상 등 불교 교리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양산시가)테마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정책을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한 방편으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양산시를 꼬집었다.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도 내원사 스님들 주장에 힘을 보탰다.
현덕 스님은 "직접 (천성산에)올라가 보니 너무나 훼손이 많이 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며 선(先)천성산 복원, 후(後) 천성산을 세계에 알릴 방안을 시민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양산시장의 개발논리를 맞받았다.
한편 박원현 시민통합위원장은 천성대 설치 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했고, 김영희 위원은 천성산을 올라갈 수 있는 길도 더 확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통합위원회는 민선시장의 전위부대 같은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