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되새겨보는 불설대보부모은중경
어버이날 되새겨보는 불설대보부모은중경
  • 이혜조
  • 승인 2008.05.08 0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은사 노스님위한 노후승려복지 문제 천착 계기 삼아야

8일은 어버이날이다. 속인들도 이날은 각별히 자신을 낳아준 부모와 이웃 어른들을 챙긴다.

화성 용주사 경판에는 1972년 5월 4일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이 있다. 정조가 이 절을 창건할 때 효심에서 발원(發願), 보경을 시켜 제작한 것이다. 김홍도의 삽화도 곁들여 개판한 것이 용주사본이다.

불설부모은중경은 부모가 자식을 잉태하여 낳고 기르기까지의 은혜와 그 은혜를 갚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불교경전이다. 자식에게 효를 강조하는 것만 아니라 부모의 역할까지 음미해 볼 수 있는 효에 관한 대승적 경전이다.
 
흔히 부모은중경이라 하며 심우도(尋牛圖)와 함께 사찰의 벽화로 자주 인용되는 경전이다.

부처님이 부모은중경을 설하게 된 동기를 비롯하여 부모의 은혜가 무엇인지를 10가지로 제시하고, 그 은혜를 갚기 어려움을 8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보은의 방법으로 남에게 베풀고 진리를 실현하면서 살 것을 권하며, 불효했을 때 받게 되는 업으로서의 아비무간지옥(阿鼻無間地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진리의 삶이란 부모를 잘 섬기고 처자를 사랑하고 보호하며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는 평범한 가운데 있다고 설했다. 그런 연유에선지 이 경전은 부산 범어사, 아산 세심사, 창원 봉림사, 단양 구인사 등 여러 사찰에 보관돼 내려오고 있다.



▲ 보물 제705호 불설대보부모은중경합철<불설부모은중태골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合綴<佛設父母恩重胎骨經>) 리움미술관 소장. 사진제공 = 문화재청.

오늘날 승가를 되돌아보면 미등록 사설사암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조계종이 최근 발표한 2007년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조계종 전체사찰 2,444곳 가운데 공찰은 33%에 불과하다. 이마저 개인사찰화돼 있어 총무원이나 교구본사에서 주지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찰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포교나 전법차원에서 사설이나마 많이 생겨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문제는 미등록 사설사암과 재산미등기 사찰이다. 지난연말 관음사 선거인명부 확정과정에서 5명의 스님이 미등록사설사암을 소유했거나 사찰 재산을 미등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음사 교구 선관위에서 당초 선거권 여부 확인을 요청한 54명의 9%에 이르는 스님들이다. 교구선관위에서 발견하지 못한 사례까지 포함할 경우 미등록 사설사암을 소유한 스님들의 수는 더늘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범어사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잇따랐다. 범어사의 경우 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과 교구선관위원이 미등록과 재산미등기 등을 이유로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선거 이후 최소 7명 정도가 사설사암 문제로 선거권이 없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는 웃지못할 사태도 벌어졌다.

사설사암 등록 요건이 충분함에도 본사에 등록한 포교당 포교원 포교소로 등록하는 변칙도 허다하다. 교구본사에 포교당등으로 등재하면 재산을 종단명의로 등기하지도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미등록 사설사암이나 사암의 재산을 미등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승려노후복지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아가 스님들의 물욕도 원인의 한 축이다.

늙고 병들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부모은중경>을 위시한 경전에서도 강요하고 속인들도 부모는 돌보는데 승가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어버이날을 씁쓸하게 하는 대목이다.

조계종 중앙종회 176회 임시회에서 승려노후복지를위한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선문 스님이 대표발의한 '승려노후복지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안'에 따르면 "노후복지는 모든 스님들이 수행과 교화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과제로 종단의 수행종풍을 진작하고 각 사찰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는 사안"이라고 한다.

그동안 종단에서 94년 개혁불사 이후 지속적으로 승려노후복지를 주요한 종단적 과제로 삼아왔으나 추진실적은 미미했다. 전 총무원장 법장 스님과 현 지관 원장스님이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내용이기도 하다.

어버이날인 8일 은사나 노스님을 모시는 승가의 풍토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승가가 모범을 보이지 않고서 재가에 설법할 순 없을 테다. 아울러 승려노후복지특위의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청사진 마련과 집행부의 실행을 기대해본다.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