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50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동대문운동장부터 우정국로 까지 화려한 봉축행렬 뒤에는 근세 암울한 조계종의 분규가 자리한다. 소위 정화불사 후 그나마 자리 잡았던 조계종은 역대 총무원장중 불과 3인을 제외한 30여분의 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한달에서 1년 내외에 사퇴를 한 불운을 겪었다. 그 원인은 종권을 잡으려는 다툼으로 소위 파벌과 문중의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조계종의 현실은 화려한 봉축행사처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이번 청계사 주지 문제로 나도는 문서를 보면 ‘전0문도스님들 및 제방대덕 큰스님께 삼가 고하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그 발신 명의는 ‘금0문도스님일동’ 이라 하여 문중 대 문중의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 60~70년대 양상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그동안 일부 떠돌던 소문들이 사실인양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문건 상 파렴치한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종단의 위상을 뿌리째 흔들고도 남음이 있다. 더구나 현 집행부의 중요 직책 스님들에 대한 처자식 운운한 내용은 집행부가 스스로 명징하게 밝혀야 할 내용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작성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엄벌하고, 사실이라면 현 집행부에게 더 이상 종단을 맞길 수 없는 중대한 내용들이다.
종단 사정기관은 이번 청계사주지와 관련한 문건의 내용에 대해 사실대로 치우침 없이 조사해야 한다. 고위직 종무원으로서 청정성을 상실했다면 더 이상 종단 중요 소임을 맞길 수 없다. 이미 모 기관에서도 비공식 라인을 통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우리가 스스로 정화하지 않는다면 외부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종단 집행부가 종헌 종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하다면 스스로 물러남이 그나마 애종심이며 불은에 보답하는 길이고 종단 발전을 위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했다. 이 시대 우리 종단이 상기해야 할 말이다. 특히 종단 집행부는 안팎이 투명해야 한다. 화려한 봉축 행사의 이면에 구린 구석이 있다면 조계종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고 아울러 외부로부터 도전을 받으며 종단은 힘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