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과 낸 가처분서 "청련사 '횡령' '분양사기' 집회서 사용말라"
법원이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관련 의혹을 제기하려던 집회를 취임법회 하루 전날 금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원이 공인이자 종교인으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불교계 수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려던 집회를 금지한 것이다.
법원은 대각 스님 등 백우문도회가 집회를 통해 알리려던 총무원장 상진 스님 관련 의혹이 이미 경찰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 받아 '음해'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혐의 없음' 처분됐다고 인용한 이 사건은 대각 스님 측이 관련 의혹을 재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항고한 상태이다.
"해외원정 도박승려를 규탄한다"는 집회 신고서 어디에도 상진 스님 등 특정인을 적시하지 않았는데, 태고종과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나서서 집회를 막은 것에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혐의 없음'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처분인만큼 해외 원정 도박 등 의혹이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의정부지방법원 제30민사부(부장판사 권희)는 지난달 11일 한국불교태고종과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대각 스님 측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대각 스님이 법원 결정을 위반한 경우, 위반행위 각 1일 당 100만원씩을 상진 스님에게 지급케 했다. 또 소송비용 중 채권자 한국불교태고종과 대각 스님 사이에 생긴 부분은 한국불교태고종이 부담케 했다. 채권자 상진 스님과 채무자 대각 스님 측에 생긴 부분은 상진 스님과 대각 스님 측이 반반씩 부담케 했다.
대각 스님 측 "바라이죄 저지른 승려 빈척하고자"
앞선 6월 21일 대각 스님 등은 양주서에 7월 12일 태고종 총무원장 취임법회에서 '해외원정 도박승려 규탄대회'를 하겠다고 집회신고를 냈다.
대각 스님 등은 이 집회 개최목적을 "승려의 직분을 망각하고 수년간 해외원정도박 및 정선카지노장을 출입하며 한국 불교계의 수행 풍토를 어지럽히고 신도들과의 신의를 저버린 행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에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바라이죄를 저지른 승려들을 승가에서 빈척하고자 한다"고 했다.
7월 5일 상진 스님 측은 12일 취임법회일에 대각 스님 측이 청련사 앞에서 개최할 집회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 "청련사 앞에서 도박 등 의혹제기 안돼"
법원은 결정문에서 대각 스님 등은 청련사 정문 앞 도로, 국유지, 시유지에서 상진 스님이 도박을 했다는 취지 아래 다음의 문구 또는 유사한 내용을 금지했다.
첫번째는 도박 관련으로 ▷도박승은 물러나라 ▷도박승을 멸빈하라 ▷승려 직분 망각하고 수년간 해외원정 도박 및 정선카지노장을 출입 ▷한국불교계 수행풍토를 어지럽히고 신도들과의 신의 배반 등 내용이다.
두번째는 청련사 관련으로 ▷청련사 토지를 빼돌렸다. 횡령했다 ▷분양사기를 했다 ▷청련사는 도둑놈 소굴이다 등 내용이다.
결정문대로면 대각 스님 등은 청련사 인근에서 입간판, 방송차량, 유인물, 피켓, 영상송출장비, 리본, 머리띠, 의상, 인형, 조형물, 화환 등 기타물품을 적치 게재 구비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법원 "총무원장 의혹 제기가 태고종단 명예훼손 아냐"
법원은 대각 스님이 상진 스님을 상대로 횡령과 해외원정도박을 했다면서 경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도박으로 고발했지만 양주경찰서가 증거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2022년 10월 8일)한 점을 결정 근거로 들었다.
또, 상진 스님 등이 청련사 관련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로 고소당했지만 의정부지검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2023년 6월 1일)한 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채권자 종단이 이 사건 사찰에 대한 소유권 등 물권에 기초한 시설관리권을 가진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불 수 없다. 더군다나 채권자 종단 자체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 "(취임식날) 집회로 상진 스님 인격권 침해 우려"
그러나 총무원장 상진 스님 개인 관련해서는 "집회로 상진 스님의 인격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진 스님이 대각 스님으로부터 횡령, 도박으로 고발돼 불송치 결정을 받은 점 ▷그럼에도 대각 스님 등은 상진 스님의 해외원정도박 등을 규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회신고를 했던 점 ▷대각 스님은 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상진 스님에 대한 동일한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던 점 ▷상진 스님이 가처분 신청을 한 후에도 대각 스님 등은 본인들 행위가 정당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점이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이다.
그러면서도 "(대각 스님이 집회 목적으로 기재한) '바라이죄를 저지른 승려들을 승가에서 빈척하라'는 표현은 상진 스님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그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의혹제기자 태고종 내 징계 절차 중
법원이 집회 금지 판단 근거로 인용한 상진 스님 상대 고소건의 '증거불충분(혐의없음)'처분 관련, 대각 스님 측은 항고이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태고종 총무원 측은 대각 스님 측 기오 스님이 청련사 등 상진 스님 관련 의혹을 종단 사정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회법에 바로 제소한 것 관련, 총무원 규정부에서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2일 총무원장 취임법회와 26일 선암사 주지 선거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스님의 발언이 총무원장 선거 후 갈등 봉합과 임기 중 종무집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다.
"'은혜를 입으면 대리석에 새기고 원한은 모래밭에 쓰라'는 말이 있다. 은혜는 갚는 것이 아니고 잊지 않는 것이다. 나는 (불보살과 대중의 은혜를) 늘 마음 속에 새기고 산다." 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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