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범불교도대회 이후 잦아들 것으로 보였던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에 항의한 불교계의 여론이 오히려 격화돼 반정부 투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월 30일 발생한 삼보스님의 할복사건이 단초가 됐지만, 범불교도대회 직후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목사 등을 보란듯이 청와대에 초청한 이명박 대통령의 안하무인 태도가 원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수차례 '人平不語 인평불어 水平不流 수평불류(사람이 불편부당하고 공평무사하면 어느 누구도 그 사람에게 불평하지 않게 되고, 흐르는 물도 평탄한 곳에서는 조용히 머물게 마련이다)'를 강조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119응급구조대가 이명박 정부에 항의해 할복한 삼보스님을 치료하는 모습.
범불교도대회를 주도했던 봉행위원회도 김진홍 목사 초청에 대해 "개탄스럽다"고 평가하고 지역단체와의 연대 등을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봉행위 대변인 승원스님은 "재야 시민단체 등과 연대를 하는 방법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은 정치권의 문제고, 이 정부에 반대하는, 잘못된 정책을 꼬집는 이런 사람들과 연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반정부투쟁으로 이어갈 수 있음을 내비쳤다.
봉행위원회는 3일 전국 불교계 대표자회의를 열어 봉행위원회를 대책위원회를 전환해 상설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범불교도대회에서 이명박 정부에 성토했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스님은 9월 4일부터 지리산을 출발해 북녘의 묘향산까지 오체투지 순례를 실시한다. 순례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전종훈 신부가 함께 해 이웃종교와의 연대도 이뤄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도 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미봉책으로 불교를 기만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신도회는 "범불교도대회가 끝나자마자 뉴라이트 목사들과 만찬행사를 여는 등 오히려 불교계를 자극하고 있으니 벽창호를 넘어, 오기 정치를 해보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 대통령의 행태를 비꼬았다.
촛불 민심에 이어 불교계의 종교차별 저항까지 시험대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의 굽히지 않는 정치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