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승복을 입은 단멸론자
[기고] 승복을 입은 단멸론자
  • 허정 스님/전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 승인 2023.07.27 11:19
  •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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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를 부정하는 향봉 스님
허정 스님.
허정 스님.

요즘에 불광출판사에서 향봉 스님의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이라는 책을 내더니 불광미디어에서는 유튜브에 향봉 스님의 설법을 지속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경전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기초상식에도 맞지 않는 향봉 스님의 설법은 불자들과 비불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동안 양질의 불교 서적을 꾸준히 출판해온 불광출판사에서 윤회를 부정하는 설법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누가 어떤 말을 해서라도 책만 잘 팔리고 돈만 잘 벌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인가? 불광출판사는 불광(佛光)을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불광(佛光)을 꺼뜨리는 짓을 하고 있다. 또한 향봉 스님을 모셔다가 법석을 만들어 드리는 상도동 보문사 스님도 제대로 된 불교관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여러 면에서 향봉 스님의 설법은 지금의 한국불교 수준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부처님은 아래처럼 명쾌하게 윤회를 설명한다.

“欲知前生事(욕지전생사) : 전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今生受者是(금생수자시) : 금생에 겪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欲知來生事(욕지내생사) : 내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今生作者是(금생작자시) : 금생에 짓는 업이 바로 그것이다.”

앙굿따라 경우 경(A5:57)에서는 설명이 더욱 자상하다.

“나의 업이 바로 나의 주인이고, 나는 업의 상속자이고, 업에서 태어났고, 업이 나의 권속이고, 업이 나의 의지처이다. 내가 선업을 짓건 악업을 짓건 나는 그 업의 상속자가 될 것이다.”

위 게송들처럼 전생과 내생은 업의 흐름임을 설하고 계신다. 이것을 다른 말로 인과응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전생과 금생과 내생이 업의 흐름임을 설하는 부처님께 대항하여 향봉 스님은 전생과 내생이 없다, 윤회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봉 스님은 윤회설은 인도 〈리그베다〉에서 비롯된 조령제(祖靈祭)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말한다. 많은 학자가 윤회는 힌두교 사상이고 부처님이 잠시 방편설로 이용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오부 니까야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윤회가 다른 교리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윤회를 부정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은 부처님의 생존 시기에 5도 윤회설만 등장하고 육도 윤회설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육도 윤회설은 후대에 만들어 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런데 부처님이 성도 후 3~4년째 웨살리에서 설해진 보배경에는 4가지 악처라는 단어가 나온다.

“통찰지를 구족하여 세 가지 족쇄를 버린 이들은 네 가지 악처에서(Catūhapāyehi) 벗어나고 여섯 가지 악행을 범하지 않네. 승가 안에 이 으뜸가는 보배 있으니 이러한 진실로 모두 행복하기를!”

여기서 네 가지 악처란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아수라도에 태어나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미 보배경에서 네 가지 세계를 악처로 표현하고 인간과 하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은 선처(善處)라고 표현하고 있으므로 육도윤회는 부처님 당시에도 사용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향봉 스님은 승가의 범위를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사부대중이라고 설명한다. 현 한글 삼귀의가 “스님들께”만 귀의한다고 되어 있으니 불만이 많겠다. 경전의 인용도 어긋나있다.

왓차곳따 불 경(M72)에서 부처님은 타고 있는 불이 꺼졌다면 그 불이 어디로 갔다고 말하지 못하듯이 아라한이 죽은 뒤에 어디로 갔다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것을 향봉 스님은 사람이 죽으면 윤회하는 영혼이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결과적으로 윤회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비유는 아라한이나 부처님처럼 번뇌를 완전히 소멸시킨 자들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설명하는 비유이다. ‘무아’와 ‘윤회’를 일직선상에 놓고 서로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다. 비유하자면 눈 뜨고 있는 상태가 무아라면 눈 감고 있는 상태는 윤회의 상태이다. 눈 뜬 상태와 눈 감은 상태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아인데 ‘누가 윤회하는가’라는 물음은 눈 뜨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눈 감고 있느냐’라는 질문처럼 성립하지 않은 질문이다. 중생은 무아를 모르기에 윤회하는 것이고 아라한은 무아를 깨쳤기에 윤회하지 않는다. 무아를 모르는 자는 ‘나의 것’이라는 갈애와 ‘나’라는 자만과 ‘나의 자아’라는 무지를 갖고 살아간다.

향봉 스님은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만나서 아이가 생기는데 쌍둥이가 생기지 않고 하나의 아이가 생긴다면 영혼이 두 개가 만나서 하나의 영혼이 생기는 것이므로 이것은 인과법칙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한다. 남자 여자는 각각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 둘이 만나야 하나의 생명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데, 향봉 스님은 정자와 난자를 하나의 독립적인 생명체로 보고 있다. 이렇게 일반상식에도 못 미치는 논리로 윤회를 부정하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향봉 스님은 연기법칙을 인정하면서도 태어남을 있게 한 원인과 조건은 부정한다. 부처님은 태어남에는 원인(hetu)과 조건(paccaya)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태어나게(jāti) 된 것은 업(bhava)을 지었기 때문이고, 업(bhava)은 취착(upādāna)이 있기 때문이고, 취착(upādāna)은 갈애(taṇhā)때문에 생긴다. 이것을 간단하게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향봉 스님은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다”는 연기 공식은 인정하면서도 태어남(jāti)에는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 향봉이라는 존재가 어떤 원인도 조건도 없이 우연히 존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창조주가 지구를 만들고 나서 삼일 뒤에 별들을 만들었다는 성경의 이야기보다 더 황당하지 않은가?(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고 은하계의 나이가 136억 년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이 지구를 만들기 91억 년 전에 이미 은하계 별들이 만들어져 있었던 셈이다.)

향봉 스님의 말처럼 죽으면 모든 게 단절되는 게 인생이라면 과연 향봉 스님이 250계의 비구계를 받고 출가수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적당히 즐기고 오히려 욕망을 마음껏 즐기면서 살아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내생이 없는데 어떻게 살다가 죽은 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연기법은 인정하지만 윤회는 없다는 향봉 스님의 주장은 스스로 모순을 만든다. 나는 남자지만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는 격이다. 윤회를 부정하는 것은 부처님 경전을 부정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바른 견해를 부정하는 것이고 팔정도를 부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문 생활의 결실인 해탈 열반을 부정하는 것이다. 불교를 공부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사후세계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향봉 스님처럼 가사를 수하고 평생 부처님의 품 안에 머물렀으면서 경전에 나와 있는 스승의 말씀을 함부로 부정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런 주장을 이용하여 책을 내고 동영상을 만들어 돈벌이로 활용하는 것은 불자들이 실천해야할 삶의 방법이 아니다. 향봉 스님 이전에도 윤회를 부정하는 자들이 많아서 “윤회를 증거하는 경전들(https://whoami555.tistory.com/13742594)” 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부처님이 윤회에 대해서 말씀하신 구체적인 내용을 보려면 이 글을 참조하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E0lCkYX-tzg&t=140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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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수 2024-04-27 10:24:36
저는 불자도 유자도 기독교자도 아님니다
다만 일편 종교에 관심이 있을뿐이에요
세상에 절대적인게 존재하나요?
다만 각자의 사고와 행동이 있음이겠죠
저는 102살 드신 아버지가 계셔요
1년전까지도 손수 운전하셔서 부여에서 대전까지 왕래하시며 건강하시며 총기가 너무나도 좋으신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식에 입장에서 부모에게 효라는 행함에 있어서 너무나 부족하고 죄스런 마음에
아버지 저 담에 태어나면 아버지 자식으로 태어날래요 하고
말씀 드렸더니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이세상 만물이 생명줄 끊기면 그만인겨 웃으시면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래도 아버지 아들로 태어날래요 하니 하하 웃기만 하시더라구요
세상에 각자의 사고와 신념 의지 행동에 다름과 같음이 큰의미가 있을가요?
나와 너는 하나 아닌가요

마마 2024-03-16 21:23:38
스님. 말씀하시는 뜻이 어떤 말씀이신지 취지는
이해가 갑니다만, 갈수록 말이 거칠어지시고, 어떨때는 문득문득 분노의 기운까지 느껴져 안타깝습니다. 논쟁을 벌이다보면 생각이 다를때도 있고, 잘못된 견해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하죠. 그럴때마다 마음속의 분노를 끄집어 놀리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천천히 부드러운 말과 태도로 설득하고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것이 승가의 위의라 생각합니다._()_

도사님 2023-12-27 11:16:02
향봉이라는 사람 참 무식을 세상에 알리는 중인듯....못배우고 먹고살길 없어서 절간에 들어가서 귀동냥으로 스님이 되고 나이가 먹으니 자신이 깨우친것 처럼 말을 하는데 인간이 상대적으로 세상의 옳고 그름을 말하면 이미 깨우친것이 아니다...윤회가 있든없든 영혼이 죽음으로 소멸된다고 말하는 향봉이라는자는 자신이 보고 아는것만 말을 해야지 자신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것을 중이랍시고 지껄이는것을 보면 참으로 한심한 인간일세.....종교란 기독교에서도 천국을 가고 불교에서도 악업을 지으면 지옥을 간다는것.........죽으면 그만이라는 너의설법은 니가 추측하고 알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않은 죽음을 너는 왜 단정을 하는가??? 그러니 못배운 티를 내는것이다...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왜 아는체를 함?

괴로움의 소멸 2023-10-15 23:48:51
한국불교의 가장 큰 병폐는 승려라는 자들 대부분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인 "니까야"를 읽지 않고 삿된 중들이 만들어낸 창작 경전인 대승경전만 봄으로써 석가모니 부처님의 근본적인 가르침이 뭔지조차도 모르기에 향봉처럼 단멸론을 말하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오백명의 아라한이 가장 먼저 결집한 법망경만 봤더라도, 또는 4부 니까야의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봤더라도 향봉과 같은 "내생의 윤회는 없다"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망언을 못할 것이다. 깨달은 척하면서 "아무말 대잔치"나 하니 어이없다. 니까야를 읽지 않았다면 스스로 승려라고 칭하지 말라.

dsd 2023-09-16 15:01:09
하는짓이 자승이 조폭카르텔보다 못하다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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