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택주가 푸는 평화살림] ⑩ 평화 수출하는 비무장중립국
[변택주가 푸는 평화살림] ⑩ 평화 수출하는 비무장중립국
  • 변택주
  • 승인 2021.07.30 11: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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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을 잇는 통신선이 지난 27일 다시 이어졌다. 끊긴 지 열네 달 만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부터 여러 차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남북 사이를 되돌리려고 뜻을 나눈 끝에 통신선부터 잇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7월 27일은 예순아홉 해 전에 6·25전쟁을 멈춘 날이다. 그날 총성은 멈췄으나 평화는 쉬이 찾아오지 않았다. 금방 만날 줄 알고 남북으로 찢어진 사람들은 다시 식구들을 만날 수 없었다. 내 어머니 갑순 씨와 아버지 희영 씨가 나고 자란 곳은 개풍이다. 날이 좋은 날은 강화에서 빤히 바라다보일 만큼 가까운 곳이다. 그러나 지척이 천 리라고 갑순 씨와 희영 씨는 6·25 때 막힌 고향 땅을 숨 거둘 때까지 밟아보지 못했다. 내가 살아서 이 땅을 밟아볼 수 있을까.

백두에 사는 아이도 한라에 사는 아이도 우리나라 사람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한데 어울려 어깨동무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이 뜻을 놓치지 않고 평화로 가는 다리 하나는 옹글게 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마거릿 브레넌(CBS 뉴스 갈무리)



공습 위기 벗어날 물꼬를 튼 건
협상도 전쟁도 아닌, 한 마디 물음

80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을 낸 시리아 내전. 2013년 8월 21일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뿌려 1,300여 명이 숨을 거둔다. 미국 하원이 시리아 공습을 하기로 하고 상원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9월 9일. 미 국무장관 존 케리가 기자회견을 한다.

“공습은 언제 이뤄집니까?”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시리아가 맞대응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하는 따위 물음이 이어지고 긴장감이 도는데 기자 한 사람이 조용히 손을 든다.

“저, 조금 결이 다른 물음인데요. 어찌하면 시리아가 공습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기자회견장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지고 이 심각한 때에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이냐는 듯 비웃음마저 터져 나온다. 잠자코 있던 케리 국무장관이 이윽고 말문을 연다.

“시리아가 가지고 있는 살상 무기를 다 내놓는다면 공습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시리아 대통령이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군요.”

얼마 뒤 러시아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연다. “시리아에 바랍니다. 살상 무기를 국제기구 감시 아래 차츰 없애길 바랍니다.” 이어진 시리아 외무장관 기자회견. “러시아 제안을 받아들여 바람직한 쪽으로 하겠습니다.”

이틀 뒤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건드리기만 하면 곧 터질 것 같던 공습 위기를 벗어날 물꼬를 튼 건 협상도 전쟁도 아닌, 한 마디 물음이었다. 기자들은 앞다퉈 송고한다.

“수백만을 살린 기자”
“참다운 외교를 알리다!”

주인공은 CBS 기자 마거릿 브레넌이다. 마거릿에게 물었다.

“그 긴박할 때 어떻게 그렇게 물을 수 있었어요?”
“참으로 제가 공습을 막았을까요? 글쎄요… 그냥 궁금했습니다. 애먼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막을 수는 없는지.”

살림 씨앗이 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 세상 살아가면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물음을 얼마나 던질 수 있을까? 여기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하고 물어 나라를 살린 사람들도 있다. 코스타리카 사람 호세 피게레스와 그 부인 카렌 올센 피게레스다.







1948년 코스타리카 대선은 집권 국민공화당 후보 칼데론과 야당 국민통합당 후보 울라테가 맞붙는다. 중산층 지지를 받은 울라테가 적은 표 차이로 이기지만 여당은 정권을 넘겨주지 않는다. 소용돌이 속에서 농장주 호세 피게레스는 민병대를 모아 정부군과 맞선다. 2천 명 남짓한 사람이 목숨을 잃으며 한 달 반 동안 이어진 내전. 마침내 대통령을 몰아낸다.

정권을 잡은 피게레스, 몇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 1일 군대를 없애고 병영을 학교로 만들겠다며 망치를 들고 사령부 벽을 부순다. 그리고 온 나라 사람에게 평화배당(Peace dividend)을 하겠다고 나선다. 군비를 교육과 의료, 환경과 문화를 아우르도록 돌리겠다는 말이다. 같은 날 우리나라 국회는 국가보안법을 만들었다. 카렌 올센 페게레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라 자원을 교육과 복지, 의료에 쓰려니 군비를 댈 수 없다.” 덕분에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에 있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으며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를 어떻게 지키는가?”
“군대가 있다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

이때 피게레스는 밀려난 전 대통령이 니카라과에서 칼을 갈며 정권을 되찾으려고 틈을 노리고 있는데도 군대를 없애는 용기를 내고, 1년 6개월 동안 치안을 안정시키고 물러나 선거에서 이긴 야당 지도자에게 정권을 넘기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뒤로 코스타리카는 한 차례 내전을 더 겪지만 잘 이겨낸다. 이웃 나라인 니카라과가 두 번이나 쳐들어와 어려움도 겪지만 군대가 없다는 것을 내세우는 슬기로운 외교로 벗어난다. 또 1979년 미국은 니카라과에 들어선 산디니스타 혁명정부를 무너뜨리려고 반군 ‘콘트라’ 편을 들면서 코스타리카에 콘트라를 뒷받침할 군사기지를 세우겠다고 했다. 코스타리카는 비무장 영세중립국(1983)을 선언하고 국제분쟁에 나설 수 없다며 벗어난다. 비무장중립이 나라를 살렸다!

우리가 군비를 거듭 늘려온 일흔 해 동안, 군대를 없앤 코스타리카는 어떤 대통령도 군대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며 전쟁도 없었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게 “군대가 없으면 나라를 어떻게 지키는가?” 하고 물으면 “군대가 있다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키느냐?”고 되묻는다.

1986년 대통령이 된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는 군대 없애겠다고 외친 피게레스 부인 카렌 올센 피게레스에게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 세 나라에서 내전을 끝낼 수 있도록 나서달라고 하여 이듬해 중앙아메리카 5개국 평화협정을 맺는다. 이때 비무장으로 믿음을 샀다. 아리아스 대통령은 이웃한 파나마와 아이티를 설득해 군대를 없애도록 한다. 2013년에는 세계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무기거래금지조약(ATT)을 만들어 유엔 승인을 얻어냈다. 이토록 코스타리카는 평화를 수출하는 비무장 중립국이다.

적이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는 문제가 생기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서 푼다. 군대에 쓸 돈을 사회복지제도에 풀어 복지 수준은 세계 평균을 넘는다. 코스타리카 사람 정서도 평화로워졌다. 군대를 없애도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겪은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국가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중립은 살림이다!







힘겹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하고,
힘이 덜 들어도 안 될 짓은 하지 않아야

코스타리카에는 가정·민사·형사 사건을 다루는 법정 말고도 법정이 하나 더 있다. 제4 법정, 이른바 헌법 소법정이다. 이 법정은 코스타리카에서 인권을 살리는 시작이자 마지막 보루다. 제4 법정은 헌법에는 낱낱이 나와 있지 않은, 인권 문제 따위로 제소할 수 있으며, 원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지 않아 아이나 외국 사람, 누구라도 나서서 제소할 수 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치면서 유엔 승인을 얻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영국·일본·한국처럼 만만한 동맹국 33개 나라 지지를 얻었는데 그 안에 코스타리카도 있었다. 코스타리카 대학생 하나가 우리 뜻과는 달리 대통령이 이라크를 쳐들어가는 데 뜻을 보탰다며 대통령을 제4 법정에 제소한다. 전쟁 금지 위반과 국제연합 헌장을 어기고 인권을 짓밟는 데 힘을 보탰으니 헌법에 어긋난다며 판사 일곱 사람이 모두 잘못이라고 판결한다.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지지 명단에서 코스타리카를 빼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미국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옹근 물음 하나, 살림 물음이 바꿔놓은 나라 코스타리카.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어우렁더우렁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농부 철학자 윤구병 선생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세상에는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다. 할 짓을 해야 하고, 못 할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할 짓만 알아서 하고 못 할 짓을 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힘겹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고, 힘이 덜 들더라도 해선 안 될 짓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할 일을 하더라도 어떨 때는 뜻대로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애써보지만 안 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못 할 짓이나 안 할 짓은 하지 말아야 하고, 안 되더라도 할 짓은 그만두지 말아야 한다. 왜 할 일을 하는가? 그래야 좋기 때문이다. 왜 못된 짓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나쁜 짓인 까닭이다. 어째서 나쁜 짓인가? 그런 짓을 견뎌야 하는 쪽을 못살게 굴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에 이바지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아리아스도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알아야 할 것을 말하는 사람이다. 평화협상을 해야 할 때도, 경제개혁을 할 때도 처음엔 다 반대했고 인기가 없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고, 대통령을 하면서 불행하거나 슬펐던 적은 없다. 코스타리카와 중미에 사는 많은 사람이 좀 더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돼서 기쁘다.” 경향신문 장은교 기자가 2016년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만나서 한 인터뷰에서 모셔온 말씀이다.

코스타리카에서 군대를 없애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다리를 놓은 피게레스 부부나 이웃 나라 분쟁에까지 나서서 중재를 서고 파나마와 아이티에서도 군대를 없애도록 아우른 아리아스 모두 힘겹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해서 평화를 이룬 사람들이다.



사드배치 반대하는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



요즘 미국과 중국 패권 다툼이 한창이다. 어떻게 해야 이 틈바구니에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평화로울까?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스스로 줏대 세운 중립만이 살길이다. 해마다 8월에 하는 한미연합훈련을 그만 접고 비무장지대에서 어울림마당을 열자. 남과 북이 무기를 녹여 살림 연장 낫과 곡괭이, 호미와 쇠스랑을 만들자. 그래서 비무장지대를 온 나라로 넓혀 우리도 코스타리카 못지않게 중립으로 평화를 일구자. 마침내 세계 곳곳에 평화를 수출하자.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 살게 하고 싶은가?” 평화로운 나라로 거듭나기, 우리 손에 달렸고, 우리 앞날도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 손에 달렸다. 평화, 정치하는 이들에게만 맡기려 하지 말고 여느 사람들이 다 나서자. 피어라. 평화!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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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브레넌(CBS 뉴스 갈무리)

공습 위기 벗어날 물꼬를 튼 건
협상도 전쟁도 아닌, 한 마디 물음

80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을 낸 시리아 내전. 2013년 8월 21일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뿌려 1,300여 명이 숨을 거둔다. 미국 하원이 시리아 공습을 하기로 하고 상원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9월 9일. 미 국무장관 존 케리가 기자회견을 한다.

“공습은 언제 이뤄집니까?”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시리아가 맞대응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하는 따위 물음이 이어지고 긴장감이 도는데 기자 한 사람이 조용히 손을 든다.

“저, 조금 결이 다른 물음인데요. 어찌하면 시리아가 공습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기자회견장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지고 이 심각한 때에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이냐는 듯 비웃음마저 터져 나온다. 잠자코 있던 케리 국무장관이 이윽고 말문을 연다.

“시리아가 가지고 있는 살상 무기를 다 내놓는다면 공습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시리아 대통령이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군요.”

얼마 뒤 러시아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연다. “시리아에 바랍니다. 살상 무기를 국제기구 감시 아래 차츰 없애길 바랍니다.” 이어진 시리아 외무장관 기자회견. “러시아 제안을 받아들여 바람직한 쪽으로 하겠습니다.”

이틀 뒤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건드리기만 하면 곧 터질 것 같던 공습 위기를 벗어날 물꼬를 튼 건 협상도 전쟁도 아닌, 한 마디 물음이었다. 기자들은 앞다퉈 송고한다.

“수백만을 살린 기자”
“참다운 외교를 알리다!”

주인공은 CBS 기자 마거릿 브레넌이다. 마거릿에게 물었다.

“그 긴박할 때 어떻게 그렇게 물을 수 있었어요?”
“참으로 제가 공습을 막았을까요? 글쎄요… 그냥 궁금했습니다. 애먼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막을 수는 없는지.”

살림 씨앗이 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 세상 살아가면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물음을 얼마나 던질 수 있을까? 여기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하고 물어 나라를 살린 사람들도 있다. 코스타리카 사람 호세 피게레스와 그 부인 카렌 올센 피게레스다.

1948년 코스타리카 대선은 집권 국민공화당 후보 칼데론과 야당 국민통합당 후보 울라테가 맞붙는다. 중산층 지지를 받은 울라테가 적은 표 차이로 이기지만 여당은 정권을 넘겨주지 않는다. 소용돌이 속에서 농장주 호세 피게레스는 민병대를 모아 정부군과 맞선다. 2천 명 남짓한 사람이 목숨을 잃으며 한 달 반 동안 이어진 내전. 마침내 대통령을 몰아낸다.

정권을 잡은 피게레스, 몇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 1일 군대를 없애고 병영을 학교로 만들겠다며 망치를 들고 사령부 벽을 부순다. 그리고 온 나라 사람에게 평화배당(Peace dividend)을 하겠다고 나선다. 군비를 교육과 의료, 환경과 문화를 아우르도록 돌리겠다는 말이다. 같은 날 우리나라 국회는 국가보안법을 만들었다. 카렌 올센 페게레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라 자원을 교육과 복지, 의료에 쓰려니 군비를 댈 수 없다.” 덕분에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에 있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으며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를 어떻게 지키는가?”
“군대가 있다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

이때 피게레스는 밀려난 전 대통령이 니카라과에서 칼을 갈며 정권을 되찾으려고 틈을 노리고 있는데도 군대를 없애는 용기를 내고, 1년 6개월 동안 치안을 안정시키고 물러나 선거에서 이긴 야당 지도자에게 정권을 넘기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뒤로 코스타리카는 한 차례 내전을 더 겪지만 잘 이겨낸다. 이웃 나라인 니카라과가 두 번이나 쳐들어와 어려움도 겪지만 군대가 없다는 것을 내세우는 슬기로운 외교로 벗어난다. 또 1979년 미국은 니카라과에 들어선 산디니스타 혁명정부를 무너뜨리려고 반군 ‘콘트라’ 편을 들면서 코스타리카에 콘트라를 뒷받침할 군사기지를 세우겠다고 했다. 코스타리카는 비무장 영세중립국(1983)을 선언하고 국제분쟁에 나설 수 없다며 벗어난다. 비무장중립이 나라를 살렸다!

우리가 군비를 거듭 늘려온 일흔 해 동안, 군대를 없앤 코스타리카는 어떤 대통령도 군대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며 전쟁도 없었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게 “군대가 없으면 나라를 어떻게 지키는가?” 하고 물으면 “군대가 있다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키느냐?”고 되묻는다.

1986년 대통령이 된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는 군대 없애겠다고 외친 피게레스 부인 카렌 올센 피게레스에게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 세 나라에서 내전을 끝낼 수 있도록 나서달라고 하여 이듬해 중앙아메리카 5개국 평화협정을 맺는다. 이때 비무장으로 믿음을 샀다. 아리아스 대통령은 이웃한 파나마와 아이티를 설득해 군대를 없애도록 한다. 2013년에는 세계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무기거래금지조약(ATT)을 만들어 유엔 승인을 얻어냈다. 이토록 코스타리카는 평화를 수출하는 비무장 중립국이다.

적이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는 문제가 생기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서 푼다. 군대에 쓸 돈을 사회복지제도에 풀어 복지 수준은 세계 평균을 넘는다. 코스타리카 사람 정서도 평화로워졌다. 군대를 없애도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겪은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국가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중립은 살림이다!

힘겹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하고,
힘이 덜 들어도 안 될 짓은 하지 않아야

코스타리카에는 가정·민사·형사 사건을 다루는 법정 말고도 법정이 하나 더 있다. 제4 법정, 이른바 헌법 소법정이다. 이 법정은 코스타리카에서 인권을 살리는 시작이자 마지막 보루다. 제4 법정은 헌법에는 낱낱이 나와 있지 않은, 인권 문제 따위로 제소할 수 있으며, 원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지 않아 아이나 외국 사람, 누구라도 나서서 제소할 수 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치면서 유엔 승인을 얻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영국·일본·한국처럼 만만한 동맹국 33개 나라 지지를 얻었는데 그 안에 코스타리카도 있었다. 코스타리카 대학생 하나가 우리 뜻과는 달리 대통령이 이라크를 쳐들어가는 데 뜻을 보탰다며 대통령을 제4 법정에 제소한다. 전쟁 금지 위반과 국제연합 헌장을 어기고 인권을 짓밟는 데 힘을 보탰으니 헌법에 어긋난다며 판사 일곱 사람이 모두 잘못이라고 판결한다.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지지 명단에서 코스타리카를 빼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미국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옹근 물음 하나, 살림 물음이 바꿔놓은 나라 코스타리카.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어우렁더우렁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농부 철학자 윤구병 선생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세상에는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다. 할 짓을 해야 하고, 못 할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할 짓만 알아서 하고 못 할 짓을 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힘겹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고, 힘이 덜 들더라도 해선 안 될 짓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할 일을 하더라도 어떨 때는 뜻대로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애써보지만 안 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못 할 짓이나 안 할 짓은 하지 말아야 하고, 안 되더라도 할 짓은 그만두지 말아야 한다. 왜 할 일을 하는가? 그래야 좋기 때문이다. 왜 못된 짓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나쁜 짓인 까닭이다. 어째서 나쁜 짓인가? 그런 짓을 견뎌야 하는 쪽을 못살게 굴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에 이바지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아리아스도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알아야 할 것을 말하는 사람이다. 평화협상을 해야 할 때도, 경제개혁을 할 때도 처음엔 다 반대했고 인기가 없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고, 대통령을 하면서 불행하거나 슬펐던 적은 없다. 코스타리카와 중미에 사는 많은 사람이 좀 더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돼서 기쁘다.” 경향신문 장은교 기자가 2016년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만나서 한 인터뷰에서 모셔온 말씀이다.

코스타리카에서 군대를 없애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다리를 놓은 피게레스 부부나 이웃 나라 분쟁에까지 나서서 중재를 서고 파나마와 아이티에서도 군대를 없애도록 아우른 아리아스 모두 힘겹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해서 평화를 이룬 사람들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농민.
사드배치 반대하는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

요즘 미국과 중국 패권 다툼이 한창이다. 어떻게 해야 이 틈바구니에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평화로울까?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스스로 줏대 세운 중립만이 살길이다. 해마다 8월에 하는 한미연합훈련을 그만 접고 비무장지대에서 어울림마당을 열자. 남과 북이 무기를 녹여 살림 연장 낫과 곡괭이, 호미와 쇠스랑을 만들자. 그래서 비무장지대를 온 나라로 넓혀 우리도 코스타리카 못지않게 중립으로 평화를 일구자. 마침내 세계 곳곳에 평화를 수출하자.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 살게 하고 싶은가?” 평화로운 나라로 거듭나기, 우리 손에 달렸고, 우리 앞날도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 손에 달렸다. 평화, 정치하는 이들에게만 맡기려 하지 말고 여느 사람들이 다 나서자. 피어라. 평화!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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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택주
“배운 걸 세상에 돌리지 않으면 제구실하지 않는 것”이란 법정 스님 말씀에 따라 이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면서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에 몸담고 있다. 나라 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한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평화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기 놀이하면서 쉬운 겨레말 쓰기 놀이도 한다. 법명은 지광(智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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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2021-07-30 12:35:12
평화를 수출하는 비무장 중립국가 , 코스타리카의 예를
잘 들어주셔습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가 되기는 쉽지않지만, 전쟁없는 평화세상은 모두가 원 할 것입니다. 영세중립국이 되는길은 인류를 살리는 길 임을 믿습니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정을 누가 할 수있을지요? 그사람을 지도자로 모셔야 합니다.()

문무진 2021-07-30 12:20:23
좋은기사 감사해요~~^^
꼬마평화 도서관도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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