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27일]또다른 시작 앞에서
[오체투지27일]또다른 시작 앞에서
  • 불교닷컴
  • 승인 2008.10.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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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같은 마음으로 1천배의 오체투지를 국민께 공양합니다. -

9월 마지막 날. 어느덧 9월 마지막 날입니다. 9월 4일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하여 마지막 날에 이르렀습니다. 하루 하루 목숨을 다 할 것처럼 길을 가면서도 4km도 못가나 하였지만, 이제는 걸어왔던 길을 생각하면 누구나 놀랍니다. 하지만 얼마나 갔는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길은 시작하는 지점만 있을 뿐이기. 그 끝은 알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와 길을 함께 갈 것인가?>

하루 일정이 종료되는 시각. 뚜렷이 정해진 시간도 거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세운 계획이야 있지만 순례 진행에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한번 길을 나온 이상 가야 할 상황에서 길을 가고, 멈추어야 할 상황에서 멈출 뿐입니다.

하루 중 오후 3시가 넘어서면 순례단의 속도가 눈에 뛰게 변화합니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더욱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의 힘겨워 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어제부터 순례단에 합류한 전종훈 신부는 한 구간 한 구간 진행할 때 마다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인 상태입니다. 어제 하루 순례를 마친 이후 전종훈 신부님은 3시간여 동안 몸의 근육을 풀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땅바닥과 일치가 되니 평화롭기만 하다”며, “기도에는 쉼이 없다. 계속 가야 한다. 지금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니 행복하고, 같이 갈 동반자가 있으니 행복의 길이다. 바닥에 몸을 일치시키고 기었더니 마음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만 하다”고 합니다.

잠깐의 휴식동안 “누구하고 같이 사는가? 누구하고 같이 갈 것인가? 개인한테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던 전종훈 신부님은 또 몸을 일으켜 순례길을 나섭니다.

우리 사회는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조건과 차이를 만드는 소통이 있는가 하면, 조건과 차별 없이 연대하는 소통이 있습니다. 그것에 따라 함께 길을 가는 사람이 다르고, 지향하는 사회가 달라집니다. 이제 길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묻고 있습니다.



<하루 1천배의 오체투지 순례>

오늘부터 순례 시간이 조정되었습니다. 지난밤 진행팀 논의를 통해 순례자들의 건강을 위해 아침 이른 시간과 오후 늦은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오전 8시 출발 시간을 오전 8시 30분으로 조정하였으며, 오후 순례 일정도 2:30-5:30에서 2:00-5:00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순례 시간대 변경 공지가 늦어서인지, 출발장소에는 이미 여러분의 참여자들이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명호(호남신학대학원)님 등은 오늘 맨발로 오체투지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신명호님 등은 “이 땅에 아프게 살아가는 것들을 위해 함께했고,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맨발로 했습니다.”고 합니다.

오늘은 수경스님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진행팀의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릎 걱정하는 진행팀을 향해 “너만 보면 정신 사납다.”며 고개를 돌립니다. 애써 자신의 건강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화제를 돌리시고, 가야 할 길이니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스님의 모습에 지켜보는 사람은 마음이 더 아파옵니다. 가야 할 길을 이야기하는 수경스님에게 어제 합류한 전종훈 신부님이 “초지일관”을 이야기하며 “형님들 따라가기 힘들다. 속도 좀 늦추자.”고 하니 문신부님과 수경스님이 “아직 멀었어. 가야지”라며 다시 길을 나섭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부쩍 힘들어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종훈 신부님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길을 나선 순례자도, 새로이 길을 합류한 순례자도 역시 “헉.. 헉..아이고” 소리가 끊이지 않고, 휴식 이후 얼마 길을 가지 않은 상황에서도 다시 몸에는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진행팀은 이 분들의 길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 속에서 진정한 생명 평화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이분들을 이끌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길을 함께 나누었던 차흥도 목사님이 순례자들을 격려 방문하였습니다. 차 목사님은 인근에 목회자 교육을 위해 방문하였던 차에 마음을 나누기 위해 방문하였다 합니다.

오늘 순례단은 원룡암에서 시작하여 죽암온천에 이르러 일정을 종료하였습니다. 애초 죽암온천 인근에서 노숙을 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종료하고 노숙을 준비하는 시간에 인근의 죽림교회 권동용 목사님께서 방문하여 숙소를 마련해주셨습니다. 권동용 목사님은 오늘에서야 순례를 알았다며,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교회의 황토방에서 여정을 풀 것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순례단으로서는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길에서 인연을 만나 함께 생명평화의 마음을 나누는 순례길. 길을 나섰던 사람도, 마주보며 오는 사람도 서로 조건이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함께 마음을 나눌 뿐입니다.

사실 요즘 순례단의 중요한 물품 중 하나인 죽비가 갈라졌습니다. 죽비를 손으로 만드시는 분께서 특별히 제작해 주신 것임에도 불구하고, 순례 20여일이 지나자 갈라지기 갈라졌고, 죽비와 한짝을 이루고 있는 나무판도 많이 갈라진 상태입니다. 순례자의 영혼을 깨우고 지친 육신을 일깨우던 죽비. 비록 갈리진 사이로 맑은 소리는 사라지고 있지만, 오늘도 순례자는 죽비 소리 하나에 목숨을 걸고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죽비소리에 순례단은 하루 1천배 이상을 오체투지로 나아갑니다. 순례자가 드리는 1천배의 절은 닫힌 성벽안의 권력자가 아니라 이름 없이 열린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던 국민과 새로운 사회가치를 일군 미래세대에게 드리는 존경과 연대의 마음입니다. 오늘도 순례단은 그 마음이 이끄는 길을 평온하고 평화롭게 가고 있습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신명호 님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크게 바라보았는데, “그분들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대우마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사회적 아픔이라고 생각한다.”며 꼬집어 말씀 하셨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생명의 길이란 낮아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체투지를 하다 보면 많은 생명들을 보게 됩니다. 그 속에서 죽어가는 생명도 확인하게 됩니다. 낮은 곳에서 그들을 보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만 올라가려 하는 것이 문제이다.”며 생명의 길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점심 무렵부터 순례를 영상으로 기록하시던 김혜경, 이진영(부천)님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있지만 소수 특정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개발, 그로 인한 환경파괴 등이 안타까웠고 이러한 일환으로 인간과 땅이 하나가 되는 오체투지 순례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참여 동기를 밝히셨습니다. 또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영상을 찍고 남들에게 알리기 위한 정도의 마음이었으나 ‘저 분들이 무엇을 위해 희생하나’라는 생각 등 오히려 많은 것을 느끼고 간다.”고 소감을 밝히셨습니다. “저희들의 바람은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무분별한 개발을 하는 장면을 세상에 알리고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일구는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윤병일(서울) / 김형근(평화동 성당) / 김대성, 신명호, 배무궁(호남신학대학원) / 임재은(전북평화와인권연대) / 김현진, 최정도(안티이명박카페전북지부) / 김형근 외 3(평화동 성당) / 김경희(신덕면 풍물패) / 차흥도 목사(완주) / 진여성(인천) / 김종순(전주 송천동) / 육경화 수녀(부천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 강성갑 아나니아, 김혜경, 이진영(부천) / 김인경 교무(잠실 교당) / 정안드레아 외 1명(구례) / 김광철 목사, 김선희(구례) / 송년홍(전주) 님 등이 함께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1일(수) : 죽림온천 입구(시작) - 상관면 신리교차로(종료)
● 10월 2일(목) : 상관면 신리교차로(시작) - 전주시 완산구 안적삼거리(종료)
● 10월 3일(금) : 전주시 완산구 안적 삼거리(시작)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10월 4일(토)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전주시 호성사거리 현대오일뱅크(종료)
● 10월 5일(일) : 휴식예정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원불교 잠실교당의 김인경 교무님께서 과일과 간식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인천에서 오신 진여성 보살님께서 후원금과 음료와 간식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구례에서 오신 분이 익명으로 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부천에서 오신 육경화 수녀님께서 담요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부천에서 전명준 전한의원 원장님께서 한약과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부천 상동성당에서 최낙문, 박선영 부부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정 안드레아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죽림교회 권동용 목사님께서 하루을 숙박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 관촌면 슬치고개 김플로라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전주 송천동 김종순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수원대 이주향 교수님께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8. 9. 30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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