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에서 승적을 박탈당한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징계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4월 5일 제적 처분된 지 5년 10개월만이다.
명진 스님은 9일 장충동 문화살롱 기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징계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승적박탈 징계, 반대파 제거를 위한 정치적 징계"
명진 스님은 소장을 통해 승적박탈(제적)이라는 징계는 기본적으로 계율 위반 등 종교 내부 문제가 아닌 개혁파이자 반대파 제거의 일환으로 이뤄진 정치적 징계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당시 은처 의혹 등 범계 문제가 불거진 스님들은 총무원장을 지지해 어떤 징계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과 영담, 도정, 허정 스님 등 총무원장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들에 대해서만 징계처분을 내린 것을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에 기초한 잘못된 징계"
제적 처분은 조계종 호계원의 판결문에서 드러났듯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잘못 기술된 허위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계종 초심호계원의 판결문을 보면 "2007년 7월 9일 한전부지와 관련, 종단에 보고 또는 논의 없이 계약한 제3자에게 독자적인 개발권한을 수여하고 전매차익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금 500억원의 이익을 ㅇㅇㅇ에게 보장하기로 하였고”라고 기록돼 있다.
스님은 "당시 계약서에 따르면 ㅇㅇㅇ가 봉은사에 500억원의 이익을 보장하는 내용이 분명히 나옴에도, 정치적 졸속 재판으로 진행돼 명진 스님이 ㅇㅇㅇ에게 500억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내용으로 판결문이 거꾸로 작성됐다"며 이 계약의 주체는 봉은사와 ㅇㅇㅇ이기 때문에 명진 스님 개인이 이익을 편취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이 사실확인도 없이 호계원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2019년 9월 9일 대법원은 <불교신문>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 판결을 통해, 명진스님이 봉은사 부지를 팔아 이익을 편취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조계종단은 명진 스님에게 어떠한 사과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 징계"
명진 스님은 조계종의 부정부패를 비판해온 대표적인 개혁파 인사다. 현 쌍계사 주지 영담 스님, 제주 남선사 주지 도정 스님 등이 종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종단의 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은 이 징계가 부당해 무효라고 결정했다.
또 2016년 5월 1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5부는 용주사비대위에서 제기한 자신의 은처 의혹이 명예와 인격권을 훼손하고 있다며 용주사 주지가 제기한 소송에서 헌법에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명진 스님은 "이런 판결들에서 보듯이 공익을 위한 비판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종교의 영역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승적박탈의 징계, 과잉 징계로 잘못된 징계"
명진 스님은 "한전 부지 관련 허위사실에 의한 징계를 제외하면, 조계종단이 내세우는 징계 이유는 종단을 비판했다는 것으로 압축된다"며 "단지 종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50년간 승려로서 수행 생활을 이어온 이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승적박탈 징계를 내린 것은 도를 넘는 지나친 처분"이라고 했다.
명진 스님은 "허위사실에 기초한 잘못된 조계종의 징계로 50년 수행자로 살아온 소납이 하루아침에 봉은사를 팔아먹은 파렴치범으로 내몰리는 과정에서 실추된 명예도 회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판이 허용되는 종교계 되길"
소송을 맡은 서중희 변호사(법무법인 혜인)는 "대승 불교를 표방하는 조계종이 무오류인가?"라며 "사회공동체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싫은 소리를 했다고 해서 비판을 막아버릴 수는 없다. 소송을 통해 비판이 허용되는 종교계가 되길 바란다. 명진 스님에 대한 징계 사유는 부존재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도정 스님은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불교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조계종이 망해가는 길목에 있다. 몇몇 승려들의 행태로 인해 모든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김경호 운판 대표는 "종헌에 조계종은 사부대중으로 구성돼 있다면서도 실상은 비구 독재다. 2017, 8년 개혁의 목소리를 냈다고 54명을 징계했다. 정적에겐 가차없는 집단이다"며 "징계를 무효화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인데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하니 서글프다"고 했다.
이덕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명진 스님 징계 사유를 보니 '뭐 이런 다 있나' 싶다. 명진 스님의 주장을 종단이 반박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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