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가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받아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 체험관을 지으면서 예산 지원 목적에 맞지 않는 엉뚱한 건물로 사용해 물의를 빚는 가운데 종단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우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사는 MBC 뉴스데스크와 교계 기자들에게 템플스테이 용도와 무관하지 않게 사용하고 있고, 사용 승인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가 조계사가 용도에 맞지 않게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이를 지적했던 것이 확인됐다.
조계사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3억 원을 지원 받아 조계사가 템플스테이 체험홍보관을 건립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 체험관에 체험시설은 없고, 1층엔 쌀과 양초 등 공양물품을 팔고, 2층은 사무실, 3층은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이를 보도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 3월 26일 조계종 중앙종회는 조계사 종무감사 지적사항으로 템플스테이 체험관이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214회 임시회 배부자료집에는 종회가 조계사에 템플스테이 체험관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라고 지적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앙종회 총무·재정분과위원회는 “템플스테이 신축 건물은 용도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조계종 최고의결기구가 직영사찰을 감사하면서 템플스테이 건물을 엉뚱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우려했다.
이에 조계사는 “템플스테이 용도에 맞게 사용하도록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하 1층을 각종 종교행사 예행준비실 및 행사물품 보관, 1층은 부처님전 공양물 홍보전 시설, 2층은 신도 신행상담과 종무실, 3층은 신도신행상담과 다도실”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조계사의 계획은 용도에 맞게 사용하겠다면서도 템플스테이 전용건물을 사실상 조계사 종교시설로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조계사가 애초부터 템플스테이 전용건물을 종교시설로 사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더욱 부추기고 있다.
조계사는 그동안 템플스테이 전용건물을 유관기관과 협의해 건물 용도변경을 마쳤고, 사용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국고를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떤 협의도 없었다는 입장을 MBC를 통해 밝히면서 조계사가 어느 기관과 나랏돈으로 지은 건물의 용도를 종교시설로 어떻게 용도변경했다는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건물 사용 승인은 종로구청이 건물의 용도에 대한 사용승인을 한 것이 아니라 신축된 건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국가예산이 집행돼 신축된 건물이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와는 다른 문제여서 이에 대한 조계사의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MBC 뉴스데스크 2일 보도에 따르면 “조계사는 건물 용도 변경에 대해 유관기관과 협의도 마쳤다고 주장했는데 돈을 내준 문체부는 금시초문이라고 반박”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MBC에 “이번 건은 용도 변경을 저희하고 협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제가 협의한 것은 없을 텐데요."라고 답했다.
조계사는 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서 ‘불교폄훼 MBC 규탄법회’를 열어 빗자루를 들고 “MBC를 쓸어버리자”, “쓰레기 저질” 등 격한 말을 쏟아내며 항의했다. 하지만 나랏돈으로 지은 템플스테이 전용건물을 왜 종교시설로 전용해 사용하고 있는지에 명쾌한 해명은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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