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지역 부근을 지나면서 고압선도 많이 등장한다. 당시 인도의 에너지부문 통계를 살펴보았다. 놀라운 것은 2018년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20%나 된다는 것. 원자력에너지는 2%밖에 안된다. 한국의 에너지연구원에서 간행한 인도자료를 보면 증설계획도 원전의 비중은 유명무실하고 재생가능에너지가 압도적으로 많다.
현재 인도는 7개 지역에서, 원전이 22개 가동이 되고 있다. 일부 신규공사 중이지만 현실의 에너지 시장에서는 원자력에너지 비중은 2%로 매우 적다. 2004년에 착공한 것도 아직 공사 중이라고 한다. 채산성 악화가 결정적 요인일 것이다. 인도의 핵발전소는 핵무기 원료생산용이 주목적이 아닐까.
세계적으로도 원전의 쇠퇴는 뚜렷하다. 핵발전소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가 2018년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새로이 건설하는 원전은 급격히 줄고 있다. 중국 착시현상이 두드러진다.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1976년 정점을 찍고 급감한 뒤 지난 20년간 정체되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년간 착공에 들어간 원전 가운데 44%를 점유한 중국을 제외하면, 전세계 원전 산업의 쇠락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재 추세대로면 2063년 ‘원전 제로(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과 잦은 건설 지연, 사용후핵연료 처리 및 폐로 비용 증가 등으로 경제성이 낮아진 데 따른 결과다."
그는 채산성 악화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원전의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현상은 최근 일본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 체 하고 있다.
원전개수를 우리만큼이나 많이 보유한 인도에서 원전비중을 2~3%수준에서 동결하고 5년전에 벌써 재생에너지를 20%로 늘린 것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교훈을 준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문재인정부의 유명무실한 탈원전구호에 실망한데다, 원전마피아의 먹거리 확대재생산만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윤석열정부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미국의 핵발전소 분포와 지진위험도를 그린 것을 보면 미국도 위험한 동네다. 그 동네에서 벌어지는 총기 난사는 매스컴이라도 타지만 이런 근본적 위험은 잘 다루지 않는다. 지구촌도 마찬가지다. '위험의 자본화'라고 할까, 그런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이에 대한 개인이나 소수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그런 기술적이고 조직적이고 자본 투하적인 위험이 지구촌을 볼모로 잡고 있다.
이윽고 챤디가르에 도착했다. 70여 년 전 스위스 출신으로서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도시설계가인 Le Corbusier 가 설계한 Chandigarh. 원래의 Punjab 주의 주도가 파키스탄 쪽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새로운 주도가 필요했던 것. 이 그림은 초기의 스케치로서 실제 시가지는 서쪽으로 더 확장되었다. 히말라야산맥을 타고 내려오는 산지를 등에 지고 행정중심지를 배치한 후 도시 전체를 800m×1,200m 가로망으로 구획했다. 녹지대와 보행축은 각 블록을 연계하면서 시가지를 고르게 관통하도록 설계하였다. Le Corbusier는 이 도시를 통해 자동차가 본격 도입된 이후의 현대적 도시계획의 문법의 하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챤디가르의 중심에 있는 Panjab 대학은 인도에서 8위쯤 되는 명문대학이다. 거리에서 판잡대학교 생물학전공의 대학원생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중 한 사람으로부터 놀라운 말을 듣는다. 필자에게 'I love Korea' 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전에 태국에서 젊은 여성에게 들었던 '사랑해' 만큼 충격적이다. 인도에서 그런 표현을 듣다니!
그날 또 한차례 그 말을 듣는다. 야외식당 옆자리에 있던 분들과 친해졌는데 역시 대학원생들이다. K-POP그룹 중 EXO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I love Korea'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루에 이 말을 두 번이나 듣다니!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한류나 경제적 성과만으로는 이런 말을 들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촛불혁명과 같은 성숙한 민주주의가 이들의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일전에 인도의 교과서에 촛불혁명이 수록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검색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