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쓰며 살아가야…무소유는 공동소유”
“더불어 쓰며 살아가야…무소유는 공동소유”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1.07.28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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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택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종교환경회의 세 번쨰 종교인대화마당 ‘의를 의식하라’

생태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사회를 지향하는 종교환경회의가 세 번째 종교인대화마당 ‘‘의(衣)를 의식(意識)하라’를 27일 가졌다.

종교환경회의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할지 성찰하고 실천과제를 도출하고자 총 다섯 번에 걸쳐 종교인 대화마당을 개최하고 있다. ‘생태전환을 말하다_사회경제시스템의 생태적 전환을 상상해보는 성장 없는 좋은 삶’과 ‘주(住) _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공간을 상상하다’를 주제로 두 번의 대화마당을 진행했으며, ‘식(食)’을 주제로 한 네 번째 대화마당과 갈무리 마당인 다섯 번째 대화마당을 진행할 예정이다.

옷은 의식주(衣食住)의 하나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옷이 필요이상 만들어지고 버려지고 있으며,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다. 차고 넘치는 것은 옷 뿐이 아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을 너무 쉽게 사고 너무 쉽게 버린다.

종교환경회의는 “100년 전, 사람들은 100가지의 물건을 가지고 살았다고 한다.”며 “여러분은 지금 몇 개의 물건을 가지고 사는지 한번 새어 보십시오, 아마도 다 샐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종교환경회의는 “지금 세계가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과 잘못된 세계관, 즉 부처님께서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고 하신 탐, 진, 치 삼독 때문”이라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지 아니면 인류에 의한 대멸종을 초래할 것인지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처님께서는 우리의 행위는 결과를 낳는다고 하셨다. 지금의 기후위기가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 대량폐기의 결과로 빚어진 일이기에 이제부터는 그 반대로 살아야 한다.”면서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종교환경회의에 참여한 불교환경연대는 부처님의 일화에서 옷의 의미를 찾았다.

한때 부처님을 존경하는 왕비와 궁녀들이 1000벌의 가사를 승가에 보시하였다. 그것을 본 왕은 이렇게 많은 가사를 받으면 기존에 있던 가사를 어떻게 할까 궁금해서 장로비구에게 여쭈어 보았다.

"낡은 가사는 깔개로 씁니다.
깔개가 낡으면 버리시겠지요?
아닙니다. 깔개로 쓰다가 낡으면 걸레로 씁니다.
그렇다면 걸레로도 못쓸만큼 낡으면 버리시겠지요?
아닙니다. 걸레로도 쓰지 못할 만큼 낡으면 진흙을 바르는데 섞어서 씁니다.“
 

종교환경회의 세 번째 종교인대화마당에 변택주 선생이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배운 걸 세상에 돌리지 않으면 제구실하지 않는 것”이란 법정 스님 말씀에 따라 이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면서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에 몸담고 있다. 나라 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한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평화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기 놀이하면서 쉬운 겨레말 쓰기 놀이도 한다. 그의 강연은  옷(衣), 슬기로운 옷 입기, 무소유와 옷, 소비자와 사용자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강연 전문을 필자의 동의를 구해 게재한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 그리고 플렉스?

❏ 무소유는?

불교환경연대가 내세운 ‘의를 의식하다’란는 말은 “옷을 생각하다”란 말일 테다. 제목이 무소유와 플렉스, “무소유와 뽐내다 곧 으스대다” 이니만큼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를 짚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법정 스님 같은 어른도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것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와 같은 범속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뭘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란 말씀은 가진 것에 휘둘린다는 말씀일 테다.

어떤 분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에게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사각거림이 좋아 한껏 누렸다. 그러다가 어느 해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샀다.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만다. ‘아차!’ 싶었던 법정 스님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사람에게 건넸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말씀했다.

말씀은 가볍게 마치고 마셨으나 이 말씀 안에는 그것이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듯이 살림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늘 “하나가 있어야 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하다. 만년필 하나를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얘기는, 제구실을 잃고 누워있는 만년필을 일으켜 세워 숨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

무소유는 살림이다!







❏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다 하지 말고 남겨 두라?” 1980년에 불일암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해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나왔다. 냉장고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다. 스님이 신랑에게 묻는다.

“컬러테레비는 샀소?”
“아니요. 아직 못 샀는데요.”
“살 거지요?” “사주렵니다.”
“냉장고는 샀소?”
“냉장고도 사야지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만 사고 하나는 남겨 두시오.”
“어째서요?”
“아, 컬러테레비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겠소? 사람 욕망이 그치지 않아 점점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커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둘이 갖고 싶을 때 다 사지 말고 늘 하나는 남겨 두시오.”

❏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

덜 쓰고 덜 누리라는 말씀이다. 중국에선 쌍십절이라고 꽉 채운 10월 10일을 기리지만, 우리는 9월 9일을 기린다. 술도 계영배라고 해서 7부만 차는 술잔에 따라 마셨다. 못 미치는 것이 주는 넉넉함을 누린 것이다. 좀 덜 살고 덜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더 하고 싶을 때 물러서는 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 옷을 왜 입나?

옷을 왜 사는가? 옷을 왜 입을까? 두말할 까닭 없이 옷은 덧입은 살갗으로,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입는다. 살아남는다는 말에는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남다른 나를 드러내어 알린다는 뜻이 있다.

옷은 같이 살아가는 동아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기록에 쪽빛을 몽골 빛깔로, 황금빛을 중국 빛깔로, 조선 빛깔은 하얀 빛깔로 여겼다고 나온다. 조선, 곧 새빛(햇빛)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다.

어째서? 환한 빛샘(환인) 아들인 햇살이 곰(하늘)과 만나 밝달(배달)과 달 그리고 그 땅을 디디고 살 아달을 낳았기 때문이다. 밝달은 둥근 땅(지구), 달은 달을 아달은 사람을 일컫는다.

사람은 본디 살아있는 것을 다 아우르는 말씀으로, 캄캄하여 곰(하늘)이고 범(밤)이고 가려볼 수 없고, 둥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가 빛이 들어 환해진다. 환해지니 밤은 실체가 없는 현상일 뿐이고, 드러난 하늘에 바람이 돌고, 드러난 땅이 달이 기울기에 따라 물이 돌면서 살아난다. 이 땅에 목숨붙이가 깃들어 살아갈 수 있었더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는 이처럼 천지창조 신화다.

플렉스, 뽐내기에는 내 유전자를 대대로 이어 살아가려는 뜻도 들어있다. 첫눈에 끌리는 건 겉으로 드러난 멋이다. 멋부림은 좋은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 또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처럼 옷은 나다움, 우리다움을 내뿜기 플렉스다.

그런데 여기, 플렉스와 거꾸로 가서 빛난 사람이 있다. 분소의, 그러니까 죽은 사람 옷이나 똥 묻은 헝겊 따위를 모아 옷을 지어 입었으나 뭇사람들이 우러르는 석가모니다. 헐벗고 얻어먹으며 평생을 길에서 보낸 거지 왕초 부처는, 겉모습보다는 품은 뜻을 드러내어 잘 살았기에 빛났다. 본래무일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다 내려놓고 하늘과 땅, 사람 마음을 얻은 부처님을 하늘과 사람을 아우르는 스승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람은 모든 목숨붙이를 일컫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한 무소유는, 부처님 사상인 본래무일물, 본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말씀 바탕에서 내게 쓸모가 되어주는 너는 나를 살리는, 더할 수 없이 아까운 ‘이’라는 뜻을 아우른다.

우리말 ‘이’는 ‘이제’에 뿌리를 두어 사람만이 아니라 일과 동식물, 사물을 두루 품는다. 이 사람=이 ‘이’, 애받이, 재롱받이 따위가 있고, 일을 일컫는 말로 밭갈이, 품앗이 따위가 있으며,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먹이, 지팡이, 팽이, 얼갈이, 겉절이 따위가 있다.







❏ 무엇을 입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법정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여러분이라면 뭐라고 말씀하겠는가?

법정 스님은 “난, 나이고 싶다!”라고 말씀한다.

“삶이 발명한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굳힐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연장이었습니다.”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한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창조 아이콘’이자 ‘혁신 대명사’로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가장 으뜸가는 종합 예술가’라고도 떠받든다. 그런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사람 2위’에 올랐을 만큼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폰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며 0.5초마다 한 대씩 팔렸지만, 잡스 패션은 바뀌지 않아 아이러니라는 말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째서 검정 터틀네크 풀오버에 청바지만 고집했을까? 법정 스님 말씀처럼 오롯이 저답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승복을 입고는 바지 단을 고정시키는 행전을 매지 않고 다닌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늘 행전을 매고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옷이 빳빳하게 날이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까? 잡스나 법정 스님처럼 나다움을 입어야 한다.







❏ 어떻게 입어야 할까?

① 위아래 같은 빛깔로 입기가 쉽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옷입기이기도 하다.

② 튀지 않으려면 가까운 빛깔 계열끼리 어울리도록 입는다.

③ 어렵긴 하지만 플렉스 하려면 서로 맞서는 빛깔 조화도?

㉮ 빛깔은 달라도 밝기를 같이 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끌린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 어째서? 그 옷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새 옷에 어울리는 다른 옷과 장신구를 다 갖추지 않는다면 꼴불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자인계 전설이 된 원로 디자이너 디터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1. 새롭고 2. 쓸모 있고 3. 아름다우며 4. 쓰기 쉽고 5. 정직하며 6. 요란스럽지 않고 7. 오래가며 8. 마무리까지 철저하고 9. 환경을 생각해 10. 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도 “Form follows function 아름다움, 곧 짜임새는 쓰임새를 따른다.”라고 했다.

키스 네글리가 지은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원더박스>에는 19세기에 바지를 처음 입은 영국 여성 메리 에드워드 워커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상큼한 반란이라면서 웃을 수 있는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은 도전이기도 했다. 나다움을 입기란 때로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 제발, 이 옷 사지 마!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11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습니다. 그때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런 광고를 한다.

“제발, 이 옷 사지 마세요.”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 파타고니아는 손님들에게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적게 사기를 바란다고 드잡이했다.

- 페트병을 되살려 실을 뽑아 만드는 친환경제품인 이 옷은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 이 옷에 쓰는 목화생산에 들어가는 물 135리터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다.

◆ 이 옷 재료 재활용 폴리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가 20파운드 나온다. 옷 무게에 24배다.

◆ 물류창고로 오는 길에 이 옷 무게에 70% 가까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옷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자연을 지키려고 여러 일을 했으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옷이 아니라면 제발, 사지 마세요.”

2019년 좋은 영향을 미친 인풀루언서 상을 받은 패션 유튜버 올해 70살인 장명숙 할머니는 옷 사지 않으려고 40년 동안 몸무게 지켰단다.







❏ 무엇을 입어야 비건, 살리는 패션인가?

이건 참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동물 털로 지은 옷만 입지 않으면 되는지, 면이나 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비건인지,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입어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건인지 깊이 짚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비건인 줄 알았는데 생태에 더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주 빨아야 한다든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더 많이 써야 한다든가 또는 빨래할 때 물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든가. 오래 빨아야 한다든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가 짚어볼 것이 퍽 많다.

지난날 마차를 타고 다녀 말똥으로 더러워진 길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깨끗해져서 위생에도 좋다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자동차는 매연 온상, 환경파괴 주범으로 구박을 받고 있지 않나?

❏ 소비자와 사용자

소비자, 한 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써서 없애기만 하는 소비자와 쓸모를 살려 거듭 쓰는 사용자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써서 없애는 이와 알뜰살뜰 아껴가며 쓰는 이, 내가 옷이라면 어떤 이를 보듬어주고 싶을까?

영화 ‘빠삐용’에서 재판관이 외친다. “그래 맞아. 너는 살인죄로 기소된 게 아냐. 네가 저지른 죄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지.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로 기소됐어.”라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왔다. 허투루 쓰며 살아온 내 삶은 괜찮으려나? 어떻게 하면 인생을 낭비했다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드러낼 만큼 마음에 드는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물려 입어야 풀 수 있다.







❏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립니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라고 하면서 ‘덜 사고 더 바라세요(옷 파는 회사에)’라고 흔드는 옷 회사가 있다. 아까도 얘기한 파타고니아다. 이 회사가 2013년에는 “아무리 오래되어 낡아빠진 옷, 언제까지나 고쳐드려요.”하고 치고 나온다. 그리고는 차에 옷감과 실 그리고 기술자를 싣고 고칠 옷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더 적게 사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니 “덜 사고 더 바라세요.” 파타고니아 경영철학ㅇ;다. 그렇기에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물건 오래 쓰기,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부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살펴서 하나하나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실험하고 또 한다.







❏ 슬기로운 옷 고르기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에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옷을 사고 난 뒤에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니 되도록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 옷을 사야 한다. 여행복은 저녁때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빨아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따위 원칙을 세워 놓고 그에 따라 옷을 사야 한다.








변택주 선생.
변택주 선생.
변택주 선생.

❏ 생각거리

이 시대 백결선생, 고무신 할배 윤구병 선생 말씀으로 마무리하겠다. 아까 말씀드린 ‘옷을 왜 입는가’에서 다 내려놓고 얻어먹고 얻어 입으며 다닌 부처님이 본디 내 것이랄 것이 없다는 말씀은 더불어 쓰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을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은 ‘무소유는 공동소유다.’라고 풀었다. 여기서 ‘소유’는 쓰는 것을 가리킨다.

내가 품어 살린 동무가 이제 살만하다고 헌신짝 팽개치듯이 하고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 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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