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은 인도에서 왔다
[기고] 한글은 인도에서 왔다
  • 허정 스님/전 천장사 주지
  • 승인 2023.10.06 11:37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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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문자는 종교를 따라서 흐른다

한글은 인도에서 왔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전파되면서 운서가 만들어졌고 그 운서를 모방하여 훈민정음이 만들어 졌다. 인도의 범어가 중국을 거쳐 조선에 도달하여 훈민정음이라는 꽃을 피운 것이다. 범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직음법(直音法), 반절(反切)법이 생겨났다. 송대(宋代)의 송경문필기(宋景文筆記)에 "절운의 방법은 서역에서 나왔다. 한인(漢人)들이 글자를 가르칠 때 다만 어떤 자처럼 읽으라고 말할뿐, 반절을 사용하지 않았다(切韻之學出于西域,漢人訓字,止日讀如某字,未用反切)"라고 밝히고 있다. 반절(反切)은 한자음을 성(聲)과 운(韻)으로 나누고, 성(聲)에 해당하는 한자와 운(韻)에 해당하는 한자를 조합하여 특정 한자음을 기록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한자 東의 반절표기는 德紅切이라고 표현하는데 東(동)은 德(덕)의 초성인 ㄷ과 紅(홍)의 종성(옹)을 합해서, 東(동)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반절의 성(聲)과 운(韻)을 다시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누어서 글자를 만든 것이 훈민정음이다.훈민정음 해례에서는 "ㅋ은 연구개음이니 쾌(快)자의 초성(初聲)과 같다(ㅋ牙音如快字初發聲)" 라고 설명하는데 이것이 훈민정음식 반절법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이라는 발음기호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중국처럼 君(군) 快(쾌) 虯(뀌) 業(업)이라는 반절법으로 각 초성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훈민정음에는 아음 ‘ㄱㅋㄲㆁ’, 설음 ‘ㄷㅌㄸㄴ’, 순음 ‘ㅂㅍㅃㅁ’, 치음 ‘ㅈㅊㅉㅅㅆ’, 후음 ‘ㆆㅎㆅㅇ’, 반설음(ㄹ), 반치음(ㅿ)이라는 23개의 자음이 나타난다. 훈민정음에서는 왜 君, 快, 虯, 業(ㄱㅋㄲㆁ)의 순서로 글자를 만들었는가? 그것은 중국의 운서가 見,溪,群,疑(ㄱㅋㄲㆁ)이라는 순서로 되어있기 때문이며, 범자가 ka kha ga gha ṅa의 순서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制字解)에서 "지금 훈민정음을 만든 것은, 처음부터 지혜로 만들고 노력으로서 찾아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성(聲)과 음(音)을 바탕으로 그 이치를 다할 따름이다.(今正音之作,初非智營而力索,但因其聲音而極其理而已)"라고 말하고있다. 성(聲)과 음(音)은 중국운서의 사성(四聲)과 칠음(七音)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다음해(1444년)에 최만리의 상소를 받고 "네가 운서(韻書)를 아느냐. 사성칠음(四聲七音)에 자모(字母)가 몇이나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의 그 사성과 칠음은 중국의 운서에서 설명하는 사성과 칠음이었다.

2.훈민정음이 인도 범어를 모방했다는 기록들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730)'에는 서진(西晋) 시대(265~316)에 인도의 범어를 소개한 '실담모(悉曇慕)'가 2권으로 번역되어 있고, 당나라 지광은 ’실담자기(794)‘에서 범어의 자음을 칠음(牙音·歯音·舌音·喉音·唇音)의 순서로 소개하고 있다. '대송중수광운(大宋重修廣韻,1008)'에서는 자음 36자를 칠음의 순서를 바꾸어 우리에게 익숙한 칠음(아설순치후반설반치) 순서로 소개하고 있다. 정초(鄭樵)가 편찬한 '통지(通志,1161년)'의 칠음략(七音略)에는 "칠음의 운(韻)은 서역으로 부터 생겨서 전 중국에 유입되었다(七音之韻起自西域流入諸夏)"라고 말하고 있고, '홍무정운역훈(洪武正韻譯訓,1455)' 서(序)에서 신숙주도 "칠음은 서역(西域)에서 기원하였는데, 송대 선비가 운보(韻譜)를 만들자 씨줄과 날줄이 비로소 하나가 되었다.(七音起於西域 至于宋儒作譜 而經緯始合爲一)"라고 적고 있다. 같은 책에서 "우리 세종 장헌대왕께서 음운학에 관심을 갖고 내용을 깊이 연구하여 훈민정음 몇 십자를 창제하시니.... 우리 동방 선비가 비로소 사성(四聲)과 칠음(七音)을 알게 되었다.(我世宗莊憲大王 留意韻學 窮硏底蘊 創制訓民正音若干字 .. 吾東方之士 始知四聲七音)"라고 적고있다. 성현은 '용재총화(慵齋叢話1525)'에서 언문은 “초성·종성 8자, 초성 8자, 중성 12자의 글자체는 범자(梵字)를 본받아 만들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峯類說,1614)'에서 “우리 나라 언서(諺書)는 전적으로 범자를 모방했다(我國諺書字樣篆倣梵字)”고 전하고 있으며, 이익도 '성호사설(星湖僿說,1760)'에서 "원나라 파스파(巴思八)가 몽고글자를 만들었는데 평성,상성,거성,입성의 운(韻)을 7음에 넣어 빠뜨림이 없었고... 이것이 언문의 기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황윤석(1729-1791)의 '운학본원(韻學本源)'에도 “우리 훈민정음의 연원은 여기에 근본 하였으며, 결국 범자(梵字)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유희(柳僖)의 '언문지(1824)'에서도 “언문은 비록 몽고에서 시작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완성되었다.”라고 전한다. 불교학자 이능화 역시 '조선불교통사(1916)'에서 "우리 훈민정음의 연원은 범자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諺文字法源出梵天條)"고 적고 있다.일본의 金澤廣三郞 박사도 "한글은 범자를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 말하고 있고,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머물던 미국 선교사이자 한글학자인 언더우드는 "한글의 기원은 산스크리트어에 근거한 문자라고 생각된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3.범자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중국의 운서의 내용

사성칠음(四聲七音)으로 설명하는 중국의 운서는 범어를 본 뜬 것이다. 칠음(七音)은 소리가 만들어지는 조음 위치를 말하고 사성(四聲)은 성대의 떨림과 호흡의 세기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네가지로 설명하는 것이다. 훈민정음은 중국 운서를 모방하여 사성칠음(四聲七音)으로 만들어졌다. 중국의 운서는 어떻게 범어의 영향을 받았을까? 먼저 범어의 자음체계를 보자.

그림1. 범어의 조음위치에 따른 자음체계



위 (그림1)에서 보듯이 범어 자음은 목구멍에서부터 입술까지 ⓵ ⓶ ⓷ ⓸ ⓹ 위치에 따라 소리가 난다. 소리를 만드는 구강의 모양과 혀의 위치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는데 대단히 과학적이다. (그림1)은 범어를 영어 알파벳과 데와나가리 문자로 표기한것이다. 범어는 ⓵ 연구개음 ka kha ga gha ṅa, ⓶ 경구개음 ca cha ja jha ña, ⓷ 권설음 ṭa ṭha ḍa ḍha ṇa, ⓸ 치음 ta tha da dha na, ⓹ 순음 pa pha ba bha ma, ⓺ 반모음 ya va ⓻유활음 ra la ḷa ⓼ 마찰음śa ṣa sa ⓽기식음 ha ⓾ 억제음 aṁ으로 조음의 위치를 나눈다. 이것이 중국의 운서에서 구강의 모양과 혀의 위치는 칠음(七音)이되고 성대의 울림과 날숨의 세기는 사성(四聲)이된다. 모음과 자음 하나하나의 소리가 이렇게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범어는 인종과 지역과 시대를 넘어서 그 영향력이 광대하였다.

범어의 십음오성(十音五聲)은 중국의 광운(廣韻,1008)에서 십음사성(十音四聲)으로 변화한다. 범어의 십음(十音)과 광운의 십음(十音)은 갯수는 같으나 내용면에서 다르다. 광운(廣韻)에서는 ⓵ 아음 : 껸(見)켸(溪)군(群)의(疑) ⓶설두음: 딴(端)투(透)정(定)니(泥) ⓷설상음: 찌(知)철(徹)징(澄)양(孃) ⓸중순음: 빵(幫)팡(滂)병(幷)명(明) ⓹경순음: 삐(非)푸(敷)봉(奉)미(微) ⓺치두음: 쩡(精)청(淸)종(從)심(心)사(邪) ⓻정치음: 쪼(調)천(穿)상(床)심(審)상(祥) ⓼후음 : 효(曉)캅(匣)영(影)유(喩) ⓽반설음: 래(來) ⓾반치음: 일(日)으로 나눈다. 그러나 범어는 설음을 설두음과 설상음으로 나누지 않고, 순음을 중순음과 경순음으로 나누지 않는다. 중국에서 십음(十音)을 범어와 다른 기준으로 나눈 것은 중국인들이 가진 한자발음이 범어와 달랐기 때문이다. 광운에 나타나는 설상음(찌(知)철(徹)징(澄)양(孃))과 치두음(쩡(精)청(淸)종(從)의 발음을 훈민정음으로 표기하였을때 설상음도 ㅈ ㅊ ㅉ 으로 표기하고 정치음도 ㅈ ㅊ ㅉ 으로 표기하여 변별력이 없다. 그래서 훈민정음에서는 설두음과 설상음이 합해지고 치두음과 정치음도 하나로 통합되고 중순음과 경순음만이 그대로 전승되어 ⓵ 아음: 君(군) 快(쾌) 虯(뀌) 業(업) ⓶설음: 斗(두) 呑(탄) (땀) 那(나) ⓷순음: 彆(별) 漂(표) 步(뽀) 彌(미) ⓸치음: 卽(즉) 侵(침) 慈(짜) 戌(술) 邪(싸) ⓹후음:挹(읍) 虗(허) 洪(홍) 欲(욕) ⓺반설음:閭(려) ⓻반치음:穰(양)이라는칠음(七音)으로 정리된다. 결과적으로 훈민정음의 칠음사성(七音四聲)에는 범어의 유활음(ra ḷa)과 마찰음(śa ṣa)과 억제음(aṁ)이 빠지게 됨으로서 훈민정음은 범어보다는 빠알리(pali)어에 가까운 언어가 되었다.(그림2) 이것은 브라흐미와 싯담문자에서 자음과모음을 결합하여 음절문자를 만드는 것이 훈민정음과 유사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범어 10음(音) 5성(聲) 광운 10음(音) 4성(聲) 훈민정음 7음(音) 4성(聲)

연구개음 ka kha ga gha ṅa

경구개음 ca cha ja jha ña

권 설 음 ṭa ṭha ḍa ḍha ṇa

치 음 ta tha da dha na

순 음 pa pha ba bha ma

반모음 ya va

유활음 ra la ḷa

마찰음 śa ṣa sa

기식음 ha

억제음 aṁ 아 음 : 껸(見)켸(溪)군(群)의(疑)

설두음: 딴(端)투(透)정(定)니(泥)

설상음: 찌(知)철(徹)징(澄)양(孃)

중순음: 빵(幫)팡(滂)병(幷)명(明)

경순음: 삐(非)푸(敷)봉(奉)미(微)

치두음: 쩡(精)청(淸)종(從)심(心)사(邪)

정치음: 쪼(調)천(穿)상(床)심(審)상(祥)

후 음 : 효(曉)캅(匣)영(影)유(喩)

반설음: 래(來)

반치음: 일(日) 아음:君(꾼) 快(쾌) 虯(귀) 業(업)

설음:斗(뚜) 呑(탄) (담) 那(나)

순음:彆(뼐) 漂(표) 步(보) 彌(미)

치음:卽(쯕) 侵(침) 慈(자) 戌(술)邪싸

후음:挹(읍) 虗(허) 洪(홍) 欲(욕)

반설음:閭(려)

반치음:穰(양)



그림2. 범어 자음과 중국 광운의 자음과 조선의 훈민정음 자음 비교



범어의 오성(五聲)이 중국의 운서와 훈민저음에서 사성(四聲)이된 이유를 살펴보자. 범어는 성대의 떨림과 기식의 세기에 따라 각각 무성무기음(ka) 무성유기음kha) 유성무기음(ga) 유성유기음(gha) 비음(ṅa)의 오성(五聲)을 가진다. 무성음에서 유성음 그리고 비음의 순서로 배열된 것은 발음하기에 쉽고 편리한 순서를 따른 것이다. 성대가 떨리지 않는 무성음(ka, kha)은 성대가 떨리며 나는 유성음(ga, gha)에 비해 발음하기가 쉽고 에너지 소비가 적다. 어린 아이가 아버지를 '빠빠', 과자를 '까까', 더러운 것을 '찌찌'라고 발음하고 어른들이 어린아이를 상대로 놀아줄 때 '까꿍'하며 놀아주는 것은 그 소리들이 어린아이가 발음하기 쉽고 따라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범어의 조음 방식은 인간이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순서로 되어있다. 범어와 중국의 운서와 훈민정음이 모두 비음(ṅa)으로 끝나고 있는 것도 훈민정음이 범어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다.

범어는 무성무기음(ka) 무성유기음kha) 유성무기음(ga) 유성유기음(gha) 비음(ṅa)이라는 다섯가지 음을 중국운서는 유성유기음(gha)을 생략하고 네가지 음으로 설명한다. 중국인들은 유성무기음(ga)과 유성유기음(gha)을 구별하기 어렵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반경에서는 범어의 36개 자음을 모두 적었지만 중국의 번역가들은 범어의 유성유기음(gha,jha, ḍha, dha, bha)을 제외하고 운서를 만들었다. 중국의 모든 운서들은 유성유기음이 생략되어있다.

훈민정음 정인지의 글에서 "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雖風聲鶴戾,雞鳴狗吠,皆可得而書矣)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은 이미 범어 36자모를 옮겨 적은 '칠음략'의 서문에 나타난다. "중국승려(華僧)가 수긍하여 삼십육자모를 정하여 중경청탁(重輕淸濁)이 그 질서를 잃지 않아 천지만물의 음이 여기에 맞추어 졌다. 비록 학의 울음 소리, 바람소리, 닭이 우는 소리, 개가 짖어대는 소리, 뇌성벽력(雷聲霹靂)과 하늘을 놀라게 하는 소리, 귀(耳)를 지나가는 모기나 벌레 소리까지도 음역(音譯)할 수 있게 되었다. 하물며 사람의 말에 있어서랴?(華僧従而定之以三十六為之母, 重軽清濁不失其倫, 天地万物之音備於此, 矣雖鶴唳風声鶏鳴狗犬雷霆驚天蚊虻過耳皆可訳也, 況於人言乎) 범어의 조음 위치와 발성원리에 대한 중국인들의 찬탄을 범어를 모방한 훈민정음에서 다시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중국에서 '반절'로 범어의 자음을 표기해야 했던 이유?

불교가 전해지면서 번역가들은 표음문자인 범어를 표의문자인 중국어로 표기하고 번역해야 했다. 첫 번역은 중국인들이 아니라 천축국 승려들이 담당했다. 천축국 승려들이 중국말을 배워서 범어 (ka) (kha) (ga) (gha) (ṅa)를 범자의 음가에 대응하는 한자를 찾아서 그대로 표기하였다. 400년경에 담무참(385~433년)이 번역한 '대승대반열반경'에는 범어의 36자음자가 한자로 표기되어있다.(그림3) 그런데 범어 자음의 음가와 정확히 대응되는 한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림3. 열반경에 나타난 범어 자음의 음사 방식



범어 (ka) (kha) (ga) (gha) (ṅa)를 까(迦) 카(佉) 가(伽) 가(呿) 아(俄)로 음차(音借)하다가 한자의 음가를 더욱 정확하게 표기하기 위하여 '반절(절운)'로 표기하였다. 반절표기는 한자로 見 溪 群 疑 라고 쓰고 그것을 (ka) (kha) (ga) (ṅa)로 읽어야 한다는 약속이다. 중국은 넓어서 지역마다 한자의 발음이 달라졌다. 하물며 한자를 빌어쓰는 조선의 상황은 어떠했겠는가? 훈민정음 해례본 처음에 "나라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文字) 서로 통하지 아니할세(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이러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한자발음과 조선의 한자발음이 같지 않았기에 조선에서는 반절 견(見)켸(溪)꾼(群)의(疑)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운서의 발음을 따르면서도 훈민정음에서는 다른 한자를 사용하여 반절 君(군) 快(쾌) 虯(뀌) 業(업)으로 (ka) (kha) (ga) (ṅa)를 표기 하였다.

6세기경에 진언을 수행하는 중국승려인 지광(智廣: 760-830)이 『실담자기(悉曇字記)』를 써서 진언의 발음이 정확치 않은 것을 고치고자 하였다. 지광은 실담자기에서 "ka迦 자는 반절 居下反이다. 반절 姜可反에 가깝게 소리난다.", "ga迦자는 반절로 渠下反이다. 경음(輕音)으로 반절 其下反에 가깝게 소리난다.", "ghal伽자는 중음(重音)으로 반절 渠我反에 가깝게 소리난다."라고 설명하고있다. 유성무기음(ga)을 경음(輕音)으로 소개하고 유성유기음(gha)을 중음(重音)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반절도 표기되는 것과 실제 소리나는 것을 다르게 적으며 범자의 발음까지 세심하게 설명하고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의 운서들은 발음하기 어려운 범어의 유성유기음(gha,jha, ḍha, dha, bha)을 포기하고 사성(四聲)으로 적었고 훈민정음도 중국운서를 따라서 유성유기음(gha)을 생략하고 4개의 자음(四聲)만 사용하게 되었다. 티벳문자와 파스파 문자에도 유성유기음(gha)이 삭제되어 사성(四聲)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인도와 가까운 스리랑카어, 미얀마어, 태국어, 힌디어, 캄보디아어등에는 유성유기음(gha)이 지금도 그대로 살아있다.

5.훈민정음에서 ㄲ(ka)와 ㄱ(ga)의 순서가 바뀌게 된 이유

범어의 36자음을 중국운서 광운(廣韻1008)에서는 36자음,고금운회(古今韻會1292)에서는 35자음, 홍무정운(洪武正韻1375)에서는 31자음으로 표기하였다. 그리고 훈민정음에서는 더욱 줄어서 23자모가 되었다. 이렇게 훈민정음의 자음이 축소된 이유를 동국정운 서문에서 신숙주는 "설두(舌頭)·설상(舌上)과 순중(唇重)·순경(唇經)과 치두(齒頭)·정치(正齒)는 우리나라의 발음으로는 분별할 수 없었기 때문"(如舌頭舌上 唇重唇輕、齒頭正齒之類, 於我國字音, 未可分辨)이라고 설명하고있다. 범어의 유성유기음(gha)이 삭제된 것 말고도 훈민정음에서는 무성무기음(ka)과 유성무기음(ga)의 순서가 바뀌어 있다. 일본어도 범어를 모방한 것이기에 모음(a-i-u-e-o) 순서와 자음(ka-sa-ta-na-ha-ma-ya-ra-wa) 순서가 범어의 모음순서와 자음순서와 같다. 일본어의 か(k)는 「ㄱ」의 「ㅋ」의 중간음으로 발음되고 か가 뒤에 붙을 때에는 「ㄲ」에 가깝게 소리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か 발음은 「ㅋ」「ㄲ」으로 들린다. か(k)는 범어처럼 무성음으로 발음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훈민정음에서 무성무기음 ㄲ(ka)발음이 유성무기음 ㄱ(ga)으로 발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세가지로 추측해본다.

첫째는 중국운서에서 어금닛소리(牙音)를 견(見)켸(溪)꾼(群)의(疑)라고표기했다. 이 견(見)을 고대 한자음에서는 껸(見)으로 발음되었는데 조선에서는 견(見)으로 발음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 당연히 무성무기음 껸(見)으로 발음되었기에 반절로 표기하여 사용한 것인데 범어의 발음을 제대로 몰랐던 조선에서는 유성무기음 견(見)으로 발음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ㄲ'의 발음이 'ㄱ'발음으로 바뀐 것이라고본다.

두번째는 훈민정음에서는 청음(淸音)과 탁음(濁音)을 반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훈민정음에서는 성대가 떨리지 않고 나오는 ka kha를 탁음(濁音)이라고 설명하고 성대가 진동하여 나오는 ga gha를 청음(淸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오해때문에 무성음 ka(ㄲ)와 유성음 ga(ㄱ)를 바꾸어놓은 것이라고본다.

세번째는 첫째 동국정운 서문에서 "어금닛소리(牙音)로 말할 것 같으면 溪母(ㅋ)는 거의 반절이 見母(ㄱ)에 들어갔다.(若以牙音言之, 溪母之字, 太半入於見母)"라고 설명하듯이 당시에 사성(四聲)의 혼란이 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ㄲ' 'ㅋ' 같은 강한 소리(된소리)를 좋아하지 않기에 점잖은 'ㄱ'을 앞에 놓은 것이 아닌가한다. 뒷날 최세진이 1527년에 훈몽자회(訓蒙字會)를 편찬하면서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로 만들었을 때에도 무성음 '차카타파하'를 가장 뒤에 배치한 것은 이러한 성질을 보여준다. 그런데 훈민정음의 자음순서를 ㄱㄴㄷ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의 순서로 바꾸어 놓으니 범어와 훈민정음의 관계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6. 브라흐미문자와 훈민정음의 결합방법

훈민정음 혜례본에 "중성은 둥근 것과 가로로 된 것은 초성의 아래에 있으니 ㆍㅡㅗㅛㅜㅠ가 그것이고, 세로로 된 것은 초성의 오른쪽에 있으니 ㅣㅏㅑㅓㅕ가 그것이다.(中聲則圓者橫者在初聲之下,ㆍㅡㅗㅛㅜㅠ是也。縱者在初聲之右 ㅣㅏㅑㅓㅕ是也)라고 자음과 모음의 결합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브라흐미문자도 모음 a와 장모음 ā는 오른쪽에 쓰고 모음 u와 장모음 ū는 아래에 쓰는데 훈민정음과 같은 방식이다.또한 억제음 ṁ은 ㅇ ㄴ ㅁ으로 받침 역활을 한다. 이것이 훈민정음에서 초성 중성 종성으로 글자를 만드는 것과 같다. 훈민정음 자음과 브라흐미 자음은 입안에서 소리가 나는 위치(아,설,순,치,후,반설,반치)와 숨을 내쉬는 세기(전청 차청 전탁 비음)에 따라 발음의 순서와 소리값이 같다. 예를 들어 아소까석주에 새겨진 브라흐미 문자 'lummini'와 한글 '룸미니'의 결합구조를 살펴보자.아소까 석주에는 '룸비니'의 옛이름이 '룸미니'라고 나타난다.

  (룸비니)

 (룸) = ㄹ + ㅜ + ㅁ = 룸 ,  (미) = ㅁ+ ㅣ = 미, (니) = ㄴ +ㅣ= 니

룸미니는 (ㄹ) + (ㅜ) + ṁ(ㅁ) 으로 이루어 지는데 이것은 훈민정음과 마찬가지로 자음(초성) +모음(중성) +자음(종성)이 결합하여 한 음절의 단어를 만드는 것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아래처럼 브라흐미 (ba)에 모음 ㅏ ㅣ ㅜ ㅔ ㅗ를 붙이면 (ba) (bā) (bi)  (bī) (bu) (bū) (be) (bo) 가 된다. 훈민정음이 장음과 단음의 구분이 없는 것만 다를 뿐이다. 브라흐미 연구개음 (ka) (kha) (ga) (gha) (ṅa)에 각각 모음 ㅏ ㅣ ㅜ ㅔ ㅗ 를 붙여보면 다음과 같다.

     (까 카 가 그하 응아)

    ( 끼 키 기 그히 응이)

    (끼 키 기 그히 응이-장음)

     (꾸 쿠 구 그후 응우))

     (꾸 쿠 구 그후 응우-장음)

     (께 케 게 그헤 응에)

     (꼬 코 고 그호 응오)

이와 같이 브라흐미 문자는 양성모음(ㅏ ㅑ)을 오른쪽에 붙이고 음성모음(ㅓ ㅕ ㅔ)을 왼쪽에 붙이고 ㅜ ㅠ는 아랫쪽에 붙여서 음절을 만든다. 아소까 브라흐미 문자 뒤에 나타나는 굽타 브라흐미 문자와 싯담문자와 데와나가리 문자 그리고 훈민정음에서 자음과 모음의 결합 방식은 비슷하다. 또한 받침으로 사용되는 억제음(ṁ)은 이어지는 자음에 따라서 ㅇ ㄹ ㅁ 이라는 받침으로 변한다. 범어도 훈민정음과 같은 초성 중성 종성의 구조를 가지는 것이다. 훈민정음에는 ㅇ ㄹ ㅁ 이외에 ㄱ ㄷ ㅅ ㅈ ㅂ 이 종성으로 사용되는데 이 것은 모두 범어의 유성무기음(ga ja sa da ba)에 해당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7.훈민정음을 만든 사상적 배경은 중국운서의 설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制字解)에서는 오음(牙,舌,脣,齒,喉)을 오행(木,火,土,金,水)과 오음(宮,商,角,徵,羽)과 다섯 계절(春,夏, 季夏,秋,冬) 에 배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설명은 '절운지장도(切韻指掌圖)'같은 중국의 운서를 모방한 것이다. 훈민정음해례본에서 오음을 오행(목화토금수)과 오음(각치궁상우)과 네계절(봄여름늦여름가을겨울)로 배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절운의 설명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운과 훈민정음해례의 설명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절운: 처음의 아음(牙音)은 계절로는 봄(春)이며 음계로는 각음(角音)이고 오행으로는 나무(木)이다.(故始牙音春之象也, 其音角, 其行木)

훈민정음해례:어금니는 어긋나고 길어서, 오행의 나무(木)에 해당한다. 아음(牙音)은 목구멍 소리와 비슷해도 실하기 때문에 나무가 물에서 생겨나지만 형체가 있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봄(春)에 속하고, 음계로는 각(角)음에 속한다.(牙錯而長 木也. 聲似喉而實 如木之生於水而有形也. 於時爲春 於音爲角)

절운: 다음의 설음(舌音)은 계절로는 여름(夏)이며 음계로는 치음(徵音)이고 오행으로는 불(火)이다.( 次曰舌音夏之象也, 其音徵, 其行火)

훈민정음해례: 혀는 날카롭고 움직여서 오행의 불(火)에 해당한다. 혀 소리가 구르고 날리는 것은 불이 이글거리며 활활 타오르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여름(夏)에 속하고, 음계로는 치음(徵音)에 속한다.(舌銳而動 火也 聲轉而颺 如火之轉展而揚揚也. 於時爲夏 於音爲徵)

절운: 다음의 순음(脣音)은 계절로는 늦여름(季夏)이며 음계로는 궁음(宮音)이고 오행으로는 흙(土)이다.( 次曰唇音季夏之象也, 其音宮, 其行土)

훈민정음해례: 입술은 모나지만 합해지므로 오행의 흙(土)에 해당한다. 입술 소리가 머금고 넓은 것은 흙이 만물을 감싸고 넓은 것과 같다. 계절로는 늦여름(季夏)에 속하고, 음계로는 궁음(宮音)에 속한다.(脣方爲合 土也. 聲含而廣 如土之含蓄萬物而廣大也. 於時爲季夏 於音爲宮)

절운: 다음의 치음(齒音)은 계절로는 가을(秋)이며 음계로는 상음(商音)이고 오행으로는 쇠(金)이다.(次曰齒音秋之象也, 其音商, 其行金)

훈민정음해례: 이는 단단하고 끊으니 오행의 쇠(金)에 해당한다. 이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는 것은 쇠가루가 단련되어 쇠를 이루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가을(秋)에 속하고, 음계로는 상음(商音)에 속한다.(齒剛而斷 金也. 聲屑而滯. 如金之屑而鍛成也. 於時爲秋 於音爲商)

절운: 다음의 후음(喉音)은 계절로는 겨울(冬)이며 음계로는 우음(羽音)이고 오행으로는 물(水)이다.(次曰喉音冬之象也, 其音羽, 其行水)

훈민정음해례: 목구멍은 깊은 곳에 있고, 젖어 있으니 물(水)이다. 소리는 허하고 통하여, 물이 맑아 훤히 들여다 보이고, 두루 통하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겨울(冬)에 속하고, 음계로는 우음(羽音)에 속한다.(喉邃而潤 水也. 聲虛而通 如水之虛明而流通也.於時爲冬 於音爲羽)

이상과같이 훈민정음해례에서는 중국의 '절운'보다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음(牙,舌,脣,齒,喉)을 오행(木,火,土,金,水)과 오음계(宮,商,角,徵,羽)와 다섯 계절(春,夏, 季夏,秋,冬)에 배대하여 설명하는 방식은 같다.특히 계절을 오행과 맞추려다보니 네 계절을 다섯 계절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누가 보아도 어색한 시도이다. 그럼에도 훈민정음해례에서는 이 방식조차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런면에서 훈민정음의 사상적 부분은 중국인들의 사고 방식에 의지하여 설명할 뿐 독창적인 설명은 아닌 것이다.

8. 범어의 자음체계는 현재도 75개국 이상에서 따르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 훈민정음이 왜 ㄱ ㅋ ㄲ ㆁ의 순서로 만들어 졌는지 침묵하고 세종대왕이 만들었다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범어와 빠알리어를 공부해본 사람들은 훈민정음이 왜 ㄱ ㅋ ㄲ ㆁ의 순서로 만들어 졌는지 금방 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다음해(1444년)에 최만리(萬理) 등에게 상소를 받고 "네가 운서(韻書)를 아느냐. 사성 칠음(四聲七音)에 자모(字母)가 몇이나 있느냐?"라고 물을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은 이미 범어의 자음체계를 따르는 운서를 모방하여 사성칠음(四聲七音)의 체계로 훈민정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훈민정음의 자음체계는 범어의 자음체계와 발음체계를 그대로 따랐고 창제원리는 중국운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다. 훈민정음이 만들어질 때 이미 중국에서 범어의 영향으로 다양한 운서가 나타났고 그 운서들이 조선에 영향을 주었다.다른 언어들보다 가장 늦게 만들어진 훈민정음이 범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범어의 과학적인 자음체계는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티벳과 우리나라등 세계 75개 이상의 언어들에 영향을 끼쳤다.(그림4) 범어의 이러한 원리는 부처님 당시 브라흐미문자부터 현대 인도의 데와나가리 문자에 이르기까지 지역에따라서 나라에 따라서 문자는 바뀌였지만 그 음가는 2700년간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그림5)



그림4. 범어 자음체계를 계승한 각 나라의 자음체계



9.결론

필자는 몇년전에 '나랏말싸미' 라는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훈민정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영화에서는 훈민정음이 범어의 발음원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원리를 소개하는 것이 자세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오히려 신미스님이 임금에게 맞서고 반발하는 모습을 연출하여 '나랏말싸미' 라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분명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일찍 내려져야했다. 이러한 안타까움때문에 훈민정음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없던 내가 이 글을 쓰게되었다. 이 글에서 훈민정음이 범어의 발음구조와 원리를 그대로 본받았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구강의 모양과 혀의 위치를 나타내는 칠음(七音)과 성대의 울림과 날숨의 세기를 나타내는 사성(四聲)의 원리가 훈민정음에 그대로 나타난다. 훈민정음의 ㄱ ㅋ ㄲ ㆁ는 범어의 발음 순서와 소리를 기호로 만들어 옮겨놓은 것이다. 훈민정음 정인지의 글에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는 표현은 이미 중국의 '칠음략'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범어의 과학성을 찬탄하는 내용이다. 훈민정음을 만든 사상적인 배경도 이미 중국의 '절운지장도(切韻指掌圖)'에 나타난다. 훈민정음은 오음(牙,舌,脣,齒,喉)을 오행(木,火,土,金,水)과 오음(宮,商,角,徵,羽)과 다섯 계절(春,夏, 季夏,秋,冬)에 배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의 운서에서 이미 설명했던 것을 따라하고 있다. 이렇듯 훈민정음은 범어와 중국의 운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부끄러운 것인가? 문화는 흐르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훈민정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종이 발견한 독창적인 글자라고 설명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훈민정음이 탁월하고 위대한 것은 세종은 범어의 조음위치에 대한 설명을 더 연구하여 발음기관을 본따서 ㄱ ㄴ ㅅ ㅁ ㅇ 이라는 다섯개의 발음기호를 만든 것이다. 이런 기본자에 가획하여 발음이 비슷한 기호를 더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배우기 쉽게 글자를 만든 점이다. 이러한 까닭에 훈민정음은 발음과 발음기관이 서로 관계를 가진 인류 최초의 자질문자(資質文字, featural alphabet)라는 칭송을 받고있다. 훈민정음은 불교라는 강물을 타고 흘러왔던 인도문화가 중국을 거쳐서 조선에 들어와 피어난 찬란한 꽃이다.



그림5. 문자는 변했지만 음가는 그대로 계승되고 있는 인도의 시대별 문자들
그림1. 범어의 조음위치에 따른 자음체계

위 (그림1)에서 보듯이 범어 자음은 목구멍에서부터 입술까지 ⓵ ⓶ ⓷ ⓸ ⓹ 위치에 따라 소리가 난다. 소리를 만드는 구강의 모양과 혀의 위치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는데 대단히 과학적이다. (그림1)은 범어를 영어 알파벳과 데와나가리 문자로 표기한것이다. 범어는 ⓵ 연구개음 ka kha ga gha ṅa, ⓶ 경구개음 ca cha ja jha ña, ⓷ 권설음 ṭa ṭha ḍa ḍha ṇa, ⓸ 치음 ta tha da dha na, ⓹ 순음 pa pha ba bha ma, ⓺ 반모음 ya va ⓻유활음 ra la ḷa ⓼ 마찰음śa ṣa sa ⓽기식음 ha ⓾ 억제음 aṁ으로 조음의 위치를 나눈다. 이것이 중국의 운서에서 구강의 모양과 혀의 위치는 칠음(七音)이되고 성대의 울림과 날숨의 세기는 사성(四聲)이된다. 모음과 자음 하나하나의 소리가 이렇게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범어는 인종과 지역과 시대를 넘어서 그 영향력이 광대하였다.

범어의 십음오성(十音五聲)은 중국의 광운(廣韻,1008)에서 십음사성(十音四聲)으로 변화한다. 범어의 십음(十音)과 광운의 십음(十音)은 갯수는 같으나 내용면에서 다르다. 광운(廣韻)에서는 ⓵ 아음 : 껸(見)켸(溪)군(群)의(疑) ⓶설두음: 딴(端)투(透)정(定)니(泥) ⓷설상음: 찌(知)철(徹)징(澄)양(孃) ⓸중순음: 빵(幫)팡(滂)병(幷)명(明) ⓹경순음: 삐(非)푸(敷)봉(奉)미(微) ⓺치두음: 쩡(精)청(淸)종(從)심(心)사(邪) ⓻정치음: 쪼(調)천(穿)상(床)심(審)상(祥) ⓼후음 : 효(曉)캅(匣)영(影)유(喩) ⓽반설음: 래(來) ⓾반치음: 일(日)으로 나눈다. 그러나 범어는 설음을 설두음과 설상음으로 나누지 않고, 순음을 중순음과 경순음으로 나누지 않는다. 중국에서 십음(十音)을 범어와 다른 기준으로 나눈 것은 중국인들이 가진 한자발음이 범어와 달랐기 때문이다. 광운에 나타나는 설상음(찌(知)철(徹)징(澄)양(孃))과 치두음(쩡(精)청(淸)종(從)의 발음을 훈민정음으로 표기하였을때 설상음도 ㅈ ㅊ ㅉ 으로 표기하고 정치음도 ㅈ ㅊ ㅉ 으로 표기하여 변별력이 없다. 그래서 훈민정음에서는 설두음과 설상음이 합해지고 치두음과 정치음도 하나로 통합되고 중순음과 경순음만이 그대로 전승되어 ⓵ 아음: 君(군) 快(쾌) 虯(뀌) 業(업) ⓶설음: 斗(두) 呑(탄) (땀) 那(나) ⓷순음: 彆(별) 漂(표) 步(뽀) 彌(미) ⓸치음: 卽(즉) 侵(침) 慈(짜) 戌(술) 邪(싸) ⓹후음:挹(읍) 虗(허) 洪(홍) 欲(욕) ⓺반설음:閭(려) ⓻반치음:穰(양)이라는칠음(七音)으로 정리된다. 결과적으로 훈민정음의 칠음사성(七音四聲)에는 범어의 유활음(ra ḷa)과 마찰음(śa ṣa)과 억제음(aṁ)이 빠지게 됨으로서 훈민정음은 범어보다는 빠알리(pali)어에 가까운 언어가 되었다.(그림2) 이것은 브라흐미와 싯담문자에서 자음과모음을 결합하여 음절문자를 만드는 것이 훈민정음과 유사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범어 10음(音) 5성(聲) 광운 10음(音) 4성(聲) 훈민정음 7음(音) 4성(聲)

연구개음 ka kha ga gha ṅa

경구개음 ca cha ja jha ña

권 설 음 ṭa ṭha ḍa ḍha ṇa

치 음 ta tha da dha na

순 음 pa pha ba bha ma

반모음 ya va

유활음 ra la ḷa

마찰음 śa ṣa sa

기식음 ha

억제음 aṁ 아 음 : 껸(見)켸(溪)군(群)의(疑)

설두음: 딴(端)투(透)정(定)니(泥)

설상음: 찌(知)철(徹)징(澄)양(孃)

중순음: 빵(幫)팡(滂)병(幷)명(明)

경순음: 삐(非)푸(敷)봉(奉)미(微)

치두음: 쩡(精)청(淸)종(從)심(心)사(邪)

정치음: 쪼(調)천(穿)상(床)심(審)상(祥)

후 음 : 효(曉)캅(匣)영(影)유(喩)

반설음: 래(來)

반치음: 일(日) 아음:君(꾼) 快(쾌) 虯(귀) 業(업)

설음:斗(뚜) 呑(탄) (담) 那(나)

순음:彆(뼐) 漂(표) 步(보) 彌(미)

치음:卽(쯕) 侵(침) 慈(자) 戌(술)邪싸

후음:挹(읍) 虗(허) 洪(홍) 欲(욕)

반설음:閭(려)

반치음:穰(양)

그림2. 범어 자음과 중국 광운의 자음과 조선의 훈민정음 자음 비교
그림2. 범어 자음과 중국 광운의 자음과 조선의 훈민정음 자음 비교

범어의 오성(五聲)이 중국의 운서와 훈민저음에서 사성(四聲)이된 이유를 살펴보자. 범어는 성대의 떨림과 기식의 세기에 따라 각각 무성무기음(ka) 무성유기음kha) 유성무기음(ga) 유성유기음(gha) 비음(ṅa)의 오성(五聲)을 가진다. 무성음에서 유성음 그리고 비음의 순서로 배열된 것은 발음하기에 쉽고 편리한 순서를 따른 것이다. 성대가 떨리지 않는 무성음(ka, kha)은 성대가 떨리며 나는 유성음(ga, gha)에 비해 발음하기가 쉽고 에너지 소비가 적다. 어린 아이가 아버지를 '빠빠', 과자를 '까까', 더러운 것을 '찌찌'라고 발음하고 어른들이 어린아이를 상대로 놀아줄 때 '까꿍'하며 놀아주는 것은 그 소리들이 어린아이가 발음하기 쉽고 따라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범어의 조음 방식은 인간이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순서로 되어있다. 범어와 중국의 운서와 훈민정음이 모두 비음(ṅa)으로 끝나고 있는 것도 훈민정음이 범어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다.

범어는 무성무기음(ka) 무성유기음kha) 유성무기음(ga) 유성유기음(gha) 비음(ṅa)이라는 다섯가지 음을 중국운서는 유성유기음(gha)을 생략하고 네가지 음으로 설명한다. 중국인들은 유성무기음(ga)과 유성유기음(gha)을 구별하기 어렵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반경에서는 범어의 36개 자음을 모두 적었지만 중국의 번역가들은 범어의 유성유기음(gha,jha, ḍha, dha, bha)을 제외하고 운서를 만들었다. 중국의 모든 운서들은 유성유기음이 생략되어있다.

훈민정음 정인지의 글에서 "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雖風聲鶴戾,雞鳴狗吠,皆可得而書矣)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은 이미 범어 36자모를 옮겨 적은 '칠음략'의 서문에 나타난다. "중국승려(華僧)가 수긍하여 삼십육자모를 정하여 중경청탁(重輕淸濁)이 그 질서를 잃지 않아 천지만물의 음이 여기에 맞추어 졌다. 비록 학의 울음 소리, 바람소리, 닭이 우는 소리, 개가 짖어대는 소리, 뇌성벽력(雷聲霹靂)과 하늘을 놀라게 하는 소리, 귀(耳)를 지나가는 모기나 벌레 소리까지도 음역(音譯)할 수 있게 되었다. 하물며 사람의 말에 있어서랴?(華僧従而定之以三十六為之母, 重軽清濁不失其倫, 天地万物之音備於此, 矣雖鶴唳風声鶏鳴狗犬雷霆驚天蚊虻過耳皆可訳也, 況於人言乎) 범어의 조음 위치와 발성원리에 대한 중국인들의 찬탄을 범어를 모방한 훈민정음에서 다시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중국에서 '반절'로 범어의 자음을 표기해야 했던 이유?

불교가 전해지면서 번역가들은 표음문자인 범어를 표의문자인 중국어로 표기하고 번역해야 했다. 첫 번역은 중국인들이 아니라 천축국 승려들이 담당했다. 천축국 승려들이 중국말을 배워서 범어 (ka) (kha) (ga) (gha) (ṅa)를 범자의 음가에 대응하는 한자를 찾아서 그대로 표기하였다. 400년경에 담무참(385~433년)이 번역한 '대승대반열반경'에는 범어의 36자음자가 한자로 표기되어있다.(그림3) 그런데 범어 자음의 음가와 정확히 대응되는 한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림3. 열반경에 나타난 범어 자음의 음사 방식
그림3. 열반경에 나타난 범어 자음의 음사 방식

범어 (ka) (kha) (ga) (gha) (ṅa)를 까(迦) 카(佉) 가(伽) 가(呿) 아(俄)로 음차(音借)하다가 한자의 음가를 더욱 정확하게 표기하기 위하여 '반절(절운)'로 표기하였다. 반절표기는 한자로 見 溪 群 疑 라고 쓰고 그것을 (ka) (kha) (ga) (ṅa)로 읽어야 한다는 약속이다. 중국은 넓어서 지역마다 한자의 발음이 달라졌다. 하물며 한자를 빌어쓰는 조선의 상황은 어떠했겠는가? 훈민정음 해례본 처음에 "나라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文字) 서로 통하지 아니할세(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이러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한자발음과 조선의 한자발음이 같지 않았기에 조선에서는 반절 견(見)켸(溪)꾼(群)의(疑)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운서의 발음을 따르면서도 훈민정음에서는 다른 한자를 사용하여 반절 君(군) 快(쾌) 虯(뀌) 業(업)으로 (ka) (kha) (ga) (ṅa)를 표기 하였다.

6세기경에 진언을 수행하는 중국승려인 지광(智廣: 760-830)이 『실담자기(悉曇字記)』를 써서 진언의 발음이 정확치 않은 것을 고치고자 하였다. 지광은 실담자기에서 "ka迦 자는 반절 居下反이다. 반절 姜可反에 가깝게 소리난다.", "ga迦자는 반절로 渠下反이다. 경음(輕音)으로 반절 其下反에 가깝게 소리난다.", "ghal伽자는 중음(重音)으로 반절 渠我反에 가깝게 소리난다."라고 설명하고있다. 유성무기음(ga)을 경음(輕音)으로 소개하고 유성유기음(gha)을 중음(重音)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반절도 표기되는 것과 실제 소리나는 것을 다르게 적으며 범자의 발음까지 세심하게 설명하고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의 운서들은 발음하기 어려운 범어의 유성유기음(gha,jha, ḍha, dha, bha)을 포기하고 사성(四聲)으로 적었고 훈민정음도 중국운서를 따라서 유성유기음(gha)을 생략하고 4개의 자음(四聲)만 사용하게 되었다. 티벳문자와 파스파 문자에도 유성유기음(gha)이 삭제되어 사성(四聲)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인도와 가까운 스리랑카어, 미얀마어, 태국어, 힌디어, 캄보디아어등에는 유성유기음(gha)이 지금도 그대로 살아있다.

5.훈민정음에서 ㄲ(ka)와 ㄱ(ga)의 순서가 바뀌게 된 이유

범어의 36자음을 중국운서 광운(廣韻1008)에서는 36자음,고금운회(古今韻會1292)에서는 35자음, 홍무정운(洪武正韻1375)에서는 31자음으로 표기하였다. 그리고 훈민정음에서는 더욱 줄어서 23자모가 되었다. 이렇게 훈민정음의 자음이 축소된 이유를 동국정운 서문에서 신숙주는 "설두(舌頭)·설상(舌上)과 순중(唇重)·순경(唇經)과 치두(齒頭)·정치(正齒)는 우리나라의 발음으로는 분별할 수 없었기 때문"(如舌頭舌上 唇重唇輕、齒頭正齒之類, 於我國字音, 未可分辨)이라고 설명하고있다. 범어의 유성유기음(gha)이 삭제된 것 말고도 훈민정음에서는 무성무기음(ka)과 유성무기음(ga)의 순서가 바뀌어 있다. 일본어도 범어를 모방한 것이기에 모음(a-i-u-e-o) 순서와 자음(ka-sa-ta-na-ha-ma-ya-ra-wa) 순서가 범어의 모음순서와 자음순서와 같다. 일본어의 か(k)는 「ㄱ」의 「ㅋ」의 중간음으로 발음되고 か가 뒤에 붙을 때에는 「ㄲ」에 가깝게 소리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か 발음은 「ㅋ」「ㄲ」으로 들린다. か(k)는 범어처럼 무성음으로 발음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훈민정음에서 무성무기음 ㄲ(ka)발음이 유성무기음 ㄱ(ga)으로 발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세가지로 추측해본다.

첫째는 중국운서에서 어금닛소리(牙音)를 견(見)켸(溪)꾼(群)의(疑)라고표기했다. 이 견(見)을 고대 한자음에서는 껸(見)으로 발음되었는데 조선에서는 견(見)으로 발음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 당연히 무성무기음 껸(見)으로 발음되었기에 반절로 표기하여 사용한 것인데 범어의 발음을 제대로 몰랐던 조선에서는 유성무기음 견(見)으로 발음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ㄲ'의 발음이 'ㄱ'발음으로 바뀐 것이라고본다.

두번째는 훈민정음에서는 청음(淸音)과 탁음(濁音)을 반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훈민정음에서는 성대가 떨리지 않고 나오는 ka kha를 탁음(濁音)이라고 설명하고 성대가 진동하여 나오는 ga gha를 청음(淸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오해때문에 무성음 ka(ㄲ)와 유성음 ga(ㄱ)를 바꾸어놓은 것이라고본다.

세번째는 첫째 동국정운 서문에서 "어금닛소리(牙音)로 말할 것 같으면 溪母(ㅋ)는 거의 반절이 見母(ㄱ)에 들어갔다.(若以牙音言之, 溪母之字, 太半入於見母)"라고 설명하듯이 당시에 사성(四聲)의 혼란이 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ㄲ' 'ㅋ' 같은 강한 소리(된소리)를 좋아하지 않기에 점잖은 'ㄱ'을 앞에 놓은 것이 아닌가한다. 뒷날 최세진이 1527년에 훈몽자회(訓蒙字會)를 편찬하면서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로 만들었을 때에도 무성음 '차카타파하'를 가장 뒤에 배치한 것은 이러한 성질을 보여준다. 그런데 훈민정음의 자음순서를 ㄱㄴㄷ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의 순서로 바꾸어 놓으니 범어와 훈민정음의 관계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6. 브라흐미문자와 훈민정음의 결합방법

훈민정음 혜례본에 "중성은 둥근 것과 가로로 된 것은 초성의 아래에 있으니 ㆍㅡㅗㅛㅜㅠ가 그것이고, 세로로 된 것은 초성의 오른쪽에 있으니 ㅣㅏㅑㅓㅕ가 그것이다.(中聲則圓者橫者在初聲之下,ㆍㅡㅗㅛㅜㅠ是也。縱者在初聲之右 ㅣㅏㅑㅓㅕ是也)라고 자음과 모음의 결합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브라흐미문자도 모음 a와 장모음 ā는 오른쪽에 쓰고 모음 u와 장모음 ū는 아래에 쓰는데 훈민정음과 같은 방식이다.또한 억제음 ṁ은 ㅇ ㄴ ㅁ으로 받침 역활을 한다. 이것이 훈민정음에서 초성 중성 종성으로 글자를 만드는 것과 같다. 훈민정음 자음과 브라흐미 자음은 입안에서 소리가 나는 위치(아,설,순,치,후,반설,반치)와 숨을 내쉬는 세기(전청 차청 전탁 비음)에 따라 발음의 순서와 소리값이 같다. 예를 들어 아소까석주에 새겨진 브라흐미 문자 'lummini'와 한글 '룸미니'의 결합구조를 살펴보자.아소까 석주에는 '룸비니'의 옛이름이 '룸미니'라고 나타난다.

(룸비니)

(룸) = ㄹ + ㅜ + ㅁ = 룸 , (미) = ㅁ+ ㅣ = 미, (니) = ㄴ +ㅣ= 니

룸미니는 (ㄹ) + (ㅜ) + ṁ(ㅁ) 으로 이루어 지는데 이것은 훈민정음과 마찬가지로 자음(초성) +모음(중성) +자음(종성)이 결합하여 한 음절의 단어를 만드는 것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아래처럼 브라흐미 (ba)에 모음 ㅏ ㅣ ㅜ ㅔ ㅗ를 붙이면 (ba) (bā) (bi) (bī) (bu) (bū) (be) (bo) 가 된다. 훈민정음이 장음과 단음의 구분이 없는 것만 다를 뿐이다. 브라흐미 연구개음 (ka) (kha) (ga) (gha) (ṅa)에 각각 모음 ㅏ ㅣ ㅜ ㅔ ㅗ 를 붙여보면 다음과 같다.

(까 카 가 그하 응아)

( 끼 키 기 그히 응이)

(끼 키 기 그히 응이-장음)

(꾸 쿠 구 그후 응우))

(꾸 쿠 구 그후 응우-장음)

(께 케 게 그헤 응에)

(꼬 코 고 그호 응오)

이와 같이 브라흐미 문자는 양성모음(ㅏ ㅑ)을 오른쪽에 붙이고 음성모음(ㅓ ㅕ ㅔ)을 왼쪽에 붙이고 ㅜ ㅠ는 아랫쪽에 붙여서 음절을 만든다. 아소까 브라흐미 문자 뒤에 나타나는 굽타 브라흐미 문자와 싯담문자와 데와나가리 문자 그리고 훈민정음에서 자음과 모음의 결합 방식은 비슷하다. 또한 받침으로 사용되는 억제음(ṁ)은 이어지는 자음에 따라서 ㅇ ㄹ ㅁ 이라는 받침으로 변한다. 범어도 훈민정음과 같은 초성 중성 종성의 구조를 가지는 것이다. 훈민정음에는 ㅇ ㄹ ㅁ 이외에 ㄱ ㄷ ㅅ ㅈ ㅂ 이 종성으로 사용되는데 이 것은 모두 범어의 유성무기음(ga ja sa da ba)에 해당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7.훈민정음을 만든 사상적 배경은 중국운서의 설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制字解)에서는 오음(牙,舌,脣,齒,喉)을 오행(木,火,土,金,水)과 오음(宮,商,角,徵,羽)과 다섯 계절(春,夏, 季夏,秋,冬) 에 배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설명은 '절운지장도(切韻指掌圖)'같은 중국의 운서를 모방한 것이다. 훈민정음해례본에서 오음을 오행(목화토금수)과 오음(각치궁상우)과 네계절(봄여름늦여름가을겨울)로 배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절운의 설명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운과 훈민정음해례의 설명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절운: 처음의 아음(牙音)은 계절로는 봄(春)이며 음계로는 각음(角音)이고 오행으로는 나무(木)이다.(故始牙音春之象也, 其音角, 其行木)

훈민정음해례:어금니는 어긋나고 길어서, 오행의 나무(木)에 해당한다. 아음(牙音)은 목구멍 소리와 비슷해도 실하기 때문에 나무가 물에서 생겨나지만 형체가 있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봄(春)에 속하고, 음계로는 각(角)음에 속한다.(牙錯而長 木也. 聲似喉而實 如木之生於水而有形也. 於時爲春 於音爲角)

절운: 다음의 설음(舌音)은 계절로는 여름(夏)이며 음계로는 치음(徵音)이고 오행으로는 불(火)이다.( 次曰舌音夏之象也, 其音徵, 其行火)

훈민정음해례: 혀는 날카롭고 움직여서 오행의 불(火)에 해당한다. 혀 소리가 구르고 날리는 것은 불이 이글거리며 활활 타오르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여름(夏)에 속하고, 음계로는 치음(徵音)에 속한다.(舌銳而動 火也 聲轉而颺 如火之轉展而揚揚也. 於時爲夏 於音爲徵)

절운: 다음의 순음(脣音)은 계절로는 늦여름(季夏)이며 음계로는 궁음(宮音)이고 오행으로는 흙(土)이다.( 次曰唇音季夏之象也, 其音宮, 其行土)

훈민정음해례: 입술은 모나지만 합해지므로 오행의 흙(土)에 해당한다. 입술 소리가 머금고 넓은 것은 흙이 만물을 감싸고 넓은 것과 같다. 계절로는 늦여름(季夏)에 속하고, 음계로는 궁음(宮音)에 속한다.(脣方爲合 土也. 聲含而廣 如土之含蓄萬物而廣大也. 於時爲季夏 於音爲宮)

절운: 다음의 치음(齒音)은 계절로는 가을(秋)이며 음계로는 상음(商音)이고 오행으로는 쇠(金)이다.(次曰齒音秋之象也, 其音商, 其行金)

훈민정음해례: 이는 단단하고 끊으니 오행의 쇠(金)에 해당한다. 이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는 것은 쇠가루가 단련되어 쇠를 이루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가을(秋)에 속하고, 음계로는 상음(商音)에 속한다.(齒剛而斷 金也. 聲屑而滯. 如金之屑而鍛成也. 於時爲秋 於音爲商)

절운: 다음의 후음(喉音)은 계절로는 겨울(冬)이며 음계로는 우음(羽音)이고 오행으로는 물(水)이다.(次曰喉音冬之象也, 其音羽, 其行水)

훈민정음해례: 목구멍은 깊은 곳에 있고, 젖어 있으니 물(水)이다. 소리는 허하고 통하여, 물이 맑아 훤히 들여다 보이고, 두루 통하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겨울(冬)에 속하고, 음계로는 우음(羽音)에 속한다.(喉邃而潤 水也. 聲虛而通 如水之虛明而流通也.於時爲冬 於音爲羽)

이상과같이 훈민정음해례에서는 중국의 '절운'보다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음(牙,舌,脣,齒,喉)을 오행(木,火,土,金,水)과 오음계(宮,商,角,徵,羽)와 다섯 계절(春,夏, 季夏,秋,冬)에 배대하여 설명하는 방식은 같다.특히 계절을 오행과 맞추려다보니 네 계절을 다섯 계절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누가 보아도 어색한 시도이다. 그럼에도 훈민정음해례에서는 이 방식조차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런면에서 훈민정음의 사상적 부분은 중국인들의 사고 방식에 의지하여 설명할 뿐 독창적인 설명은 아닌 것이다.

8. 범어의 자음체계는 현재도 75개국 이상에서 따르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 훈민정음이 왜 ㄱ ㅋ ㄲ ㆁ의 순서로 만들어 졌는지 침묵하고 세종대왕이 만들었다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범어와 빠알리어를 공부해본 사람들은 훈민정음이 왜 ㄱ ㅋ ㄲ ㆁ의 순서로 만들어 졌는지 금방 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다음해(1444년)에 최만리(萬理) 등에게 상소를 받고 "네가 운서(韻書)를 아느냐. 사성 칠음(四聲七音)에 자모(字母)가 몇이나 있느냐?"라고 물을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은 이미 범어의 자음체계를 따르는 운서를 모방하여 사성칠음(四聲七音)의 체계로 훈민정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훈민정음의 자음체계는 범어의 자음체계와 발음체계를 그대로 따랐고 창제원리는 중국운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다. 훈민정음이 만들어질 때 이미 중국에서 범어의 영향으로 다양한 운서가 나타났고 그 운서들이 조선에 영향을 주었다.다른 언어들보다 가장 늦게 만들어진 훈민정음이 범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범어의 과학적인 자음체계는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티벳과 우리나라등 세계 75개 이상의 언어들에 영향을 끼쳤다.(그림4) 범어의 이러한 원리는 부처님 당시 브라흐미문자부터 현대 인도의 데와나가리 문자에 이르기까지 지역에따라서 나라에 따라서 문자는 바뀌였지만 그 음가는 2700년간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그림5)

그림4. 범어 자음체계를 계승한 각 나라의 자음체계
그림4. 범어 자음체계를 계승한 각 나라의 자음체계

9.결론

필자는 몇년전에 '나랏말싸미' 라는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훈민정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영화에서는 훈민정음이 범어의 발음원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원리를 소개하는 것이 자세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오히려 신미스님이 임금에게 맞서고 반발하는 모습을 연출하여 '나랏말싸미' 라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분명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일찍 내려져야했다. 이러한 안타까움때문에 훈민정음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없던 내가 이 글을 쓰게되었다. 이 글에서 훈민정음이 범어의 발음구조와 원리를 그대로 본받았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구강의 모양과 혀의 위치를 나타내는 칠음(七音)과 성대의 울림과 날숨의 세기를 나타내는 사성(四聲)의 원리가 훈민정음에 그대로 나타난다. 훈민정음의 ㄱ ㅋ ㄲ ㆁ는 범어의 발음 순서와 소리를 기호로 만들어 옮겨놓은 것이다. 훈민정음 정인지의 글에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는 표현은 이미 중국의 '칠음략'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범어의 과학성을 찬탄하는 내용이다. 훈민정음을 만든 사상적인 배경도 이미 중국의 '절운지장도(切韻指掌圖)'에 나타난다. 훈민정음은 오음(牙,舌,脣,齒,喉)을 오행(木,火,土,金,水)과 오음(宮,商,角,徵,羽)과 다섯 계절(春,夏, 季夏,秋,冬)에 배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의 운서에서 이미 설명했던 것을 따라하고 있다. 이렇듯 훈민정음은 범어와 중국의 운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부끄러운 것인가? 문화는 흐르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훈민정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종이 발견한 독창적인 글자라고 설명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훈민정음이 탁월하고 위대한 것은 세종은 범어의 조음위치에 대한 설명을 더 연구하여 발음기관을 본따서 ㄱ ㄴ ㅅ ㅁ ㅇ 이라는 다섯개의 발음기호를 만든 것이다. 이런 기본자에 가획하여 발음이 비슷한 기호를 더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배우기 쉽게 글자를 만든 점이다. 이러한 까닭에 훈민정음은 발음과 발음기관이 서로 관계를 가진 인류 최초의 자질문자(資質文字, featural alphabet)라는 칭송을 받고있다. 훈민정음은 불교라는 강물을 타고 흘러왔던 인도문화가 중국을 거쳐서 조선에 들어와 피어난 찬란한 꽃이다.

그림5. 문자는 변했지만 음가는 그대로 계승되고 있는 인도의 시대별 문자들
그림5. 문자는 변했지만 음가는 그대로 계승되고 있는 인도의 시대별 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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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 2023-10-23 09:00:16
허정스님 뿐만이 아니라
한국 불교는 어째서 친일사관에 목을 매는가

고조선과 고구려 신라 백제가 현 인도 스리랑까를 다스렷다는 역사서가 있음에도
우째 공부를 안하고 사대주의적 발상만 하시는가

나라가 친일파로 득세하니 덩달아 춤을 추고 싶은게요
정신 차리세요

훈민정음에 가나다라는 세종이 만들었을지는몰라도
그 발음들은 이미 고조선 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한심하기 그지 없는 중생들이시여
불교 종주국인 한국
그리고 선조들을 그리도 깔아 뭉기고 싶으오

황동순 2023-10-22 09:36:43
내가 살다살다 허정이가 범어와 티베트어 공부가 깊다는 입에 침도 안 바른 아부를 하는 것을 보다니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허정이 재는 초기불교 한다고 팔리어나 좀 깔짝깔짝하는 정도인데 말이야. 그것도 다른 번역본에 보고 끼워 맞춰 겨우 이해하는 정도라는 건 안 비밀이고. 그건데 왠 범어? 재 범어 몰라요. 더 황당한 건 티베트어 공부가 깊다는 말. 쟤는 티베트어는 티자로 몰라요. 초기불교 하는 애가 티베트어 알아서 뭐해요? 댓글 보니 아부도 알아야 제대로 한다는 걸 배워요.

불자 2023-10-21 09:14:49
워매 이제야 공부한 스님을 뵙네요

스님 옴마니반메훔이 무슨뜻인가요

정승헌 2023-10-15 09:07:15
제목: 한글은 인도에서 왔다
결론: 발음기관을 본따서 ㄱ ㄴ ㅅ ㅁ ㅇ 이라는 다섯개의 발음기호를 만든 것이다.
나: ??????

김경수 2023-10-15 01:08:28
워매 갑자기 허정이 알바들이 나와서 매크로 돌렷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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