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19. 기브앤테이크
[똥본위화폐] 19. 기브앤테이크
  •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 승인 2021.08.02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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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균형보다 더 참기 힘든 빚, 선물”

경제활동을 포함하는 모든 인간관계에는 사람들 간의 주고받는 논리가 존재한다. 주고는 받고, 받았으면 주는 상호관계가 없다면 인간관계가 유지되기 쉽지 않다. 주는 양, 받는 양에 대한 균형에는 개인차가 있고, 다른 사회,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주고받는 것 자체에는 예외가 없다. 기부, 선물을 주는 것에도 돌려받음이라는 것이 잠재적으로 존재한다. 기부하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더 큰 행복을 받는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에 기부하고 돌려받음이 이미 들어 있다. 기부를 하고 세금 혜택을 받는다면 그것도 돌려받은 것이다. 선물gift은 주는 사람의 일방적인 선의의 행동으로 볼 수 있지만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반응으로 돌려받기도 하고 이후에 다른 선물로 받고자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선물(gift) 경제를 지향했던 오래전 공동체 사회의 선물 관습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소득불균형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선물을 갚아야하는 빚으로 여기는 순간, 사람에 따라서는 자본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소득불균형보다 오히려 더 참기 힘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적게 주고 많이 받는 사람이 있다. 최소한 그런 듯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 사람도 남들에게 주는 다른 무엇이 있다. 즉, 받기만 해서 이기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자신이 받은 것에 대해 다시 돌려주는 논리가 있다. 이 논리는 가치기준과 유사하다. 주고받는 양의 가치 기준차이, 결국 이것이 사회적 갈등을 만든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주고받음의 가치기준 차이가 있으며, 이데올로기가 다른 사회는 주고받는 가치의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지불하는 보너스, 상여금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지불하는 장학금도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으로 회사와 학교, 사회는 돌려받으려 하는 것이다. 소셜 네크워크사이트 SNS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과 글에 좋아요를 보내는 것도 좋아요 표현을 돌려받고 싶은 마음과 유용한 정보와 위안을 받았으니 좋아요라는 마크로 돌려주는 것이다.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직장에서 보너스를 받아도 그렇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선물과 보너스를 받으면 고마워하기 보단 당연하게 여긴다. 행동주의 심리철학이다. 선물, 보너스 모두 언젠가는 되돌려 줘야 하는 전제를 갖는다. 제대로 돌려주지 않으면 선물 준 사람과 갈등이 생긴다. 선물의 문화가 대부분 그러하다. 코로나 시기 재난지원금을 국민들은 선물로 보지 않지만, 만약 선물의 성격을 띤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전 국민 또는 선별 지급, 기본소득 또는 재난지원금 명칭 등 다양한 정책 이면에는 선물 문화, 우리 사회 도덕적 가치 고민이 놓여있다.



“부담 없이 받고, 손해 여도 지불하는 경우”

주고받는 관계에서 일방적 받음이 크다하더라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즉,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를 보는 것 같은데 어쩔 수없이 지불만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와 법에 의해 강제되는 주고받음이다. 법이 정하면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어도 따라야한다. 따르지 않으면 법을 어기게 되므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가가 법으로 정하면 따라야 한다. 반대로 국가가 법으로 정해주는 혜택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가, 지방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지불하는데 특별히 한 일도 없었는데 받아야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국가가 주는 혜택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는 주고받음의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주고받는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인간의 노동에 가치기준을 높게 두고, 다른 이는 자본에 가치를 보다 높게 두기도 한다. 국가 또는 공동체조직에 엄청난 가치를 두는 사람도 있다. 전 지구적 생태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다름을 아우를 수 있는 논리 또는 보편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원칙 같은 것은 사실상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가치를 둘러싼 갈등은 해결 불가능한 듯 보인다.

주고받는 가치의 양을 측정하는 기준의 첨예한 다름이 있어 민주주의가 존재한다. 민주주의 여론수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제도상 중요한 역할을 투표가 담당한다. 투표를 이용하여 국가,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한다. 자유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와 정부 중심의 사회주의 모두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국가, 사회의 여러 다른 문화적, 사회적 차이로 선거제도상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이 하나의 투표권을 가지는 민주주의 제도를 주장한다. 선거, 투표, 다수결을 기반으로 하는 여론수렴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하에서 결정된 정책과 법은 비록 개인차원에서 만족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부, 정책이 민주주의 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하고 집행된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만족하기는 힘들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는 가치와 받는 가치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것이고, 이를 국가가 모든 사안에 대해 만족스럽게 충족시켜 주기는 힘들다. 또한, 앞의 장에서 언급되었듯이 국가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커지지만, 국가에 대한 의무도 커지며 국가가 국민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주고받는 것에서 예외일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민주주의 의사 결정의 결과”
“재난지원금 찬반, 주고받음의 가치기준 다름이 원인”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공공성이 강한 의료체계 등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과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제어에 성공한 한국 정부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국민의 생명과 직접 연관이 되어있는 재난 수준의 문제에 대하여, 국민들의 행동에 다소 제약을 가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가 강력한 역할을 함으로써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인 듯 보인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위기가 가져온 민주주의 의사 결정의 결과인 셈이다. 국민에 의해 선택된 민주주의 정부에게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들이 준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국민들은 대부분 묵묵히 따른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정부가 결정하고 국민들은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개인적 참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강하게 반대하는 국민은 한국에는 최소한 없어 보인다. 일부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 국민,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부정책에 반대의견을 표현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를 문화적 차이, 재난에 대처하는 시민의식 또는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국민성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향후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다른 국민들의 반응을 받은 정책이 있는데, 재난기본소득, 재난지원이 그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결과로 생긴 경제적, 생활상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기 위한 정부의 노력인 재난기본소득,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다르게 찬반이 나뉜다. 지원금 자체에 대한 찬반도 있지만, 모든 국민들에게 지불하는 기본소득의 형식과 생활고를 겪고 있는 계층에게만 지불하는 재난지원금의 형식 사이의 찬반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 또한 앞에서 논의하였었던 주고받음의 가치기준의 다름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용어자체의 언급이 지금까지는 금기시 되었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후 공공연하게 논의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재난지원금이 엄밀하게는 기본소득이 아니지만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코로나 위기, 가장 힘든 것은 대중이다. 이 시기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새로이 편성된 자본의 질서가 한동안 지속될 게다. 대중의 고통은 이어진다. 지금이야 말로, 자본이 되지 않는 돈, 화폐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실험이 필요한 이유다.



“기본소득이냐 재난지원금이냐, 도덕적 결정 논쟁”

기본소득이냐 재난지원금이냐의 논쟁은 둘 중 어떤 것이 옳은 가를 묻는 일종의 도덕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적 판단이 합법성에 우선된다는 의미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는 별도의 국민투표, 주민투표 없이 국민,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이를 결정할 것이다. 물론 이후 정책 결정에 대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이든 재난지원금이든 정부나 국민 모두 간과하고 있든지 또는 당장은 모르고 싶은 것이 있다. 워낙 위중한 재난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넘어가고 싶은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재난지원금이라는 받음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시기에 급하게 집행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아니라, 받았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주어야 한다는 측면도 토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일부 지역에 재난이 발생하여 그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의 지원금이 아니다. 또한 소상공인들이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아니다. 대출은 소상공인들이 향후 갚을 것이다. 지원금은 대출이 아닌 형태로 정부가 정해서 주기 때문에 국민들은 부담 없이 받는 것이다. 대상이 특정되어지지 않는 집단 대출인 셈이다. 가까운 미래 거의 모든 국민이 그만큼 갚아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 국민들이 국가의 정부에게 결정권을 위임했는지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다.

재난기본소득도 기본소득이다.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불된다하더라도, 조건 없이 현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불된다. 이러한 정책이 재난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논리는 누가 향후 이를 갚을 것인지가 빠져 있어 다소 엉성해 보인다. 이를 정부가 정책으로 시행하고 만약 여기에 암묵적으로 국민들이 동의한다면, 재난기본소득 또는 재난지원금(즉, 받음)으로 생긴 반대급부(즉, 재원마련을 위한 지불)에 대해 국민들은 향후 지불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그토록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기본소득 개념이 한시적인 재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받아 들여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본소득, 돈이라는 도구 없이 안 되나”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면 누군가 기본소득 정책을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은 재난 상황이었다고 언급하면서 반대할 것이다. 가능성을 보았으니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만 하다고 할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잠시 놓았었던 주고받는 가치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들을 다시 토론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전과는 다른 기본소득에 대한 논리와 사회적 이해가 분명히 생길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생긴다. 우리가 주고받는 기본소득, 세금 모두 돈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혹시 돈이라는 도구 없이는 안 되는가? 또는 지금과는 다른 돈으로는 해결할 수는 없는가? 왜냐하면 돈도 세금이라는 개념도,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도 모두 인간의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로부터 생긴 문제를 왜 굳이 문제와 연관된 도구들로 해결하려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새로운 발명을 인간은 할 수 있지 않은가. 부담 없이 가치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도구, 개념과 아이디어를 만들어 해결할 수는 없는가? 가치의 기준 자체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함으로써 주고받는 문제의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돈이 아닌 무엇 또는 새로운 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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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직장에서 보너스를 받아도 그렇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선물과 보너스를 받으면 고마워하기 보단 당연하게 여긴다. 행동주의 심리철학이다. 선물, 보너스 모두 언젠가는 되돌려 줘야 하는 전제를 갖는다. 제대로 돌려주지 않으면 선물 준 사람과 갈등이 생긴다. 선물의 문화가 대부분 그러하다. 코로나 시기 재난지원금을 국민들은 선물로 보지 않지만, 만약 선물의 성격을 띤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전 국민 또는 선별 지급, 기본소득 또는 재난지원금 명칭 등 다양한 정책 이면에는 선물 문화, 우리 사회 도덕적 가치 고민이 놓여있다.

“부담 없이 받고, 손해 여도 지불하는 경우”

주고받는 관계에서 일방적 받음이 크다하더라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즉,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를 보는 것 같은데 어쩔 수없이 지불만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와 법에 의해 강제되는 주고받음이다. 법이 정하면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어도 따라야한다. 따르지 않으면 법을 어기게 되므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가가 법으로 정하면 따라야 한다. 반대로 국가가 법으로 정해주는 혜택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가, 지방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지불하는데 특별히 한 일도 없었는데 받아야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국가가 주는 혜택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는 주고받음의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주고받는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인간의 노동에 가치기준을 높게 두고, 다른 이는 자본에 가치를 보다 높게 두기도 한다. 국가 또는 공동체조직에 엄청난 가치를 두는 사람도 있다. 전 지구적 생태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다름을 아우를 수 있는 논리 또는 보편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원칙 같은 것은 사실상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가치를 둘러싼 갈등은 해결 불가능한 듯 보인다.

주고받는 가치의 양을 측정하는 기준의 첨예한 다름이 있어 민주주의가 존재한다. 민주주의 여론수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제도상 중요한 역할을 투표가 담당한다. 투표를 이용하여 국가,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한다. 자유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와 정부 중심의 사회주의 모두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국가, 사회의 여러 다른 문화적, 사회적 차이로 선거제도상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이 하나의 투표권을 가지는 민주주의 제도를 주장한다. 선거, 투표, 다수결을 기반으로 하는 여론수렴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하에서 결정된 정책과 법은 비록 개인차원에서 만족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부, 정책이 민주주의 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하고 집행된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만족하기는 힘들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는 가치와 받는 가치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것이고, 이를 국가가 모든 사안에 대해 만족스럽게 충족시켜 주기는 힘들다. 또한, 앞의 장에서 언급되었듯이 국가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커지지만, 국가에 대한 의무도 커지며 국가가 국민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주고받는 것에서 예외일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민주주의 의사 결정의 결과”
“재난지원금 찬반, 주고받음의 가치기준 다름이 원인”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공공성이 강한 의료체계 등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과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제어에 성공한 한국 정부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국민의 생명과 직접 연관이 되어있는 재난 수준의 문제에 대하여, 국민들의 행동에 다소 제약을 가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가 강력한 역할을 함으로써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인 듯 보인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위기가 가져온 민주주의 의사 결정의 결과인 셈이다. 국민에 의해 선택된 민주주의 정부에게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들이 준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국민들은 대부분 묵묵히 따른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정부가 결정하고 국민들은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개인적 참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강하게 반대하는 국민은 한국에는 최소한 없어 보인다. 일부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 국민,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부정책에 반대의견을 표현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를 문화적 차이, 재난에 대처하는 시민의식 또는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국민성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향후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다른 국민들의 반응을 받은 정책이 있는데, 재난기본소득, 재난지원이 그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결과로 생긴 경제적, 생활상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기 위한 정부의 노력인 재난기본소득,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다르게 찬반이 나뉜다. 지원금 자체에 대한 찬반도 있지만, 모든 국민들에게 지불하는 기본소득의 형식과 생활고를 겪고 있는 계층에게만 지불하는 재난지원금의 형식 사이의 찬반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 또한 앞에서 논의하였었던 주고받음의 가치기준의 다름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용어자체의 언급이 지금까지는 금기시 되었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후 공공연하게 논의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재난지원금이 엄밀하게는 기본소득이 아니지만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코로나 위기, 가장 힘든 것은 대중이다. 이 시기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새로이 편성된 자본의 질서가 한동안 지속될 게다. 대중의 고통은 이어진다. 지금이야 말로, 자본이 되지 않는 돈, 화폐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실험이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 위기, 가장 힘든 것은 대중이다. 이 시기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새로이 편성된 자본의 질서가 한동안 지속될 게다. 대중의 고통은 이어진다. 지금이야 말로, 자본이 되지 않는 돈, 화폐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실험이 필요한 이유다.

“기본소득이냐 재난지원금이냐, 도덕적 결정 논쟁”

기본소득이냐 재난지원금이냐의 논쟁은 둘 중 어떤 것이 옳은 가를 묻는 일종의 도덕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적 판단이 합법성에 우선된다는 의미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는 별도의 국민투표, 주민투표 없이 국민,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이를 결정할 것이다. 물론 이후 정책 결정에 대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이든 재난지원금이든 정부나 국민 모두 간과하고 있든지 또는 당장은 모르고 싶은 것이 있다. 워낙 위중한 재난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넘어가고 싶은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재난지원금이라는 받음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시기에 급하게 집행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아니라, 받았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주어야 한다는 측면도 토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일부 지역에 재난이 발생하여 그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의 지원금이 아니다. 또한 소상공인들이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아니다. 대출은 소상공인들이 향후 갚을 것이다. 지원금은 대출이 아닌 형태로 정부가 정해서 주기 때문에 국민들은 부담 없이 받는 것이다. 대상이 특정되어지지 않는 집단 대출인 셈이다. 가까운 미래 거의 모든 국민이 그만큼 갚아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 국민들이 국가의 정부에게 결정권을 위임했는지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다.

재난기본소득도 기본소득이다.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불된다하더라도, 조건 없이 현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불된다. 이러한 정책이 재난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논리는 누가 향후 이를 갚을 것인지가 빠져 있어 다소 엉성해 보인다. 이를 정부가 정책으로 시행하고 만약 여기에 암묵적으로 국민들이 동의한다면, 재난기본소득 또는 재난지원금(즉, 받음)으로 생긴 반대급부(즉, 재원마련을 위한 지불)에 대해 국민들은 향후 지불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그토록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기본소득 개념이 한시적인 재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받아 들여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본소득, 돈이라는 도구 없이 안 되나”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면 누군가 기본소득 정책을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은 재난 상황이었다고 언급하면서 반대할 것이다. 가능성을 보았으니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만 하다고 할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잠시 놓았었던 주고받는 가치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들을 다시 토론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전과는 다른 기본소득에 대한 논리와 사회적 이해가 분명히 생길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생긴다. 우리가 주고받는 기본소득, 세금 모두 돈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혹시 돈이라는 도구 없이는 안 되는가? 또는 지금과는 다른 돈으로는 해결할 수는 없는가? 왜냐하면 돈도 세금이라는 개념도,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도 모두 인간의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로부터 생긴 문제를 왜 굳이 문제와 연관된 도구들로 해결하려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새로운 발명을 인간은 할 수 있지 않은가. 부담 없이 가치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도구, 개념과 아이디어를 만들어 해결할 수는 없는가? 가치의 기준 자체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함으로써 주고받는 문제의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돈이 아닌 무엇 또는 새로운 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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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 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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