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언론활동에 국가권력 부당함 있었다”
“정당한 언론활동에 국가권력 부당함 있었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10.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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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4일 동아투위 ‘정당성 인정’ 축하 메시지 전달
‘자유언론실천선언’ 원본 족자 공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
▲ 이날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축사가 담긴 서한을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4년 전 강제 해직 사태를 겪었던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에 “정당한 언론활동에 국가권력의 부당함이 있었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4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긴 세월 동안 고통을 감내해온 해직 언론인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동아투위가 43년간 요구했던 사과를 전하고 통아투위 활동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공론의 공간이 회복되면서 이뤄진 것이며, 언론인들의 실천과 함께 성취한 것”이라며 “오늘, 국민을 대표해 긴 세월동안 고통을 감내해온 해직 언론인과 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작고한 분들과 가족들의 아픔에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4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백기완 선생과 함세웅 신부 등이 활짝 웃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유신독재에 대한 용기 있는 도전이었고, 그 용기가 국민들의 민주열망에 불을 지폈다”며, “정당한 언론활동을 탄압한 국가권력의 부당함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자 촛불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유언론을 지키려는 모든 실천을 지지하고, 자유언론을 위한 활동이 우리 모두의 역사와 자랑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축사를 대독한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축사가 담긴 서한을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동아투위가 수십 년 동안 기다리던 국가의 응답을 공식적으로 보내주신 문재인 대통령에게 깊은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 문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는 윤영찬 수석.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44년 전 자유언론 실천을 다짐했던 ‘자유언론실천선언(自由言論踐宣言)’ 원본 족자가 공개됐다. 또 자유언론실천선언 족자 사본이 기념식장에 걸렸다.

자유언론실천선언 족자는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사 소속 기자 18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자유언론실천선언대회’에 걸렸던 것이다. 당시 기자들은 이날 ‘우리는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민주사회 존립의 기본 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족자’는 이듬해 1975년 3월 17일 기자들이 회사에서 강제로 쫓겨날 때까지 동아일보 편집국에 걸려 있었다.

▲ 44년만에 빛을 본 10.24자유언론실천선언 원본 족자.

‘자유언론실천선언 족자’는 그동안 공권력의 계속되는 사찰과 압수 등을 피하는 과정에서 분실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고(故) 강정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이 압수를 피해 집 깊숙이 보관했던 것을 최근 유품을 정리하던 유족에게 발견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동아투위는 다시 찾은 ‘자유언론실천선언 족자’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해 한국 민주주의와 언론사(史)에 중요한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4주년 기념식 대통령 축사 전문.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열어왔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새겨진 특별한 자취입니다. 오늘 언론이 여러분과 함께 그 정신을 되새기게 되어 참으로 뜻깊습니다.

1974년은 엄혹했습니다.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국민들의 저항과 희생은 계속되었지만 국민들의 눈과 귀는 가려졌습니다. 언론보도가 철저히 차단되어 언론은 자기의 사명을 다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어둠에 빛을 밝힌 것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이었습니다. 그해 10월 24일, 동아일보에서 시작된 자유언론실천선언은 바로 그날 저녁부터 각 언론사로 이어졌습니다.

언론인들은 ‘어떤 자유도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유언론도 마찬가지’임을 선언하고, 실천했습니다. 철옹성 같던 유신독재에 대한 용기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그 용기와 결단이 국민들의 민주열망에 불을 지폈습니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백지광고와 격려광고가 이어졌습니다. 언론자유운동과 함께 국민은 민주주의의 숨결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공론의 공간이 회복되면서 이뤄진 것입니다. 언론인들의 실천과 함께 성취한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정신으로 분투해온 모든 언론인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것은 해직 언론인들의 삶입니다. 해직언론인들은 펜과 마이크는 빼앗겼지만 언론인의 정신을 잃지 않고 끈질기게 불의에 맞섰습니다. 그 분들이 있었기에 한국 언론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해직 언론인의 삶은 고단했습니다. 일상은 무너졌고, 자유언론을 실천하기 위한 희생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젊은 청년이 백발이 되도록 국가와 사회가 이분들에게 빚을 갚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늘, 국민을 대표해 긴 세월동안 고통을 감내해온 해직 언론인과 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작고한 분들과 가족들의 아픔에 고개를 숙입니다. 아울러, 정당한 언론활동을 탄압한 국가권력의 부당함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촛불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유언론을 지키려는 모든 실천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자유언론을 위한 활동이 우리 역사, 우리 모두의 자랑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정신은 권력이 부패할 때다마,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마다, 국민의 삶이 억압받을 때마다, 서슬 퍼렇게 되살아난 것입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언론인들의 삶에 경의를 보내며, 오늘 44주년 기념식이 언론인의 사명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0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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