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회 리모델링한 위산사 도량
미국 교회 리모델링한 위산사 도량
  • 현안 스님
  • 승인 2019.11.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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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미국서 출가한 한국인, 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5
장로교회를 리모델링한 위산사
장로교회를 리모델링한 위산사

 

최근 많은 한국 수행자들로 부터 관심을 받게 된 미국 캘리포니아 수행 공동체 위산사(潙山寺)를 소개합니다. 위산사는 중국 위앙종 9대 조사인 선화 상인을 만나 출가한 영화(永化) 선사를 중심으로 그의 지도를 받으며 수행하다 출가한 11여명의 스님들과 한국 조계종 스님 2분 그리고 재가불자들이 모인 공동체입니다. 수행자들의 인종과 문화 배경 등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농담처럼 “국적이 불분명한 불교”라고도 합니다.

필자는 2012년 부터 영화 스님의 유발 상좌로 있어, 이곳의 이런 모습들을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시면, 이런 미국 도량을 매우 재미있어 합니다. 위산사는 1920년 대에 설립된 교회 건물을 매입해 불교 사찰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교회처럼 보입니다. 2017년 초에 시작된 리모델링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건물 꼭대기에는 아직 십자가도 철거하지 못했습니다. 교회 건물 정면 유리창에는 예수님의 모습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간혹 교회인 줄 알고 들어온 기독교인들이 우리와 대화를 해보고 참선을 하고 가기도 합니다.

위산사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13명의 스님들이 새벽 4시부터 밤 늦게까지 분주히 움직입니다. 매일 새벽 4시에 여러 스님들과 일반 신도 몇 명은 신주의 왕으로 불리는 능엄신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 예불은 능엄주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신묘장구대다라니 (대비주), 그 외에도 준제신주, 약사진언, 왕생신주, 반야심경 등을 포함하고, 마지막으로 위타찬 (위타장군은 불법을 보호하는 호법신으로 한국에서 동진보살로 알려짐), 삼귀의 그리고 조사 스님들에게 절을 하고 마칩니다.

위산사 무료 참선 교실
위산사 무료 참선 교실

 

 위산사에서 살고 있는 스님들은 모두 영화 스님을 만나 수행을 하다가 출가를 한 분들입니다. 스님들의 인종, 종교, 교육 그리고 문화 배경도 아주 다양합니다. 영화 스님은 베트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오셔서, 수학전공을 하고 MBA를 받았습니다. 영화 스님의 첫 상좌로 출가한 현계 스님은 스위스 계열 백인인데, LA에서 태어나서 서양철학 석사학위가 있습니다. 현계 스님은 대학교 입학 때부터 불교에 흥미를 느껴 일본 젠 센터에서 공부를 하다가 영화 스님을 만나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대만에서 태어나 어릴 때 이민 온 현신 스님은 출가 전 엔지니어였습니다. 현인 스님은 베트남인으로 천주교 집안에서 성장했는데, 선화 상인의 법문집을 읽고 수행에 관심이 생겨서, 영화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불교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는데, 영화 스님을 만난 후 몇 달 만에 바로 출가를 했습니다. 최근 출가한 현회 스님은 중국 상하이 태생으로 수년 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왔습니다. 선칠 수행(중국 정통선 수행법, 한국의 안거와 유사)마다 위산사에 와서 몇 달간 수행을 하였습니다. 2019년 1월에 동계 선칠을 마치고,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위산사 승가 중 가장 막내인 필자의 경우, 2012년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과 불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사업보다 수행과 대중을 위한 참선 지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느끼고, 최근 위산사에서 출가식을 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임에도 중국식 승복을 입습니다. 위산사에서 상주하고 계신 한국 조계종 스님 두 분은 한국 승복과 가사를 입고, 그 외 모든 승가는 중국식 승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영화 스님은 베트남에서 태어나셨지만, 위산사는 베트남 불교 전통을 따르지 않습니다. 중국 위앙종 9대 조사였던 선화 상인을 만나서 출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위산사 승가의 가풍은 중국 정통 불교를 따릅니다. 예불, 승복, 가풍 모두 중국 선화 상인의 것을 따릅니다. 영화 스님은 예전에 저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최고를 배우면 우리가 이를 완전히 통달하고, 더 잘 할 때까지 바꿀 필요가 없다. 내가 본 것 중 선화 상인의 법이 최고였다. 그래서 우리는 선화 상인의 전통 그대로 예불을 한다.”

 지난 몇 년간 노산사와 위산사에 오셔서 함께 수행한 한국의 스님들과 수행자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불교가 강력하고 풍부한 역사를 가진 것은 바로 이런 수행자 분들이 오픈 마인드로 선지식을 찾아서, 제일 좋은 것은 받아드릴 수 있는 자세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인들은 한국 불교에 대한 자긍심이 있으면서도, 좋은 수행처와 선지식이 있다면, 어려움과 불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갑니다. 스님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수행을 위해서라면 태국, 미얀마, 베트남, 대만, 유럽 등으로 찾아 갑니다. 이들은 그렇게 위산사까지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위산사는 대승 전통을 따라 오신채 없는 사찰식 채식을 하고, 승가는 모두 오후 불식을 합니다. 점심 공양은 상황에 따라 몇 스님들과 봉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함께 준비합니다. 그러므로 날에 따라 중국음식, 베트남음식, 한국음식, 서양음식, 중남미음식 등 다양한 메뉴를 먹어볼 수 있습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공양 담당 스님은 법당에 있는 여러 법단에 공양물과 향을 올리고 진언을 외웁니다. 그리고 오전 11시가 되면 영화 스님을 포함한 승가의 대부분의 스님들이 모두 공양간 식탁으로 모입니다. 스님들과 자유롭게 오는 재가불자들은 다 함께 임재의와 오관을 독송하고 식사합니다. 다른 도량에서 “묵언”으로 공양을 하는 것과 달리 위산사의 점심 공양 시간은 많은 대화가 오고 갑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9시는 무료 참선 교실이 있습니다. 참선 교실 학생들의 문화적 배경이 가장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토요일 참여 학생들 중에는 미국인, 중국인, 베트남인, 한국인, 인도인, 멕시코인, 중동인, 아프리카인, 혼혈 등 많은 인종들이 있고, 그들 중에는 불교인 뿐 아니라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도교 등의 여러 종교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옵니다. 요즘은 학생의 숫자가 급증해서, 아직 간판도 없고, 건물 꼭대기에 십자가만 있는 위산사는 앉을 자리가 부족할 지경입니다. 최근 현인 스님이 시작한 어린이 참선 교실 프로그램이 있어, 많은 아이들도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였던 위산사에 남아있는 스테인드글라스
교회였던 위산사에 남아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위산사는 아직 불상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는데, 드디어 내년 2020년 천수천안 관음상을 모시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불상 제작은 한국인 장인, 차기정 선생님이 하고 있습니다. 위산사의 법당 내부는 불상 뿐 아니라 수미단, 운각, 법좌 등을 철저히 한국식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차기정 선생님은 2016년 첫 도량인 노산사의 천불상을 설치한 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스님들과 수행자들은 법당에 모셔진 한국 부처님들 덕분에 미국 도량이 낯설지 않다고 했습니다.

 영화 스님은 3년 전 우리 제자들에게 “아메리칸 챤” 즉 “미국의 선”을 수행한다고 말하라 하였습니다. 그 당시 노산사의 수행 공동체는 훨씬 더 작았고, 수행자와 신도들의 대부분이 동양인이었습니다. 필자는 이미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미국 절이라고 말해줬습니다. 하지만 노산사 시절 찾아온 사람들은 “그 베트남절? 그 중국절?”이라 불렀습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 미국의 대승불교를 개척하는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국가이고, 어느 나라에서 왔든, 어떤 종교와 문화 배경을 가졌든지 상관 없이 우리는 모두 미국 사람입니다. 위산사가 그렇습니다. 베트남인이 많이 있을 때에는 베트남 절이 되어 쌀국수를 먹고, 중국인이 많을 때는 중국어 대화가 오고 가고, 한국인이 많을 때는 김장을 하고, 부침개를 부쳐 먹는 그런 절이 되었습니다.

위산사는 중국 정통선 법맥인 위앙종의 법을 이어받아 수행하고 있지만, 다양한 인종, 종교, 나이의 배경을 가진 모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수행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7년 전 노산사에서 처음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시작했을 때, 다른 한국인들이 여기 모일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수행을 통한 안락하고 훌륭한 경험을 고향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여기 미국 수행 공동체에 많은 한국인들이 모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위산사를 찾은 한국 불자들
위산사를 찾은 한국 불자들

 


챤 메디테이션이 무엇인가?

챤 메디테이션 (Chan Meditation)의 “챤”은 선禪의 중국식 발음입니다. 그래서 미국 위산사에서는 선화 상인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기 때문에 참선을 “챤 메디테이션”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보통 불교 명상법을 대게 참선이라고 하는데, 이는 화두가 한국에서 가장 인정받고 두루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참선이란 단어는 본래 화두참구할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챤 메디테이션은 넓은 의미로는 좌선 뿐 아니라 염불, 만트라, 불경 독경, 절 수행 등 포함한 대승불교에서 유래한 다양한 수행법을 뜻합니다.

부처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우리가 고통의 바다 (고해)에 있음을 알고, 84,000가지의 법문 (Dharma Doors) 중 우리와 인연이 있는 방법을 수행하여, 선정의 힘을 키움으로써 안락을 경험하고,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는 그냥 머리로 하는 철학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의 불교에 대한 믿음을 키우려고 지어낸 이야기도 아닙니다. 즐거움이나 행복을 쫓는 대신 수행을 통해 고통의 원인을 참구하고 줄여나가는 것이 참된 불교인의 길입니다.

현안賢安 스님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접하고, 유발 상좌로 참선 수행을 해왔다. 출가 전부터 영화 스님의 지도 하에 미국, 캐나다, 유럽, 중남미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참선 워크샵을 해왔고, 영화 스님의 법문과 책을 통,번역하는 일을 하였다. 현재 위산사에서 수행 정진하며, 수행과 대승불교에 관련된 글을 여러 나라 불교 관련 신문사와 잡지사에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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