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합의문 파기하고 정관 변경 ‘생트집’
2002년 합의문 파기하고 정관 변경 ‘생트집’
  • 이창윤 기자
  • 승인 2019.12.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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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 체크 – 법입법 제정과 정관 변경의 진실
▲ 선학원 임원진은 조계종이 법인법을 제정해 선학원을 압박하고 임원진에 대한 징계를 거론하자 이에 대항해 총무원에 제적원을 냈다. 그러자 조계종은 제적원을 처리하지 않고 “도당을 형성하고 탈종을 기도했다”며, 이사장 법진 스님과 총무이사 송운 스님, 교무이사 정덕 스님, 이사 한북을 멸빈했다. 사진은 2014년 6월 30일 당시 총무이사 송운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에 제적원을 제출한 뒤 확인증을 건네받고 있는 모습.

3차례 선학원-조계종 관계정상화 합의문 모두 조계종이 파기
재단 압박·임원진 징계 우려 제적원 제출, 탈종으로 몰아부쳐
선학원 왜색불교 척결·불교정화 주도, 조계종 탄생시킨 ‘모태’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이 ‘사유화·세속화되는 선학원’이라는 꼭지명으로 연재한 기사는 재단법인 선학원을 종단에 예속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비틀어 종단에 유리하게 포장한 전형적인 왜곡보도이다.

<불교신문> 홈페이지에 11월 28일 게재된 두 번째 기사의 주요 내용은 ‘선학원이 <법인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법)을 거부하고 탈종단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불교신문>은 기사에서 그 근거로 △선학원 임원진의 탈종 선언 △정관 조항(조계종 종지·종통 봉대, 조계종 승려로 임원 선출) 삭제 △조계종 승려가 창건한 사찰은 등록하지 않기로 한 2002년 합의문 불이행 등을 들었다.

<불교신문>은 기사에서 선학원이 조계종과의 갈등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썼지만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선학원과 조계종은 1996년, 1999년, 2002년 모두 세 차례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세 번 모두 합의를 깬 것은 조계종이다.

‘내부 규정’ 합의하고 ‘정관에 명문화’ 요구

1996년 8월 27일 선학원 이사장 정일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은 △조계종과 재단법인 선학원은 한 뿌리임을 확인한다 △선학원 임원진은 조계종에 제출한 제적원을 철회하고, 종단은 선학원에 대해 시행한 일련의 규제를 해제한다 △재단 내부 규정에 ‘재단 임원은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다 △종단과 재단 간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기구를 설치·운영한다 등 4개 항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문은 조계종이 ‘재단 임원을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당초 합의와 달리 정관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해 파기됐다.

중앙종회, “2차 합의 일방적 양보” 부결

두 번째 합의는 1999년 6월 22일 조계종 중앙종회 법인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영담 스님과 선학원 현안대책실무위원회 위원장 성문 스님 간에 이루어졌다. 합의문은 모두 8개항으로 △정관에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를 삽입한다. 조계종은 이 조항을 확대 해석할 수 없으며,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법인 고유의 일체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 △‘임원은 조계종 승려 중 덕망 높은 승려를 이사회에서 선출한다’로 정관을 개정한다 △조계종은 선학원에 대한 일체 권리 제한을 해제하고, 선학원은 분담금 등 의무를 이행한다 △합의문 발표 이후 조계종 승려가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하고자 할 경우 총무원과 협의한다 등이다.

이 두 번째 합의문 또한 조계종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그해 9월 15일 열린 ‘제142회 임시회’에서 “‘선학원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일체 권리 제한을 해제한다’는 내용은 종단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이며, 조계종 승려가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할 때 협의하도록 한 조항도 종헌에 저촉된다”며 합의안을 부결 시켰다.

조계종이 합의문을 부결하면서 내세운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이유와 달리 ‘일방적으로 양보’한 측은 선학원이다. 재단은 종지·종통 봉대와 조계종 승려 임원 선출 등 정관 변경과 신규 사찰 등록 문제까지 조계종에 양보했다.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조계종 중앙종회의 주장은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기 위한 어깃장 놓기에 불과하다.

‘사전 협의’ 조항 불구 법인법 제정 강행

2002년 3월 6일 선학원 이사장 정일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이 서명한 합의문을 깬 것도 조계종이다. 합의문은 6개 항으로 △선학원 정관에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를 삽입하고, ‘임원은 조계종 승려 중에서 선출한다’로 개정한다 △조계종은 법인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법인 고유 권한을 일체 침해하지 않도록 종법에 명시한다 △선학원은 조계종 승려가 창건(설립)한 신규 사찰을 등록 받지 않는다 △조계종은 교육·승적 및 수계에 대한 권리 제한을 해제하고, 선학원은 교육분담금을 납부한다 △합의사항을 담은 종법과 정관을 개정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협의한다 등이다.

당시 선학원은 합의문에 따라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조항을 정관에 삽입하고 임원을 조계종 승려로 선출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조계종 중앙종회가 2013년 3월 20일 열린 제193회 임시회에서 일방적으로 <법인법>을 제정함으로써 파기됐다. 당시 조계종은 합의 사항을 담은 종법을 개정할 때는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선학원의 반대 입장을 무시하고 <법인법> 제정을 강행했다. 종회 개회에 앞서 2월 21일 열린 ‘종헌 개정 및 종법 제·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총무이사 송운 스님이 “<법인법>이 제정되면 2002년 합의는 파기되는 것이냐?”고 묻자, 조계종 측에서 “파기되는 것이다”라고 답변한 사실도 조계종의 의도를 뒷받침한다.

때린 놈 책임은 묻지 않고 맞은 이만 탓

선학원이 정관을 2002년 합의 이전으로 되돌린 것은 조계종의 합의 파기 이후의 일이다. 재단은 종회 개회에 앞서 3월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종단이 선학원과 사전 합의 없이 <법인법>을 제정하는 때 △종단이 선학원 임원을 종단의 징계 절차에 회부할 때 △종단이 기타 방법으로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을 침해할 때, 이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2002년 종단과 관계 정상화를 합의 후 개정한 정관을 이전 내용으로 환원하기로 결의했다. 이어 <법인법>이 제정되자 4월 11일 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2002년 합의 이전으로 되돌렸다.

합의문을 상대가 파기하면 합의에 따라 시행되던 조치를 이전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합의를 먼저 파기한 것을 문제 삼지 않고, 선학원이 정관을 되돌린 것만 문제 삼는다면 느닷없이 따귀를 때린 놈은 탓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은 이를 탓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조계종의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실 왜곡과 비틀기일 뿐이다.

임원진 출종시키고 ‘탈종 선언했다’ 왜곡

<불교신문>은 또 기사에서 “종단이 2014년 법인법을 제정하자 선학원 임원진이 전원 탈종을 선언했다”고 적시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선학원 임원진은 탈종을 선언한 적이 없다. 선학원도 지금까지 종단을 떠나겠다거나 종단을 만들겠다고 시도한 적이 없다. 없던 말과 일을 만들어낸 조계종과 <불교신문>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불교신문>은 “법진 선학원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11명과 감사 2명 등 임원진 전원은 종단 등록을 거부하고 제적원을 제출, 조계종으로부터 분리되는 수순을 밟았다”고 했지만, 정작 재단 임원진을 종단에서 쫓아낸 것은 조계종이다. 탈종이 아니라 ‘출종(黜宗)’이 정확한 표현이다.

선학원 임원진은 제적원을 제출하면서 “종단이 그간의 합의정신을 깨뜨리고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선학원을 압박하고, 임원진에 대한 징계를 운운한다면 더 이상 조계종에 몸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재단 임원진이 제출한 제적원을 처리하지 않고, “도당을 형성해 종단의 법통을 문란하게 하고 탈종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이사장 법진 스님과 총무이사 송운 스님, 교무이사 정덕 스님, 이사 한북을 멸빈했다. 선학원에 대한 압박과 임원진에 대한 징계를 우려해 제적원을 낸 것을 탈종으로 확대 왜곡한 것이다. 멸빈이라는 극약처방을 해 종단에서 재단 임원진을 내쫓고도, 오히려 탈종한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조계종과 <불교신문>의 자가당착이자 사실왜곡이다.

말사 등록 거부하고도 분원 등록 시비

<불교신문>은 또 2002년 합의문 중 “조계종 승려가 창건한 사찰은 등록 받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은 선학원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설사암 등록을 허용하면서 때마다 허물어졌다”며, 2002년 합의 파기 원인이 선학원에 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2002년 합의 이후 <법인법> 제정으로 합의문이 파기될 때까지 선학원에 등록된 분원은 모두 12곳이다. 이중 6곳은 재가자가 등록한 분원이었고, 1곳은 포교원에서 분원으로 변경된 경우이다. 또 4곳은 창건주가 추가 증여한 곳이고, 나머지 한 곳은 조계종이 말사 등록을 거부한 곳이다. <불교신문> 표현처럼 “지속적으로 사설사암 등록을 허용”하고, “때마다 약속을 허문” 것이 아니다.

선학원은 2002년 합의 이후 정관을 변경하고 교육분담금을 납부하는 등 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했다.

(피)선거권 주겠다며 분원 명단 가져가 사찰 등록 시비

<불교신문>은 또 “선학원이 종단 등록을 거부함에 따라 소속 분원은 선거권 및 피선거권 등 종헌·종법에 명시된 종도로서의 기본 권리도 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선학원 소속 창건주, 분원장과 도제는 2002년 합의에도 불구하고 2013년 조계종이 합의를 파기할 때까지 종무직 진출과 각종 선거권, 피선거권 등 기본 권리 행사에 제한을 받아왔다. 대각회은 선학원과 같은 처지인데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행사했던 것과 대비된다. 2010년 선학원이 기본 권리를 제한하는 이유를 묻자 조계종은 “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준다”며 분원 명단을 받아갔다. 하지만 기본 권리 제한은 지속됐다. 오히려 조계종은 분원 명부를 토대로 앞서 언급한 분원 등록을 문제 삼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선학원, 설립이념 찬동 출재가가 출연한 재단법인

<불교신문>은 기사에서 “조계종은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며, 선학원이 마치 조계종에 예속된 법인인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 또한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익히 알려진 대로 선학원은 1921년 설립돼 일제의 간악한 식민지정책에 맞서 한국선불교의 전통을 지켜내며 민족불교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전통을 토대로 광복 이후 왜색불교 잔재 척결과 정화불사를 주도했고, 이를 통해 1962년 오늘날 조계종이 탄생했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불교신문>은 기사에서 “선학원 설립에 조계종 스님과 사찰이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는 조계종이 존재하지 않았다. 조계종 사찰과 스님이 설립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또 선학원 설립 당시는 일제의 사찰령에 따라 조선총독의 허가 없이 사찰 재산을 양도하거나 처분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조계종 주요 사찰이 출연해 선학원을 설립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억지이다.

선학원은 설립 이념에 찬동하는 출가자와 재가자가 정재를 출연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선학원은 재단 재산을 처분해 정화자금을 제공하는 등 정화운동을 이끌어 지금의 조계종이 출범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불교신문>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학원은 조계종의 자식이 아니라, 조계종의 모태인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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