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사의 경우
경국사의 경우
  • 이혜조
  • 승인 2008.05.14 10:17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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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총무원장 주석처 봉축법요식을 가보니



▲ 봉축법요식이 열린 12일 경국사.ⓒ2008 불교닷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주석처인 삼각산 경국사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는 조촐했다.

12일 오전 경국사를 찾은 취재진이 처음 맞닥뜨린 건 문제의 <동아일보> 신문을 돌리는 보살들이었다. 동아일보 안산공장에서 5,000부를 4묶음으로 나눠 배달했다던 동아일보측 주장의 의문이 풀렸다. "광우병 괴담을 퍼뜨리는 건 죄"가 되며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인터뷰 기사가 실린 7일자 <동아일보>는 안산공장에서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 경국사 4곳으로 '차떼기'로 배달된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사회자의 안내방송이 경내에 울렸다. "잠시후 10시 30분부터 봉축법요식이 거행되오니 불자 여러분께서는 극락보전 앞마당으로 모여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여러차례 나갔다. 법요식 시작 시간이 가까울수록 사회자는 애가 탄 듯 보였다. 텅 빈 앞자리를 바라보며 다시 5차례에 걸쳐 뒷쪽에 있는 불자들을 앞 자리로 유도했다.

법요식에는 주지 정산 스님을 비롯한 대중스님들과 서찬교 성북구청장,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 일주문을 지나 경내 주차장 한켠에서 한 보살이 동아일보를 방문객들에게 나눠주며 관음전 복원 기와 불사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2008 불교닷컴

1325년 자정이 창건한 이후 중봉거사, 연화선사 승성, 의눌, 낭오 스님 등이 중창했고 고종의 등위재를 갖고 국운을 염려해 칠성각 산신각을 지어 호국대법회를 연 사찰이 경국사다. 1921년엔 탱화 단청에 조예가 깊은 보경 스님이 중수했다. 주변 경관이 수려해 불자들뿐 아니라 시민들이 끊이지 않았다. 창건 이래 한국불교 계율의 맥을 이어온 표본적 도량으로 백과사전에는 소개되고 있다.

700년 역사의 전통고찰 봉축법요식에 불자 250여명만 참석했다는 것은 보지않은 사람들은 믿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어떠랴. 야단법석을 떠는 것보다 검소한 봉축식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쳤다.

주지 정산 스님은 미리 배포한 행사 리플릿의 원고는 제쳐두고 네팔 여행 소감과 관음전 불사 동참을 호소하는 말로 20여분간의 봉축사를 대신했다. 스님은 "복원불사 기간은 내년 5월6일까지지만 이왕이면 올해 모연금을 내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도회 회원들로 보이는 5~6명의 보살들은 사찰 입구서부터 관음전 불사 기와모연 천막을 치고 지나가는 불자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축사에서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불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많이 가지는 것보다 가진 것이 조금일지라도 나눠주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끝맺었다.



▲ 점심 공양 후 품바 공연을 150여명이 관람하고 있다.. ⓒ2008 불교닷컴

관불의식과 점심 공양을 끝내고 이어진 품바 공연시까지 자리를 지키던 150여명도 공연이 끝나고 삼삼오오 절을 떠났다. 서민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쌓였던 울분과 억울함, 그리고 그들에 대한 멸시나 학대 등이 한숨으로 뿜어져 나오는 한이 깃든 소리로 여겨진 품바 공연이라서 그런지 공연 자제는 신명스러웠다.

사찰 어느 곳을 둘러봐도 종단차원에서 지시했던 동국대 로스쿨 유치기원 불자서명운동 안내 현수막은 없었다. 미안마 구호등 달기 운동도 펴지 않은 듯 했다. 서너군데 붙어 있는 관음사 불사 모연문과 불사동참 안내문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 사찰의 신도라는 한 불자는 신도들이 왜 이렇게 적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전엔 초하루 법회때 수백명이 운집했었는데 90년대 초반부터 신도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하고 "신도 한분 한분의 진실한 신행생활이 중요하지 사람이 많고 적음은 무슨 소용있겠냐"며 취재진의 우문을 책했다.

신도들이 떠난 극락보전 앞마당 의자와 사찰 입구 곳곳에 총무원장 스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찍힌 동아일보 신문들만 수북히 쌓여 있었다. 총무원장 스님은 오후1시께 절에 도착, 늦은 점심 공양을 불자 탤런트 김모씨 등 내빈들과 간단히 마치고 경내를 한바퀴 돌았다.

총무원장 스님이 주석하는 사찰의 봉축법요식은 부처님 오신날의 뜻을 사회적으로 재조명하고 지관 스님의 종단운영 철학이 깔려있을 줄 알았다.

일주문 앞 CCTV가 부착된 철제대문은 절집과 어울리지 않았다. 극락교를 건너는데 맞은 편에 막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단지가 석탑처럼, 병풍처럼 우뚝 솟은 채 둘러쳐져 있었다. 절이 사바를 감싼게 아니라 사바에 절이 포위당했다. 그래도 경국사의 신록은 눈부셨다. 하늘은 곧 비를 뿌릴 듯 먹구름을 잔뜩 머금었다.



▲ 사찰에서 나줘준 문제의 7일자 동아일보를 신도들이 버리고 가 수북히 쌓여있다. ⓒ2008 불교닷컴



▲ 관음전 복원 불사를 알리고 신도들의 동참을 권하는 현수막이 사찰 몇군데에 붙어있다. ⓒ2008 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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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의 연속 2008-05-16 00:42:02
한없이 신성해야할 사팔일에, 그것도 사적욕망에 추태를 보인, 찌라시를....참 딱합니다!!

어쩌다? 2008-05-15 21:06:17
사월 초파일에 250명이라 그것도 서울시내 그 좋은 조건에서, 주인이 참 박복한 분 이신가뵈... 다른절과 참 비교되네....

마지막 기회를 2008-05-15 16:39:24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2000만 불자여 정신 똑바로 챙기고 종단을 바로 세웁시다.더이상 속지(돈과 감언이설에)말고 서로 격려하며 책임과 의무를 다 합시다.우선 출가대중부터 솔선 합시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종단을 속이고.. 2008-05-15 16:30:29
산중 암자도 이 정도는....

이런 무능한 양반한테 어쩌다....참으로 원통하다!!!!

입증되네..? 2008-05-15 16:25:42
자격없음이 실체적 진실로 입증하네요!! 어쩌다 우리종단이 이렇게(?)됐노
참으로 분하고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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