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계 사회 참여, 4·3 당시 피해로 이어져”
“제주불교계 사회 참여, 4·3 당시 피해로 이어져”
  • 이창윤 기자
  • 승인 2019.07.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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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금순 교수 논문서 조명…“스님·사찰 업적 기려야”
▲ 제주4·3사건 당시 전소된 제주 관음사. 이곳에서 무장대와 토벌대 간 전투가 벌어졌다.

제주4·3사건은 주민 3만여 명이 희생된,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당시 불교계가 입은 피해는 제주4·3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종교로서 기능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

한금순 제주대 외래교수가 최근 발간된 《대각사상》 제31집에 발표한 <제주4·3항쟁과 제주불교의 사회참여 활동>은 해방기 제주불교계의 동향과 제주4·3사건 당시 입은 피해 상황을 살필 수 있는 논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해방기 제주불교계는 친일 청산과 새 나라 건설이라는 당대 한국사회의 흐름과 현안에 적극 동참했다.

제주불교계는 친일불교를 청산하기 위해 1945년 조선불교혁신제주도승려대회(이하 승려대회)를 개최하고, 제주불교교무원(이하 교무원)을 출범시켰다. 승려대회를 준비하고 교무원을 운영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스님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제주불교의 사회 참여 활동은 제주4·3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승려대회 준비위원장이었던 이일선 스님은 제주도민주주의민족전선 의장단 3인 중 한 사람이다. 제주4·3사건 발발 원인이 된 3·1투쟁기념행사제주도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고 신탁통치 운동 때 대중연설을 하는 등 사회 활동에 적극 나섰다.

승려대회 부의장이었던 원문상 스님은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2·7사건에 참여했으며, 이세진 스님은 제주4·3사건 발발 이후 입산해 무장대 수뇌부 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제주사회 현안에 참여했다.

제주불교는 제주4·3사건을 겪으면서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다. 스님 16명이 토벌대에 피살되거나 행방불명되었고, 사찰 36개소가 전소되거나 파괴, 매각됐다.

인명 피해는 1948년 10월 말부터 1949년 3월까지 진행된 초토화작전 시기 군과 경찰, 서북청년단으로 구성된 토벌대에 피살되거나 한국전쟁 당시 2·7사건 관련자, 3·1사건 관련자, 보도연맹 관련자 등의 이유로 예비검속돼 즉결처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일선 스님은 3·1사건 관련자로 예비검속돼 산지바다(제주항 앞바다)에 수장됐고, 승려대회 교무위원이자 제주도불교청년단 선전부원이었던 고정선 스님은 경찰 고문 뒤 총살당했다. 이일선 스님의 상좌였던 강기규 스님은 단산사 경내에서 토벌대에 총살됐고, 무장대에 합류했던 이세진 스님은 1949년 관음사에서 잡혀 수장됐다. 승려대회 부의장이었던 원문상 스님은 서북청년단의 누명을 쓰고 1950년 예비검속돼 섯알오름에서 처형됐다.

사찰은 1개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토벌대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피해는 1948년 11월에서 1949년 2월에 집중됐다.

무장대와 토벌대 간 전투가 벌어진 관음사는 사찰 건물이 모두 불탔고, 경내에는 군 숙영지와 초소가 들어섰다. 제주4·3사건이 종료된 이후에도 경찰유격대 사격경기장으로 활용됐다.

법화사는 전소된 후 다시 법당과 요사를 마련했으나 1952년 2월부터 1953년 9월까지 육군훈련소 제3숙영지로 이용되면서 사찰로서 기능을 잃었다. 고관사는 1948년 11월 조천면사무소가 불타자 강제 매각돼 면사무소로 사용됐다.

제주불교는 다른 종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독 피해가 심했다. 한 교수는 그 이유를 무고한 주민을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지른 서북청년단의 기독교적 성향에서 찾았으나 구체적 연구는 과제로 남겼다.

한 교수는 “제주4·3항쟁 시기 제주불교의 수난은 제주사회상에 적극 참여한 결과”라며, “제주불교계의 제주4·3사건 참여 활동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매우 부족하다”. 제주불교계가 제주4·3항쟁에 적극 참여했던 승려와 사찰의 업적을 기리는 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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