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마을로 유명한 이마리에서부터는 한국에서 김옥희 선생과 그 아들이 참가해서 걷는다. 김선생은 독실한 가톨릭신도로서 탈핵에 관심이 많은 윤리교사 출신이다. 전교조 경북지부의 임원을 지내기도 했다. 필자 친구의 부인이기도 한 인연으로 생명탈핵실크로드 100인 위원으로 참여하였다. 필자의 든든한 배후다.
이마리 도자기 마을에도 고압선들이 지나간다. 원래 원전은 자본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화력발전소도 자본권력하의 중앙집중식 전기공급체제다. 최근 원전 대신 화력이 증가하는 이유다. 그 산물인 이 고압선들은 에너지 패권경제의 상징이다.
헤르만 셰어(독일에너지전문가)는 일찍이 2005년에 거대자본들이 이처럼 핵에너지를 선호하는 까닭에 대해, "핵에너지와 함께라면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만약 핵에너지 생산이 분산적으로 이루어지고, 반대로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이 대형발전소를 거쳐야 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핵에너지를 거부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선택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태양광 시대의 정체는 바로 ‘분산형 전기체제’ 로 바뀐다는 것. 에너지 자립형 체제로 바뀌어 이 고압선들이 없어지는 날 진정한 에너지전환이 완성될 것이다.
50년간 투쟁을 이어온 시키댐 건설반대 현장에 도착했다.
천막에 계신 감동의 투사들은 젊은 시절부터 싸우기 시작해서 이제 수십년이 흘렀다. 복면을 한 것은 반대중지 금지가처분을 받아 공식적으로 현장에 나설 수 없어서 편법으로 얼굴을 가린 것이다. 일본의 시민운동은 대중동원은 원활하지 않지만, 소수정예 인원들이 오랫동안 싸운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소송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후원하는 그런 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하여 투쟁을 했다하면 기본이 20년~30년이다. 그 끈질김이 감명 깊다.
나가사키에서 기무라히데토상이 한국의 시민운동가요인 '임을 향한 행진곡'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가지고 왔다. 행진도중 멈춰서서 함께 부른다. 이 노래는 2016년부터의 촛불혁명의 성공으로 일본에서도 유명해진 노래다. 나중에도 얘기하겠지만 한국의 촛불혁명은 지구촌의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몇 달에 걸쳐 매주 백만 규모의 시민들이 모여서 부정한 권력을 평화적으로 교체해낸 것은 인류사의 쾌거라고 할 만하다.
마지막 날 구와노 야스오 선생의 기록을 소개한다.
6월 29일 일본에서의 마지막 골 지점인 나가사키 역에서 폭심지 공원까지의 행진에 참가했다. 걱정됐던 전날의 비도 그쳐 나가사키 역 앞의 인공 지반상에 오전 10시 집합해 출발식. 기무라 히데토 씨의 사회로 모인 분들과 함께 노래 「임을 향한 행진곡」(키무라 씨가 번역한 일본어 가사도 붙은 악보로), 「원자폭탄 용서 진짜」 「푸른 하늘은」을 기타 연주로 불렀다.
행진은 거기서부터 보도를 진행해, 약 3㎞의 길은 신체장애를 가지는 오카모토 마사아키씨(「우에세키 원자력 발전 절대 반대」의 하치마치에서)가 선두가 되자, 느린 걸음이 되어, 모두의 노랫소리도 기타의 반주도 모두가 들으면서 멋진 정리 일단이 되었다. 거리 가는 사람에게 리플렛을 나눠주며 걷기 약 1시간, 이윽고 곧장 정면으로 폭심지 공원이 보이고 그 제로포인트를 나타내는 표주가 다가왔다. 한 고령자가 상냥하게 박수로 환영해 주고 있었다. 천천히 그 제로포인트 표주 앞에 도착해 그곳에서 위령식이 시작됐다.
기무라씨의 사회로 그곳에서 환영을 받고 있던 나가사키현 피폭자 수첩 친구회 회장 이하라 도요이치씨가 환영 인사를 받았다. 자신은 폭심에서 6㎞에서 피폭을 당했다고 하며, 규슈전력에서 일하게 된 후에도 반핵, 반원자력 운동을 해 오신 분이었다. 천리길도 한 걸음이라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약 천km를 걸어온 이원영선생의 1만1천km의 도보순례가 성공적으로 끝날 것을 믿고 피폭자로서 기대와 격려를 해주셨다.
이어 이선생이 제로포인트 표주를 향해 세 번 이마를 짚고 직접 쓴 권지를 펼쳐 억양을 붙여 읽었다. 그 전에 이씨가 나눠준 종이 조각에 그 글의 일본어 번역이 적혀 있었다. 그 원문이 이날의 생명탈핵 실크로드 블로그에 있는데 한글이라 그 내용은 다시 올리고 싶다.
그는 낭독이 끝나고 돌아보며 내게 '세계생명헌장2017서울안'을 읽으라고 했다. 제로포인트 지점의 표주를 등에 업고 서서 이 글을 낭독할 때 나는 내 등 뒤에서 격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은 인류의 탐욕스러운 이기주의로 인류와 모든 생명은 핵에 의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고, 인류가 회개할 것, 그리고 원전을 없애는 강제력 있는 유엔기구를 만들 것을 모든 백성, 특히 종교인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그 내용은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들의 영혼도 지지해 준다는 감각이 있었다.
이후 다같이 다시 한번 원자폭탄 용서 진짜, 푸른 하늘은, 임을 위한 행진곡 그리고 아리랑을 불렀다. 모두의 마음이 뭉쳐 자기소개를 하고, 탈핵, 탈원전의 생각을 공유하고, 생명탈핵 실크로드 순례의 성공을 위한 모금이 제기돼 그 자리에서 이 씨에게 전달됐다.그리고 생명탈핵 실크로드 순례를 지지하는 모두의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곳에서 산회가 된 뒤 이원영 선생은 조선인 피폭 희생자 비에 경의를 표하고 사진에 담았다. 이후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관장을 만나거나 시내 종교인을 찾아가 '세계생명헌장2017서울안'을 전달하고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430㎞, 약 한 달간의 마지막 순례를 마쳤다.
/ 이원영 수원대 교수 leewy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