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가 말하는 진정한 은사의 삶
대기자가 말하는 진정한 은사의 삶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3.08.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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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윤 전 ‘금강신문’ 사장의 ‘은둔의 미학’

<중앙일보> 종교담당 대기자와 천태종 기관지 <금강신문> 사장 등을 역임한 이은윤 선생이 고향 집에 내려가 자연과 벗하면서 고전을 읽고, 농사를 짓는 전원생활에서 사색, 사유세계를 건져 올린 현대판 은사(隱士)의 고품격 에세이집을 펴냈다. 책 <은둔의 미학>이다.
 
책에서 저자는 은사 문화, 은둔의 미학을 다루면서 불교, 도교, 유가 등 동양사상 뿌리를 이루는 3대 종교와 학문을 아우르는 넓은 안목, 자연을 보는 시각 등을 보여 준다. 

저자는 “지금은 낙향한 선비(지식인·지성인)와 정년퇴직 후 전원생활을 하는 은퇴자들까지도 넓은 의미의 ‘은사’로 볼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이들에게도 부지불식간에 은사의 DNA가 흐르고 있고 정신적인 은사의 기품(氣稟)이 스며 있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스스로를 ‘사이비 은사’라고 겸손해한다. “관조라고 하기엔 좀 쑥스러운 노인네(저자 자신을 가리킴)의 구시렁거림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의 깊이 있는 독서와 사색의 편린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이은윤 선생이야말로 이 시대 진정한 은사임을 알 수 있다.

진정한 “은사의 삶”이란 바로 시간을 초월한 삶,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삶이다. “순간이 곧 영원이고 영원이 곧 순간인 시간의 초월이다. 800세를 산 팽조는 단명했고 일찍 요절한 상자(일찍 죽은 갓난 아이)가 장수했다.”라고 한 저자의 글이 <은둔의 미학>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해 주고 있다. 

제1부 <은사문화>에서 은사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은사 문화의 윤곽을 살펴보고 새삼 부상하는 오늘의 전원생활과 은사 문화를 융합해 보았다. 제2부 <풍류>는 옛 은사와 선비들이 즐겼던 망중한의 풍류를 통해 그들이 추구한 인간상도 엿보았다. ‘풍류’는 글자 그대로 바람(風)과 흐름(流:물)이다. 고정성과 경직성의 반대인 자유롭게 유동하는 삶의 모습을 상징한다. 자연과 예술이 만나고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는 ‘멋’의 총체인 풍류는 자유로운 은사 문화의 빠질 수 없는 양념이다. 제3부 <귀거래사:돌아가자>는 도연명은 은사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은사 문화의 표상으로 삼고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심정적으로 깊이 동경해 흉내라도 내보려 했다. 제4부 <산거잡흥:산중 삶의 즐거움>, 제5부 <귀원전거:전원으로 돌아오다>. 제6부 <전원만필>은 전원생활에서 느낀 떨림을 적은 저자의 은거의 삶을 이야기 하였다.  

이 책은 특히 인생의 무상을 절감하게 되는 중장년, 노년층에게, 인생의 도반(탐구와 사색의 친구)과 같은 책이다. 저자는 도연명의 시를 설명하며 “마음이 고요하면 사는 곳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고요하고 조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일과 시간의 지배를 받는 ‘피로 사회’를 탈출, 유거()에 살면서 참된 자아의 향기를 누린 과거 많은 문인 사대부들의 지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한다. 어찌 보면 “피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은둔의 미학┃글 이은윤┃민족사┃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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