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위기와 불교의 대안] 9. 담론과 헤게모니 투쟁(2)
[불평등의 위기와 불교의 대안] 9. 담론과 헤게모니 투쟁(2)
  •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21.10.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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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는 현실적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면 보수는 물론 일부 진보인사조차 도덕적으로 옳지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2011년 조사의 경우 30대 기업에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당기순이익 49조 7천억 원의 1.5%인 7천 9백억 원에 지나지 않았다.” 인천공항의 경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4-5년 뒤에는 외려 비용 대비 편익이 더 증가한다. “2011년 기준으로 인천공항공사가 39개 부문의 외주용역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한 해 총 3306억여 원인데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외주를 직영으로 전환하면 한 해 3천 120억 원이면 운영이 가능하다” 수천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두 배의 임금이 더 소요되는데, 어떻게 이런 ‘마법’이 가능한가? 바로 협력업체의 업주들이 마름처럼 과도하게 중간착취를 하는 구조이고 비효율적으로 운영하여 매년 외주 비용을 대폭 인상하여 주기 때문이다.

낙수효과는 허구이고 분수효과가 타당하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국제통화기금(IMF)조차 경제를 성장시키면 그 열매가 노동자와 서민에게도 돌아간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부정하는 보고서인 <소득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 세계적 전망>을 발표했다. “소득 불평등과 경제발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 159개국의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여 이 보고서에 담았다. 이에 따르면, 상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하면 5년 동안 GDP는 0.08%포인트 감소했지만, 하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하면 GDP는 같은 기간에 0.38%포인트 증가했다.” 한 마디로 낙수효과는 허구에 불과하며 서민과 노동자가 잘 살아야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분수효과(fountain effect)가 타당하다. 성장과 복지는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이다.

공유의 비극론을 허구이고 공유의 희극이 타당하다

1833년 영국의 경제학자인 윌리엄 포스터 로이드(William Forster Lloyd)가 영국의 목장을 예로 삼아 ‘공유지의 비극’을 처음 거론하였다.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1968년에 미국의 생태학자인 개렛 하딘(Garrett Hardin)이 『사이언스』 지에 발표하면서 유명한 이론이 되었다.

예를 들어, 100마리의 양을 기를 수 있는 제한된 공유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 마을의 목동 10명이 각각 10마리씩 방목을 하였다. 그러다가 한 목동이 욕심이 생겨서 3마리를 더 키우자 다른 목동들도 두세 마리씩 더 키웠다. 그러자 양은 120마리가 넘었다. 이후 풀이 자라는 속도보다 120여 마리의 양이 먹는 속도가 더 앞서면서 목초지가 파괴되었다.

이처럼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이 사적 이익을 더 증대하고자 공유자원을 초과 사용해서 공유자원이 손상되고 이용자 모두가 손해 보는 현상을 가리킨다. 또, 이를 바탕으로 소유권 구분 없이 자원을 공유할 경우 나타나는 사회적 비효율의 결과를 뜻하기도 하고, 좀 더 큰 단위의 경제나 시장이나 국가에서 구성원들이 공공의 가치보다 사적 이익을 극대화한 결과 경제 주체 모두가 파국에 이르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렇게 하여 공유지의 비극이 대중들도 쉽게 거론할 정도로 유명한 학술개념이 되었으며, 이는 공유만이 아니라 공유사회, 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주의가 비현실적이라는 논리로 즐겨 활용되었다.

하지만,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공유지의 비극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공유지의 희극론을 폈고 그는 이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다. 경제학자인 오스트롬은 인류학자 못지않게 스위스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동체를 조사하고 연구하였다. 그는 여러 공동체를 조사하고 분석한 끝에 무임승차로 이기적 탐욕을 추구하는 자에 의해 공유사회가 파괴된다는 개렛 하딘의 추정과 달리 개인이 사리사욕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더 앞세우며, 각자의 당면 상황보다 공유 자원의 장기 보존을 더 중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각 사례에서 공유사회의 성공을 이끌었던 주된 요인은 모든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참여해 자발적으로 발의하고 합의한 자체적인 관리규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례에서 규약 위반에 부과되는 벌금이 ‘놀랍도록 낮고 규칙을 어김으로써 벌어들일 수 있는 금전적 가치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점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공유지에 양을 더 많이 방목하여 얻는 이익이 300만 원인데 규약을 어긴 것으로 받는 벌금은 50만 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규약을 철저하게 지키고 어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공동체를 보면, 구성원 스스로 거의 대다수가 서로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런 관계에서는 ‘숨을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웃과 친구의 신뢰를 저버린다는 죄책감과 수치심 때문에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추방당하는 일이기에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사적인 이익보다 공유자원의 장기보전을 더 중시한다. 이에 공유자원의 경계가 명확할수록, 지역 조건과 규칙이 조화를 이룰수록, 대다수가 규정의 개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할수록, 모니터링이 잘될수록, 제재가 점진적일수록, 갈등 해결 메커니즘이 원활할수록, 공유자원은 잘 관리되었다.

글을 마치며

상황은 암울하지만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유토피아의 오아시스가 말라 버리면 진부함과 무력함의 사막이 펼쳐진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또 죽어가고 있다. 당신에게 타인의 고통은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였는가, 거기에 있지 않다는 ‘안도감’이었는가, 그 고통의 원인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이었는가, 아니면 자신이나 자식이 아픈 것만큼 고통스러워하며 아픈 곳을 우선하는 것이 정의라며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는가. 이제 죽어가는 사람과 생명의 고통을 내 병처럼 아파하는 공감을 바탕으로 타인과 생명, 지구의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을 자발적으로 절제하고 다른 사람과 생명을 섬기며 자비를 베푸는 삶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우리 자식에게 22세기는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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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교수
<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 - 화쟁사상을 통한 형식주의와 마르크시즘의 종합>,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등을 썼고, 틱낫한의 <엄마>를 번역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계간 <문학과 경계> 주간, 한양대 한국학연구소 소장,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를 역임했다. 한국기호학회 회장과 한국언어문화학회 회장을 지냈고, 한국시가학회 회장을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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