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금강산 여행 중 한 암자에 들렀다.
허기도 채우고 하룻밤 쉬어갈 요량이었다.
그런데 스님이 어느 선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삿갓이 스님에게 나그네입니다.
하룻밤 묵어도 되겠는지요? 라 하니
스님과 대화를 하던 선비가 중요한 말을 나누고 있으니 그냥 가시오라 했다.
비위가 상한 김삿갓이 비밀스럽고 중요한 이야기는 방에서 조용히 하지 구만리를 내다보는 부처님이 계신 법당에서 합니까? 라 했다.
그러자 선비가 화가 나서 글줄이나 아나본데 ‘타’자로 시를 한번 지어보시오.
제대로 시를 지으면 묵게 할 것이오 라 했다.
김삿갓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 운이 한문이오? 한글 이오?라 하니
선비는 한글이라 하며 ‘타’라 했다.
그러자 김삿갓이 지체 없이
‘이 기둥 저 기둥 붉게 타’
선비가 다시 ‘타’라 하니 김삿갓은
‘석양에 지나는 객이 시장타’
선비가 다시‘타’라 하니
김삿갓은 ‘이 절 인심 고약타’라 했다.
선비는 보통사람이 아님을 알고 그만 두었다.
김삿갓은 선비가 한 번 더 ‘타’라 했으면 ‘지옥가기 꼭 조타’라 하려고 했다.
▲ 어청수 경찰청장(가운데)이 10일 대구 동화사를 찾아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나기 위해 선열당에 들어가려 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스님들이 가로막고 있다. ⓒ영남일보
어제 동화사 모임에 경찰청장이 느닷없이 방문했다.
묵을 때가 없어서도 배가 고파서도 아니다.
대통령이 사과하라 하니 조계종 원장스님과 불교계 중진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사과하고 일순에 해결하려고 했던 듯하다.
성급하고 지혜가 모자람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이유를 알겠다.
어제 동화사모임이야 말로 불교계의 명운이 달린 중요하고 비밀스러운 자리다.
그러나 그 자리는 언론에 보도된 공개된 자리였다.
느닷없이 찾아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식당까지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간 경찰청장이다.
김삿갓에 비하면 지혜가 빵점이다.
걱정이다.
그 누구보다 상황에 대한 판단분석이 앞서가야 하는 경찰이며 그 책임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행보가 어설프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이야 박대를 하고 경찰청장 물러가라 몰매를 쳐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절 어른 스님은 자비와 측은지심으로 방에서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잠시 이야기도 나누며 지금은 장소나 때가 아니니 나중에 하시지요. 라 하며 젊잖게 박대를 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시시때때 솟아나는 내 마음의 번뇌 망상이 밉다고 마음을 쳐 죽일 것인가?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 는 말도 있다.
오늘 아침에 문득소리치고 싶다.
부처님은 어디 계세요?
/ 遲遲
이번에는 청수횽한테도 .. 이런 불교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같네용.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지는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