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선사(주지 도정 스님) 부설 연경문화예술원은 오는 15일 오후 2시 4월의 영화 '아푸의 세계'를 무료 상영한다.
연경문화예술원은 양윤모 영화평론가와 '영화평론가와 함께 하는 마을영화'를 매달 열고 있다.
4월 상영작 '아푸의 세계'는 영화사적으로 1957년 아시아 영화를 반석위에 올려 놓은 사트야지트 레이 감독의 아푸 3부작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다.
아푸 제1, 제2부 '길의 노래'와 '아파라지토'가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면 제3부는 홀로 남은 아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경문화예술원은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3작품 모두 윤회의 수레바퀴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학교 졸업 후 실업 상태로 철로변에 셋방을 살고 있는 아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글쓰기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벌어먹고 살지는 못했던 아푸는 우연찮게 친구 가족의 결혼식에 따라갔다가 얼토당토않는 일을 맞이한다.
결혼식에서 신랑이 미쳐버려 신부의 어머니가 결혼을 거부한 것이다. 정해진 적령기에 결혼하지 않으면 이후로는 하지 못하는 이상한 풍습 때문에 아푸의 친구 '풀루'는 신부와 결혼해달라고 무리한 부탁을 한다.
처음에는 관습적 억압을 비난하며 완강히 거부했지만 아푸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결국 자신의 자존심을 저버리고 홀로 남은 어린신부 '아파르나'와 결혼한다.
악습으로 이어진 관계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매우 헌신적이었고, 금슬 좋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아파르나는 고향으로 떠나 있던 도중 아이를 낳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아파르나 죽음의 충격으로 아푸는 홀로 남겨진 아들을 저버리고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해변과 우거진 숲을 지나며 세상을 방랑한다. '고난과 역경이 없는 예술가는 훌륭할 수 없다'했던가. 이의 역설로 아푸는 마지막 자존심과 같았던 자신의 소설을 하늘로 날려버린다.
이후 처음 등장하는 아푸의 아들 카잘은 '1부'의 유년기 시절 아푸를 떠올리게 만든다. 1부에서 돈을 벌기 위해 홀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아푸의 아버지를 떠올렸을 때 결국 두 부자의 모습(떠나있는 아버지와 기다리는 아들)은 비슷한 형태로 다시금 반복된다.
앞서 '인간사는 결국 끊임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수레바퀴처럼 멈추지 않고 순환된다'고 했었다.
인간은 매번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대할 테지만 결국 삶의 굴레는 크게 벗어나지 않고 또 다시 반복된다는 의미로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부인의 죽음을 드러내며 인도의 윤회사상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사트야지트 레이 감독은 인도의 정서와 문화를 서정적 흑백영화를 통해 1957년 베니스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영화를 우뚝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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