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국 스님(1948~)은 2016년 동화사에서 열린 '간화선 대법회'에 조계종정 진제 스님과 더불어 연사로 나설 정도로 대표적인 한국 선사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소식을 알게 되었다. 혜국 스님이 서울대를 다녔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으로 그리 증언했다. 그것도, 천하의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법대를 다녔다고 한다. 지난 2012년 9월 11일 <중앙일보> 종합29면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 일부이다.
-무엇보다 연비 사연이 궁금하다.
“20대 초반, 참선이 안 돼 성철 큰스님을 찾았다가 크게 혼났다. 보고 듣는 눈과 귀는 몸뚱이일 뿐 이를 부리는 ‘참나’를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하루 5000배씩 하라고 하더라. 40일 가량 했다. 무릎 피부가 벗겨질 정도였다. 정말 새로 태어나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인간적인 나약함을 이겨내려고 연비를 했다. 이왕 연비한 거, 태백산에 들어가 고행까지 했다.”
사실 스님이 성철 스님을 찾은 이유는 또 있었다. 스님은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어렵게 공부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가 글쓰기 동아리에서 한 여학생을 짝사랑하게 됐다. 그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성철 스님을 찾아갔더니 다짜고짜 “니 가시나 생겼제?”라고 했단다.
지금 혜국 스님 연세가 60대 후반이므로 서울대를 다녔다면 1960년대 입학했을 것이다. 당시는 대학 진학률이 30%도 안 되던 시절이다. 그런데 13살에 출가한 스님이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개그맨 김제동은 자신의 군생활을 소재로 육군 장군을 희화한 후 문제가 되자 “웃자고 한 소리”라고 했다. 스님의 서울대 재학 이야기도 웃자고 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어리석은 중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일부러 재미나게 꾸며낸 이야기일까?
혜국 스님이 서울대를 다녔다는 이야기는 당시 (서울대) 글쓰기 동아리에서 만나 짝사랑했다는 여학생 이야기로 이어진다. 서울대 재학은 짝사랑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까? 만약 서울대 재학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여인을 동아리에서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데, 도대체 어떻게 만났을까? 어떤 여인일까? 혹시 이 이야기조차 꾸며낸 일화일까?
뿐만 아니다. 혜국 스님은 <중앙일보> 인터뷰 3년 전인, 지난 2009년 법륜의 정토회에 올려진 <월간 법공양> 게재 설법에서도 혜국 스님은 자신이 서울대를 다녔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음은 정토회 홈페이지에 2009년 5월부터 게재 중인 혜국 스님의 법문 가운데 일부이다.
“나의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13세에 일타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한 나는 절에서 학교를 다녔고, 서울대학교 법대를 들어갔습니다. 그 곳에서 글 쓰는 동아리에 갔다가 한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나는 첫눈에 반하였고, 그 아가씨를 보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당시 서울 정법사에 있으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저녁에 돌아와 예불을 올리며 '지심귀명례'를 하여도 한 눈에는 아가씨가 싱숭생숭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손목도 잡아본 것이 아니요. 데이트를 해 본 것도 아닌데, 계속 아가씨의 모습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능인선원을 세운 지광 스님이 서울대 공대를 다녔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30년 만에 발각이 난 게 그 즈음인 2007년이다. 혜국 스님의 서울대 재학 거짓말은 우연의 일치일까?
지광 스님이 “서울대를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능인선원이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서울대 재학 거짓말'은 일종의 이미지 조작이다. '특정 대학이나 특정 직종의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보다 더 뛰어나고 더 잘 알 것'이라는 대중의 환망공상에 호소하고 아부하는 것이다.
혜국 스님의 서울대 재학 주장은 교계 기자, 신도, 심지어 혜국 스님 주석처인 석종사 관계자도 금시초문이라 하므로 필시 거짓말일 것이다. 스님은 참회하시기 바란다.
선승이 아닌 지광 스님도 한 참회를 일체에 걸림 없는 선승이 못할까. 스님이 부처님의 무아론을 '참나 유아론'으로 바꿔 친 것은 출세간적인 잘못이지만, 학력을 조작한 것은 세간적인 잘못이다. 세간적인 잘못은 세간적으로 참회하시기 바란다.
필자가 아는 스님 한 분도 자신이 서울대를 나왔다고 사기를 치고 다녔다. 필자가 크게 꾸짖자 “당신은 잘못하는 일이 없냐”고 필자에게 대꾸했다. 이 때처럼 말문이 막힌 적도 없다.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주먹이 날아오는, 필리핀 변칙복서에게 이마를 된통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만약 스님의 ‘참나’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이보다 더한 변칙은 없을 것이다. 스님은 깨달음을 얻었다 하므로, 그것도 정토회 설법 전과 <중앙일보> 인터뷰 전에 깨달음을 얻었다 하므로, 분명 그러할 것이다.
학력위조나 하는 ‘참나’는 찾을 필요가 없다. (혜국 스님의 표현에 의하면) ‘우주에 충만한 나’이고 ‘우주의 기를 받아 움직이는 나’인 ‘참나’가 학력위조를 한다면, 혜국 스님 말처럼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내려면 “평생 공부해야 한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기자가 서울대 진학 이유를 혜국 스님에게 물었지만, 스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답을 해야 한다. 왜 서울대에 다녔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만약 중앙일보 기자가 허위보도를 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지금까지 하지 않은, 정정보도를 요청 해야 한다.
이상의 비판은 혜국 스님의 '참나'에 대한 비판이지, 혜국 스님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은 항상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한 참나가 실수를 한다면 그 참나는 사기꾼이다. 그런 ‘참나’는 혹독히 비판을 받아야 하며 그 정체가 밝혀져야 한다.
<불교닷컴>은 한국불교 선지식으로 추앙 받는 혜국 스님의 학력위조 의혹에 지난 2017년 10월 질의서를 보내는 등 사실확인 내지 스님의 입장을 들으려고 했지만, 스님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5월 24일 석종사에 재확인했지만 석종사 관계자로부터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스님 입장을 전달 받았습니다. 이후 이 글을 게재한 28일 오전까지도 혜국 스님은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학력문제에 대한 혜국 스님의 반론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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