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침잠한 조각가 권진규 작품 대규모 전시회
불교에 침잠한 조각가 권진규 작품 대규모 전시회
  • 이창윤 기자
  • 승인 2022.03.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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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상, 1969~70, 테라코타, 49×23×30cm,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불교에 침잠해 수행자가 정진하듯 작품 활동에 임했지만 화단의 몰이해에 좌절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리얼리즘 조각가 권진규(權鎭圭, 1922~1973)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작가의 탄생 100주년과 유족의 대규모 작품 기증을 기념해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3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爐室)의 천사’전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의 ‘노실’은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으로 권진규 작가가 작업하던 아틀리에를 의미한다. ‘노실의 천사’는 권진규 작가가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한 정신적 실체를 뜻한다. ‘노실의 천사’는 1972년 3월 3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그의 시 ‘예술적 산보_노실의 천사를 작업하며 읊는 봄, 봄’에서 따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평생 ‘노실의 천사’를 구하고자 했던 그의 여정을 따라 1947년 입문한 성북회화연구소(1946~1950) 시절부터 1973년까지 돌아갈 때까지 주요 작품을 망라했다. 말을 포함한 동물상, 여성 두상과 흉상, 자소상, 불상과 예수상, 탈, 가면, 기물, 잡상, 유화, 드로잉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권진규 작가의 다양한 작품 240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로는 출품작 규모에서 사상 최대다.

전시회에서는 면밀히 살핀 흔적이 있는 책, 여러 언어로 쓴 드로잉 북 등 권진규 작가의 도서와 아카이브도 함께 선보인다.



입산, 1964~65년 경, 나무, 109×93×23cm,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그가 평생 불교와 함께했다는 점에 착안해 입산(1947~1958), 수행(1959~1968), 피안(1969~1973)로 나뉘어 전개된다.

전시공간은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권진규 작가의 아틀리에와 1965년 신문회관에서 열린 ‘제1회 개인전’ 작품 전시 방식을 차용해 삼공블록과 벽돌로 우물과 가마를 형상화해 구성했다.

권진규 작가는 테라코타와 건칠을 작품 제작의 주요 기법으로 활용했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사물 너머에 존재하는 본질을 추구했고, 썩지 않는 테라코타와 방부, 방습, 방충에 강한 건칠기법으로 그것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예술세계와 맞닿아 있는 테라코타와 건칠 제작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실을 마련했다.

주요 출품작으로는 ‘입산’, ‘보살입상’, ‘불상’, ‘가사를 걸친 자소상’, ‘기사(騎士)’, ‘자소상’, ‘지원의 얼굴’, ‘스카프를 맨 여성’, ‘곡예’,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등이 있다.

이중 1964~65년 작 ‘입산’은 권진규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두 개의 기둥이 하나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데, 일주문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왼쪽 기둥이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지붕을 받치는 형상처럼 보이는 것이 돋보인다.

1955년 작 ‘보살입상’은 보살의 몸에 부처의 머리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전형적인 도상에 구애 받지 않는 권 작가의 불상 제작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불상, 1971, 나무, 45×24.2×17.5cm, 개인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1971년 3월 작 ‘불상’은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머리와 원주 출토 철조여래좌상의 몸을 참조해 제작했다. 보살과 여래가 공존하는 이 불상은 1955년 작 ‘보살입상’과 같이 전통 불상의 도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예토와 정토의 세계가 맞닿아 있음을 의미한다.

1969~70년 작 ‘가사를 걸친 자소상’은 권진규 작가가 자신을 승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가사를 걸치고 길게 뻗은 목 위로 맑은 두 눈을 위로 들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에서 생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1953년 작 ‘기사’는 모두 다섯 면으로 구성돼 있다. 다섯 면의 형상은 각기 다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간과 말이 하나 된 모습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준다.

1970년에 제작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는 고려 말 조선 초 불상 조성에 많이 사용된 건칠 기법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표면을 매끈하게 마무리하는 기존 건칠 작품과 달리 권진규 작가는 삼베의 거친 느낌을 살려 죄 지은 자를 대신해 죽어가는 그리스도의 고뇌를 형상화 했다.



보살입상, 1955, 배나무 Wood, 54.3×13.3×10.9cm, 개인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권진규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콰르텟 S 특별 연주회 ‘권진규가 사랑한 클래식’(4월 7일)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4월 9일)를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하고,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유족이 특별 도슨트로 나서는 ‘나의 외삼촌, 권진규’를 진행한다. 또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성북구 동선동 소재 ‘권진규 아틀리에’를 특별 개방하고 이곳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오후 1시와 2시 두 차례 편도 운행한다.

이번 전시회는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관람 일정과 상세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누리집(sema.seoul.go.rk)에서 확인하면 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권진규는 어떤 사조나 분위기에도 휩쓸리지 않고 확고하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였다.”며, “그의 작품에 내재한 동시대적 의미를 편견 없이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많은 이들이 권진규 작품을 접하길 바란다.”며, 지난해 1950년대 주요 작품이 대거 포함된 141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자소상, 1969~70, 테라코타, 49×23×30cm,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불교에 침잠해 수행자가 정진하듯 작품 활동에 임했지만 화단의 몰이해에 좌절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리얼리즘 조각가 권진규(權鎭圭, 1922~1973)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작가의 탄생 100주년과 유족의 대규모 작품 기증을 기념해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3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爐室)의 천사’전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의 ‘노실’은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으로 권진규 작가가 작업하던 아틀리에를 의미한다. ‘노실의 천사’는 권진규 작가가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한 정신적 실체를 뜻한다. ‘노실의 천사’는 1972년 3월 3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그의 시 ‘예술적 산보_노실의 천사를 작업하며 읊는 봄, 봄’에서 따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평생 ‘노실의 천사’를 구하고자 했던 그의 여정을 따라 1947년 입문한 성북회화연구소(1946~1950) 시절부터 1973년까지 돌아갈 때까지 주요 작품을 망라했다. 말을 포함한 동물상, 여성 두상과 흉상, 자소상, 불상과 예수상, 탈, 가면, 기물, 잡상, 유화, 드로잉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권진규 작가의 다양한 작품 240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로는 출품작 규모에서 사상 최대다.

전시회에서는 면밀히 살핀 흔적이 있는 책, 여러 언어로 쓴 드로잉 북 등 권진규 작가의 도서와 아카이브도 함께 선보인다.

입산, 1964~65년 경, 나무, 109×93×23cm,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입산, 1964~65년 경, 나무, 109×93×23cm,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그가 평생 불교와 함께했다는 점에 착안해 입산(1947~1958), 수행(1959~1968), 피안(1969~1973)로 나뉘어 전개된다.

전시공간은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권진규 작가의 아틀리에와 1965년 신문회관에서 열린 ‘제1회 개인전’ 작품 전시 방식을 차용해 삼공블록과 벽돌로 우물과 가마를 형상화해 구성했다.

권진규 작가는 테라코타와 건칠을 작품 제작의 주요 기법으로 활용했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사물 너머에 존재하는 본질을 추구했고, 썩지 않는 테라코타와 방부, 방습, 방충에 강한 건칠기법으로 그것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예술세계와 맞닿아 있는 테라코타와 건칠 제작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실을 마련했다.

주요 출품작으로는 ‘입산’, ‘보살입상’, ‘불상’, ‘가사를 걸친 자소상’, ‘기사(騎士)’, ‘자소상’, ‘지원의 얼굴’, ‘스카프를 맨 여성’, ‘곡예’,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등이 있다.

이중 1964~65년 작 ‘입산’은 권진규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두 개의 기둥이 하나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데, 일주문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왼쪽 기둥이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지붕을 받치는 형상처럼 보이는 것이 돋보인다.

1955년 작 ‘보살입상’은 보살의 몸에 부처의 머리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전형적인 도상에 구애 받지 않는 권 작가의 불상 제작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불상, 1971, 나무, 45×24.2×17.5cm, 개인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불상, 1971, 나무, 45×24.2×17.5cm, 개인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1971년 3월 작 ‘불상’은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머리와 원주 출토 철조여래좌상의 몸을 참조해 제작했다. 보살과 여래가 공존하는 이 불상은 1955년 작 ‘보살입상’과 같이 전통 불상의 도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예토와 정토의 세계가 맞닿아 있음을 의미한다.

1969~70년 작 ‘가사를 걸친 자소상’은 권진규 작가가 자신을 승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가사를 걸치고 길게 뻗은 목 위로 맑은 두 눈을 위로 들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에서 생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1953년 작 ‘기사’는 모두 다섯 면으로 구성돼 있다. 다섯 면의 형상은 각기 다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간과 말이 하나 된 모습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준다.

1970년에 제작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는 고려 말 조선 초 불상 조성에 많이 사용된 건칠 기법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표면을 매끈하게 마무리하는 기존 건칠 작품과 달리 권진규 작가는 삼베의 거친 느낌을 살려 죄 지은 자를 대신해 죽어가는 그리스도의 고뇌를 형상화 했다.

보살입상, 1955, 배나무 Wood, 54.3×13.3×10.9cm, 개인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보살입상, 1955, 배나무 Wood, 54.3×13.3×10.9cm, 개인 소장.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권진규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콰르텟 S 특별 연주회 ‘권진규가 사랑한 클래식’(4월 7일)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4월 9일)를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하고,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유족이 특별 도슨트로 나서는 ‘나의 외삼촌, 권진규’를 진행한다. 또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성북구 동선동 소재 ‘권진규 아틀리에’를 특별 개방하고 이곳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오후 1시와 2시 두 차례 편도 운행한다.

이번 전시회는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관람 일정과 상세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누리집(sema.seoul.go.rk)에서 확인하면 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권진규는 어떤 사조나 분위기에도 휩쓸리지 않고 확고하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였다.”며, “그의 작품에 내재한 동시대적 의미를 편견 없이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많은 이들이 권진규 작품을 접하길 바란다.”며, 지난해 1950년대 주요 작품이 대거 포함된 141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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