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불교교류 비망록 : 이제, 다시 본다] 52.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행사
[남북불교교류 비망록 : 이제, 다시 본다] 52.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행사
  • 이지범 북한불교연구소 소장
  • 승인 2023.06.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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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연을 다시 맺다”

“오늘,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갈라진 조국을 통일하는 것보다 더 절박한 민족사적 과업은 없다. 조국통일은 민족 지상의 과제”라고 북측의 대외선전용 잡지 《조선의 오늘》(2019.1.6.)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언을 소개했다.

북측 정부・정당・단체연합회가 공동명의로 발표한 〈호소문〉(2019.1.23.)에는 “희망찬 새해를 맞이한 우리 민족은 보다 큰 신심과 락관에 넘쳐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더 높은 령마루를 향한 거족적 진군길에 한사람같이 떨쳐 나서고 있다. 력사의 땅 판문점에서 울려 퍼진 뜻깊은 울림이 화해와 단합, 통일과 번영의 새 시대로 승화된 격동적인 지난해를 감회 깊이 돌이켜보며 새로운 결심과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 시각 온 민족을 보다 큰 비약에로 이끄시는 절세 위인의 애국애족의 호소가 우리의 심장을 끝없이 격동시키고 있다. …(중략)… 지난해에 민족 분렬사상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는 극적인 사변들과 련속적으로 펼쳐진 경이적인 화폭들이 얼마나 온 겨레를 충격과 환희, 격정과 락관으로 세차게 끓어번지게 하였던가. 내외의 지지와 격찬 속에 북남수뇌 상봉이 세 차례나 마련되고, 력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이 채택 발표되어 북남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올라섰다. 북남선언들을 리행하는 과정에 조선 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가 크게 완화되어 전쟁의 검은 구름이 무겁게 감돌던 삼천리강산에 평화의 봄기운이 태동하였다. 북과 남은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영, 공리를 도모해나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디었다. …(중략)… 위대한 력사의 증견자, 격동적인 시대의 주인공들인 우리 민족의 앞길에 찬란한 태양이 빛을 뿌리고 있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더 높은 목표가 우리 모두를 부르고 있다.”라고 2018년 한 해 동안의 남북교류를 평가하고, 새해 교류에 대해 주장했다.

그다음, 남북한의 민간교류는 2019년 2월 12일~13일 금강산에서 ‘북남선언 리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련대모임’으로 열렸다. 남북한의 정당과 사회단체, 종교계 지도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2008년 6.15 공동행사인 민족통일대축전이 평양에서 열린 다음, 단절되었던 남북공동 행사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10월 4일 평양에서 민족통일대회를 개최했다. 또 11월 3일∼4일 금강산에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를 가졌다.

옛 인연을 다시 맺었던 2019년 2월 금강산 새해맞이 남북공동 행사에 대해 알아본다. 금강산 신계사 방문과 주요 현안 논의 등을 가진 남북불교 교류, 그해 북미 정상회담 등에 대해 다시 살펴본다.

남북연대모임 대표자대회의(2019.2.12. 금강산문화회관).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새해맞이 공동행사(2019.2.13. 금강산 해금강).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새해맞이 발원문 낭독(2019.2.13. 해금강 연화대).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에서 다시 손잡다

“남측 동무들 만나러 10시간 버스 타고, 평양에서 왔습네다.”라고 말문을 연 북측 참가자는 남측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데 걸린 시간에 비교해 빨리 헤어져 아쉽다.”고 했을 정도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1998년 6월 8일 결성)와 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2019년 2월 12일~13일 금강산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을 공동 주관했다. 남측 대표단 213명과 취재, 지원인력 등 251명을 비롯해 해외동포 50여 명, 북측 대표단 100여 명이 참가한 외금강산 새해맞이 공동행사는 민족의 정(情)을 나눴으나 함께한 시간은 24시간이 채 안 됐다. 2018년 11월 3일∼4일 외금강산에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를 개최한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새해, 첫 남북 민간교류 행사로 금강산에서 손을 맞잡았다. 2019년 2월 12일 오후 1시 금강산호텔에서 만남으로 시작됐다. 오후 4시 외금강산 문화회관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남북연대모임 대표자대회의’를 개막했다. 저녁 6시 부문별 상봉모임과 7시 30분부터 금강산호텔에서 환영 만찬을 했다. 2월 13일 오전 6시~7시에는 해금강 연화대에서 일출을 보며,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행사를 하고, 기념 촬영했다. 오전 9시 늦은 아침을 한 후, 금강산 신계사 방문을 마지막으로 금강산에서의 1박 2일 일정을 마쳤다.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공동행사는 2월 12일 개막행사에서 〈8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우리는 희망찬 새해 2019년에 역사적인 남북 선언들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힘차게 전진시켜 나가려는 드높은 결의와 의지를 안고, 내외 8천만 겨레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첫째, 온 겨레의 염원을 담아 남북 정상이 열어가는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를 다 함께 힘껏 열어나가자. 남북 정상 선언들의 정신을 이어 남북 사이의 화해와 신뢰의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자. 둘째,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운동을 남과 북, 해외에서 적극 벌여 나가자. 판문점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9월 평양공동선언은 북과 남이 뜻과 힘을 합쳐 겨레의 운명을 우리 자신의 힘으로 개척해 나갈 것을 확약한 민족자주, 민족 단합의 선언이며 평화와 통일의 선언이다. 셋째, 남북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활성화하여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자. 남북 사이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고, 우리 겨레 각계각층이 실제로 덕을 볼 수 있게 하는 융성번영을 위한 의로운 사업이다. 넷째, 온 겨레의 슬기와 지혜를 합쳐 평화와 통일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나가자.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역사적 흐름은 통일의 지향과 연결되어야 마땅하다. 끝으로, 우리 모두 함께 담대하게 떨쳐 일어나 남북 선언들을 관철하기 위한 거족적 행진에 나서자. 올해를 우리 민족사에 빛날 또 하나의 역사적 전환의 해로 만들자.”는 남북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명의로 발표됐다.

첫날 저녁 6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남북은 부문별 상봉모임을 별도 진행했다. 이날 상봉에서는 북측의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이 참석하고, 남측에서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과 범해 중앙종회 의장・덕조 사회부장과 진화 송광사 주지・김규범 대한불교청년회 고문 등이 참가했다. 7시 이후 진행한 환영 만찬행사는 북측 민화협 회장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위원장과 김홍걸 남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인사로 시작했다. 남측의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이창복 상임대표 의장, 김희중 대주교 겸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등의 건배 제의와 연대사로 밤늦게까지 열렸다.

이튿날인 13일 아침 6시~7시에는 외금강산 해금강의 정자 연화대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련대모임’ 행사를 가졌다. 북측 민화협 대표의 기원사에 이어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은 새해 발원문을 낭독했다. 함께 기념 촬영을 한 남북 대표단은 금강산호텔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11시경 금강산 신계사 방문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금강산에서의 1박 2일 일정은 시간 제약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신계사 앞 주차장에 헤어질 때 남측과 북측 인사들이 서로 부둥켜안거나, 등을 두드리며 “또 봅시다.” “건강히 지내십시오.”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때 만남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길맞이’ 행사와 같았다. 남북은 해금강에서 일출을 보며 “통일의 해돋이 마중 가자.”라는 함성으로 울려 퍼질 만큼 다시 손을 굳게 맞잡았다.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 신계사 방문(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 후 기념촬영(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국내외 안팎의 교류 흐름

2018년 4월부터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이듬해 초까지 통일과 교류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그해 11월 조계종 민추본 차원의 신계사 방문을 넘어서 2019년 2월 13일에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범해 중앙종회 의장・덕조 사회부장과 진화 송광사 주지가 직접 금강산 신계사를 방문했었다.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2018.9.28. 선출)은 2018년 11월 26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예방 자리에서 남북불교 교류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2019년 1월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 남북불교 교류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단은 미국과 UN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북측 불교계와 협의를 통해 신계사에 템플스테이 시설을 건립하고, 북측 내 주요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이유로 신계사에 템플스테이를 개설하면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해에 원행 총무원장은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평양 시내 사찰에서 봉축 점등식이 열릴 수 있도록 협의하고, 남과 북의 전통등(傳統燈)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통등 전시회도 추진하겠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에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를 초청해 남북공동 연등축제와 봉축 법요식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북한지역 사찰 주변에 나무를 심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는 요지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 밝혔다.

그 첫 만남은 2019년 2월 13일 11시경 금강산 신계사에서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과 북측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과 회동으로 성사됐다. 이날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련대모임의 마지막 행사로 남측 방문단은 신계사를 방문해 정각 주지(관리인)의 설명을 듣고,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신계사 주지와 부전이 참석한 가운데 약식으로 남북합동 법회를 개최했다.

그때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은 조불련 위원장・서기장과 정각 신계사 주지와 함께 신계사 템플스테이 부지 선정과 운영 방식에 관한 약식 협의를 가졌다. 당시 논의한 템플스테이 건립 대지는 신계사 경내에서 과수원 사이쯤으로 구상했다. 5천 평(1.6㏊) 규모의 ‘금강산 신계사 과수원’은 2007년 3월 충북 제천시가 대북 영농교류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1,000그루의 사과나무 묘목을 심어 만들었다. 금강산관광총국의 지도를 받는 신계사가 관리하고 있다. 또한 신계사 경내지의 밭은 그 후, 양파 등 채소 재배단지 등 협력사업 지역으로도 구상됐다.

하지만 남북 민간교류는 2019년 2월 말,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면서 같이 중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그해 2월 27일~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영변 비핵화를 바탕으로 제재 완전해제를 제안한 북측과 달리 완전한 비핵화(CVID 혹은 FFVD)를 조건으로 한 미국은 최종합의 없이 정상회담을 결렬했다. 또 6월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북미 정상이 회동(제3차)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민간차원의 교류까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9년 7월부터 남북교류는 모든 분야에서 평양으로부터 단절됐다. 그 좁은 문은 닫혔고, 남측의 평화통일불교연대 발족(2019.8.14.)에 대해 북측 조불련의 지지 전문이 나온 것이 유일하다.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와 전국신도회는 그해 8월 21일에 “우리는 얼마 전 남측에서 대한불교청년회, 참여불교재가련대, 정의평화불교련대, 자주평화통일실천련대 등 4개 재가단체들이 힘을 합쳐 조선반도의 평화와 불교계의 통일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평화통일불교련대를 결성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였습니다. 력사적인 북남공동선언 리행과 불교도들의 협력과 련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귀 련대 법우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는 력사의 새 시대가 힘차게 태동하는 중요한 시기에 남녘의 불자들이 불의와 반통일에 맞서 부처님의 지혜를 옳바로 구현하며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길에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을 결의해 나선 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하면서 전적인 지지와 련대를 보냅니다.”는 평화통일불교연대 결성에 관한 축하 전문을 보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불교계의 통일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상설협의체로 출범한 평화통일불교연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 선언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는 입장문(2019.8.27.) 등을 냈다. “이제, 미국과 일본 종속체제에서 벗어나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자.”라는 제하의 성명(2019.11.16.)을 발표하고, 우리 정부의 자주적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사업의 즉각 추진을 촉구했다. 그때 조불련 중앙위원회가 발표한 격문(2019.11.10.)은 이례적이었다. “고승 대덕이든 사미승이든 출가이든 재가이든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제2의 초불항쟁으로 보수 적폐의 아성을 불살라버리기 위한 오늘의 초불대하에 뛰어들자!”라는 격문을 발표한 조불련은 “부처님 가르치신 중도는 침묵이 아니라 실천이다. 정의에 손을 들어주는 시국선언으로 초불민심에 힘을 더해주자.”고 주장했다.

그해 12월 말, 코로나19 발생과 팬데믹으로 남북교류는 중단됐다. 더욱이 SY정권의 임계점을 넘어선 강대강 전략은 한반도를 제2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고,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한 김대중 대통령의 1975년 4월 19일 명연설을 소환하는 배경에 그 까닭이 있다.

# 마지막 편은 ‘2020년 코로나19와 남북교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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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연대모임 대표자대회의(2019.2.12. 금강산문화회관).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새해맞이 공동행사(2019.2.13. 금강산 해금강).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새해맞이 공동행사(2019.2.13. 금강산 해금강).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새해맞이 발원문 낭독(2019.2.13. 해금강 연화대).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새해맞이 발원문 낭독(2019.2.13. 해금강 연화대).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에서 다시 손잡다

“남측 동무들 만나러 10시간 버스 타고, 평양에서 왔습네다.”라고 말문을 연 북측 참가자는 남측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데 걸린 시간에 비교해 빨리 헤어져 아쉽다.”고 했을 정도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1998년 6월 8일 결성)와 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2019년 2월 12일~13일 금강산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을 공동 주관했다. 남측 대표단 213명과 취재, 지원인력 등 251명을 비롯해 해외동포 50여 명, 북측 대표단 100여 명이 참가한 외금강산 새해맞이 공동행사는 민족의 정(情)을 나눴으나 함께한 시간은 24시간이 채 안 됐다. 2018년 11월 3일∼4일 외금강산에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를 개최한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새해, 첫 남북 민간교류 행사로 금강산에서 손을 맞잡았다. 2019년 2월 12일 오후 1시 금강산호텔에서 만남으로 시작됐다. 오후 4시 외금강산 문화회관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남북연대모임 대표자대회의’를 개막했다. 저녁 6시 부문별 상봉모임과 7시 30분부터 금강산호텔에서 환영 만찬을 했다. 2월 13일 오전 6시~7시에는 해금강 연화대에서 일출을 보며,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행사를 하고, 기념 촬영했다. 오전 9시 늦은 아침을 한 후, 금강산 신계사 방문을 마지막으로 금강산에서의 1박 2일 일정을 마쳤다.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공동행사는 2월 12일 개막행사에서 〈8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우리는 희망찬 새해 2019년에 역사적인 남북 선언들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힘차게 전진시켜 나가려는 드높은 결의와 의지를 안고, 내외 8천만 겨레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첫째, 온 겨레의 염원을 담아 남북 정상이 열어가는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를 다 함께 힘껏 열어나가자. 남북 정상 선언들의 정신을 이어 남북 사이의 화해와 신뢰의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자. 둘째,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운동을 남과 북, 해외에서 적극 벌여 나가자. 판문점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9월 평양공동선언은 북과 남이 뜻과 힘을 합쳐 겨레의 운명을 우리 자신의 힘으로 개척해 나갈 것을 확약한 민족자주, 민족 단합의 선언이며 평화와 통일의 선언이다. 셋째, 남북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활성화하여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자. 남북 사이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고, 우리 겨레 각계각층이 실제로 덕을 볼 수 있게 하는 융성번영을 위한 의로운 사업이다. 넷째, 온 겨레의 슬기와 지혜를 합쳐 평화와 통일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나가자.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역사적 흐름은 통일의 지향과 연결되어야 마땅하다. 끝으로, 우리 모두 함께 담대하게 떨쳐 일어나 남북 선언들을 관철하기 위한 거족적 행진에 나서자. 올해를 우리 민족사에 빛날 또 하나의 역사적 전환의 해로 만들자.”는 남북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명의로 발표됐다.

첫날 저녁 6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남북은 부문별 상봉모임을 별도 진행했다. 이날 상봉에서는 북측의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이 참석하고, 남측에서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과 범해 중앙종회 의장・덕조 사회부장과 진화 송광사 주지・김규범 대한불교청년회 고문 등이 참가했다. 7시 이후 진행한 환영 만찬행사는 북측 민화협 회장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위원장과 김홍걸 남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인사로 시작했다. 남측의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이창복 상임대표 의장, 김희중 대주교 겸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등의 건배 제의와 연대사로 밤늦게까지 열렸다.

이튿날인 13일 아침 6시~7시에는 외금강산 해금강의 정자 연화대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련대모임’ 행사를 가졌다. 북측 민화협 대표의 기원사에 이어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은 새해 발원문을 낭독했다. 함께 기념 촬영을 한 남북 대표단은 금강산호텔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11시경 금강산 신계사 방문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금강산에서의 1박 2일 일정은 시간 제약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신계사 앞 주차장에 헤어질 때 남측과 북측 인사들이 서로 부둥켜안거나, 등을 두드리며 “또 봅시다.” “건강히 지내십시오.”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때 만남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길맞이’ 행사와 같았다. 남북은 해금강에서 일출을 보며 “통일의 해돋이 마중 가자.”라는 함성으로 울려 퍼질 만큼 다시 손을 굳게 맞잡았다.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 신계사 방문(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 신계사 방문(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 후 기념촬영(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 후 기념촬영(2019.2.13.). 사진: 참여연대 홈페이지(2019.2.20.)

국내외 안팎의 교류 흐름

2018년 4월부터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이듬해 초까지 통일과 교류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그해 11월 조계종 민추본 차원의 신계사 방문을 넘어서 2019년 2월 13일에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범해 중앙종회 의장・덕조 사회부장과 진화 송광사 주지가 직접 금강산 신계사를 방문했었다.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2018.9.28. 선출)은 2018년 11월 26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예방 자리에서 남북불교 교류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2019년 1월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 남북불교 교류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단은 미국과 UN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북측 불교계와 협의를 통해 신계사에 템플스테이 시설을 건립하고, 북측 내 주요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이유로 신계사에 템플스테이를 개설하면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해에 원행 총무원장은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평양 시내 사찰에서 봉축 점등식이 열릴 수 있도록 협의하고, 남과 북의 전통등(傳統燈)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통등 전시회도 추진하겠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에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를 초청해 남북공동 연등축제와 봉축 법요식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북한지역 사찰 주변에 나무를 심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는 요지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 밝혔다.

그 첫 만남은 2019년 2월 13일 11시경 금강산 신계사에서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과 북측 강수린 조불련 위원장과 회동으로 성사됐다. 이날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련대모임의 마지막 행사로 남측 방문단은 신계사를 방문해 정각 주지(관리인)의 설명을 듣고,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신계사 주지와 부전이 참석한 가운데 약식으로 남북합동 법회를 개최했다.

그때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은 조불련 위원장・서기장과 정각 신계사 주지와 함께 신계사 템플스테이 부지 선정과 운영 방식에 관한 약식 협의를 가졌다. 당시 논의한 템플스테이 건립 대지는 신계사 경내에서 과수원 사이쯤으로 구상했다. 5천 평(1.6㏊) 규모의 ‘금강산 신계사 과수원’은 2007년 3월 충북 제천시가 대북 영농교류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1,000그루의 사과나무 묘목을 심어 만들었다. 금강산관광총국의 지도를 받는 신계사가 관리하고 있다. 또한 신계사 경내지의 밭은 그 후, 양파 등 채소 재배단지 등 협력사업 지역으로도 구상됐다.

하지만 남북 민간교류는 2019년 2월 말,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면서 같이 중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그해 2월 27일~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영변 비핵화를 바탕으로 제재 완전해제를 제안한 북측과 달리 완전한 비핵화(CVID 혹은 FFVD)를 조건으로 한 미국은 최종합의 없이 정상회담을 결렬했다. 또 6월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북미 정상이 회동(제3차)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민간차원의 교류까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9년 7월부터 남북교류는 모든 분야에서 평양으로부터 단절됐다. 그 좁은 문은 닫혔고, 남측의 평화통일불교연대 발족(2019.8.14.)에 대해 북측 조불련의 지지 전문이 나온 것이 유일하다.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와 전국신도회는 그해 8월 21일에 “우리는 얼마 전 남측에서 대한불교청년회, 참여불교재가련대, 정의평화불교련대, 자주평화통일실천련대 등 4개 재가단체들이 힘을 합쳐 조선반도의 평화와 불교계의 통일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평화통일불교련대를 결성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였습니다. 력사적인 북남공동선언 리행과 불교도들의 협력과 련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귀 련대 법우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는 력사의 새 시대가 힘차게 태동하는 중요한 시기에 남녘의 불자들이 불의와 반통일에 맞서 부처님의 지혜를 옳바로 구현하며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길에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을 결의해 나선 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하면서 전적인 지지와 련대를 보냅니다.”는 평화통일불교연대 결성에 관한 축하 전문을 보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불교계의 통일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상설협의체로 출범한 평화통일불교연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 선언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는 입장문(2019.8.27.) 등을 냈다. “이제, 미국과 일본 종속체제에서 벗어나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자.”라는 제하의 성명(2019.11.16.)을 발표하고, 우리 정부의 자주적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사업의 즉각 추진을 촉구했다. 그때 조불련 중앙위원회가 발표한 격문(2019.11.10.)은 이례적이었다. “고승 대덕이든 사미승이든 출가이든 재가이든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제2의 초불항쟁으로 보수 적폐의 아성을 불살라버리기 위한 오늘의 초불대하에 뛰어들자!”라는 격문을 발표한 조불련은 “부처님 가르치신 중도는 침묵이 아니라 실천이다. 정의에 손을 들어주는 시국선언으로 초불민심에 힘을 더해주자.”고 주장했다.

그해 12월 말, 코로나19 발생과 팬데믹으로 남북교류는 중단됐다. 더욱이 SY정권의 임계점을 넘어선 강대강 전략은 한반도를 제2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고,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한 김대중 대통령의 1975년 4월 19일 명연설을 소환하는 배경에 그 까닭이 있다.

# 마지막 편은 ‘2020년 코로나19와 남북교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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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범
경북 경주 출생으로 1984년부터 불교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참여하다가 1990년 초, 법보종찰 해인사에 입산 환속했다. 1994년부터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2000년부터 평양과 개성·금강산 등지를 다녀왔으며, 현재는 평화통일불교연대 운영위원장과 북한불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북불교교류 60년사’ 등과 논문으로 ‘북한 주민들의 종교적 심성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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