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판매 부진의 빈자리와 대중의 요구”
“차 판매 부진의 빈자리와 대중의 요구”
  • 한유미/한국차심평원장
  • 승인 2017.12.1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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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생 한유미의 차와 놀자] (14)왜 하필 황차였을까

음료를 크게 나누면 물과 차로 구분할 수 있다. 첨가물이 없는 순수한 음용수는 ‘물’이라고 하고 물에 첨가물이 들어간 음료를 ‘차(茶)’라고 한다. 차는 또 두 종류로 나뉜다. 차나무에서 딴 찻잎을 가공하여 물에 우려마시는 순수한 ‘진짜 차(眞茶)’와 물에 어떤 첨가물을 넣어 끓이거나 우려 마시는 ‘대용차’가 있다. 어떤 첨가물이 차를 대신한다는 뜻에서 대용차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순수한 차나 대용차 모두를 다 차라고들 한다.

예를 들면, 인삼 끓인 물은 인삼수(人蔘水: 인삼을 끓인 물)이거나 인삼즙 또는 인삼탕이라고 해야 하지만 차(茶) 자를 맘대로 붙여 인삼차라고 한다. 인삼수에는 진짜 찻잎이 들어있지 않으므로 차가 아닌 대용차이다. 요즘은 대용차의 전성시대다. 매스컴의 영향인지 순수 차보다는 대용차들의 인기가 더 높다. 국화수, 오미자탕, 도라지 우린 물들, 다 대용차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일 것이다.

옛날에 다방에서 커피를 팔았던 탓인지 커피도 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 커피는 그냥 ‘커피’이지 차라고 하지 않는다. 그럼 홍차는? 홍차(Black Tea)는 찻잎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진짜 차다.

꽃의 향기를 배어들게 하는 재가공 차도 있다. 대표적으로 ‘쟈스민차’가 있다. 향기를 배어들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꽃과 차를 혼합하기도 하는데 역시 차이다. 쟈스민차라고 하던지 ‘혼합차’라고 하면 된다. 일단 무엇에라도 차가 들어있으면 그 영예로운 茶 자를 붙여준다.

차는 지구촌 음료다. 더구나 세계 차 시장은 홍차 시장이 70%를 웃돈다. 홍차 시장의 활력은 유럽인들의 기여가 크다. 그들은 우리처럼 대용차를 차(Tea)라고 할까?. 지역적인 제한성을 넘어 차 본유의 보편적 개념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 대용차를 티(Tea)라고 부르는 관행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순수한 차, 황차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적 구분으로 차는 가공방법에 따라 6대 차의 종류가 있다. 녹차, 청차(대표적으로 오룡차, 철관음 등), 백차, 황차, 홍차, 흑차(대표적으로 보이차)다. 공식적으로 6대 차류라고 한다. 6대 차류의 차가 있다고 하니 사람들은 6대 차류의 차나무가 제각각 따로 있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녹차나무가 따로 있고 홍차나무, 보이차나무가 따로 있는 줄 알지만 절대 아니다!.

한 종류의 차나무에서 찻잎을 따서 6가지 차 종류의 차를 만든다. 통배추(한 종류의 차나무로 생각하자)로 배추김치, 배추백김치, 배추물김치를 만드는 것처럼 차도 만드는 방법(발효 정도나 방법)에 따라 녹차와 홍차, 보이차가 된다. 그 만드는 과정을 가공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단순하게 녹차만 생산했으나 중국이 개방되고 다양한 차들이 물밀 듯 들어오면서 녹차 판매 부진의 빈자리와 대중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해 발효차가 조금씩 생산되고 있다. 근래에는 홍차의 유행으로 스리랑카 등을 견학하고 온 사람들로 인해 홍차 구색도 갖추어가는 중이다.

녹차의 품질 압박에서 벗어나기 좋으면서 판매에 도움도 되는 것이 한국 발효차이다. 이제 이 두루뭉술한 표현은 분명한 ‘가공 방식에 따른 분류’에 의한 가공을 나타내는 분명한 차의 종류를 내세운 상표로 바뀌어야 한다. 상표가 무조건 발효차로 두루뭉술하면 재고 활용도에 대해서도 의심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발효차의 맛을 논하려면 우선 가공 방식의 분류가 분명 해야 되고 공급의 양과 시장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발효차 시장이 확대되는 일에는 찬성이지만 우리의 주 무기인 녹차의 품질 안정성에 대한 균형이 마음에 걸린다. 김치의 기본인 배추김치 잘 담그는 사람에게는 다른 김치도 마음 놓고 맡기지만, 배추김치는 잘 못 담지만 깍두기는 잘 담근다는 사람이 하는 말의 아슬아슬한 미심쩍음이랄까?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엔 아직은 좀 어정쩡하다는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황차는 중국의 군산은침이다. 다른 차의 종류에 비해 황차는 시장성(좋아하고 사랑하여 많이 구입해줄 가능성)이 떨어지는 차이다. 중국은 차 산업과 차 문화가 국가 주도로 이루어지는 나라이므로 차가 생산되는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유명한 차들이 있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것이 시장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중국인 기술자를 초청하여 황차 가공 시범을 본 우리나라 생산자들이 하나 둘 황차를 만들었다. 6대 차류 중에 우리나라 생산 현장에서 변화에 닻을 가장 먼저 내리는 차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황차였다. 그러나 이론적인 개념을 잘 살펴서 생산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몇 안 되는 그때의 황차를 심평(관능검사)하면 딱 떨어지는 맛과 향기를 표현하기가 모호하여 일단 ‘분위기만 황차’라고 보류해 두었다. 발효차는 무조건 성숙 잎을 사용한다는 선입관이 있어 등급 좋은 찻잎을 원료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요즘에는 인식이 많이 좋아져 등급들을 신경 쓰고 있다. 발효차 시장이 커졌다는 신호이긴 하지만 한국 황차의 시장성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다.

황차의 가공 과정은 살청→유념→퇴적(황차의 특징이 생성되는 과정)→건조의 과정이다. 녹차 생산과 동일하지만 퇴적이란 과정이 추가되어 녹차와 다른 황차의 특징을 나타낸다. 퇴적은 퇴비를 모아두듯 유념된 찻잎을 일정한 두께로 쌓아 짧은 발효를 시키는 과정쯤이라고 생각해두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나라 발효차는 왜 하필 황차로 시작되었을까?

황차는 우리 환경에서 다양성의 대열에 합류하는 최선책으로 선택되기 좋은 차였다. 말하자면, 녹차 생산 설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부담이 없고 가공 역시 녹차와 별 차이가 없어 익숙한데다가, 녹차 품질의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다양성에 부합한다는 명분을 주는 구실이 되어준다. 뭐 인연 닿는 중국 생산자가 우연한 동기일 수도 있고 이런저런 자잘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녹차 판매 저조의 돌파구로 선택한 가공의 편이성’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하면, 별 도구·기술 필요 없이 우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차라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홍차도 마찬가지다. 홍차의 발생지는 중국이지만 서양의 홍차 시장이 세계음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 외부의 영향이 아니었다면 아직 우리는 홍차 생산도 잠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존의 자극과 불안이 없으면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삶인 모양이다.

우리나라 찻잎은 소엽종이다. 외형상 대엽종으로 홍차를 만들면 밤색(중국 전홍홍차가 대표적)이지만 소엽종으로 홍차를 만들면 까맣다(흑색). 그나마 이제야 홍차 생산이 서서히 시작될 수 있는 것 역시 녹차 생산과 큰 차이가 없다. 녹차가공에서 살청(찻잎 숨죽이는 과정이라고 해두면 일반 대중들의 이해가 빠를 것)만 생략하면 다른 것은 똑 같으니 말이다. 물론 살청 전 널어두는 과정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전적으로 갖춰야 할 만큼 물량이 많지 않으니 거창하게 거론할 필요까지야 없는 듯하다.

차의 가공에서 통속적 표현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쯤에 해당되는 것이 백차이다. 생산 설비래야 기껏 건조기만 있으면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것이 없어도 생산이 되는 차이다. 널어두었다(화학변화 유도) 건조시키면 된다. 황차 생산을 하나 둘 시작할 무렵 왜 더 쉬운 백차가공이 먼저 시작되지 않았을까?. 당시에는 중국 복건성에서 많이 생산되는, 품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백차를 생산자나 소비자나 미처 차의 범위를 제대로 알지 못해 생산현장까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럼 지금은? 맛의 우열에서 다른 차들은 가공기술이 환경이나 재배 등의 조건들보다 영향이 큰데 반해, 백차는 육종(품종)의 영향이 크다.

기후환경과 품종 문제 못지않게 청차(오룡차 철관음 등) 계통의 발효차들은 기계 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상품 생산이 어렵다. 또 가공이 까다로워 기술지식에 대한 원리를 터득하지 않고는 생산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특히 오룡차 같은 경우에는 시설도 문제지만 노동력(대만 고산차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단체 숙식하며 고된 노동으로 생산하고 있음)을 엄청나게 필요로 한다. 오룡차 계통은 대만 가공기술이 최고이다. 중국도 대만 자본과 기술영향으로 품질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결코 실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묻지 마 가공에 해당되는 우리나라의 애매한 발효차들은, 황차의 탄생시기에 맞춰, 생산자들이 대만 견학들을 많이 가서 오룡차 만드는 방법들을 보고 와 형편에 맞게 여러 방법들을 취합하며 생산되었다(전통적으로 민간요법으로 쓰인 나물거리 취급하던 차를 논하는 것이 아님을 유의). 그래서 애매해졌다. 그 애매함을 독창성으로 오판하여 한국식이라 하는 데는 떳떳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처음에는 설비시설을 갖출 수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것인데,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그런저런 경험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워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선 내지는 수정 또는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한번 설정된 이렇게도 저렇게도 되는대로 방법을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될 때까지 밀고 나가다 마는 습관들이다(가뭄에 콩 나듯이 탁월한 한두 명을 말하는 것이 아님).

녹차 이외의 발효차 중에서 황차가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졌기 때문에 모호한 발효차들을 황차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황차도 황차라고 했다. 고유한 특징을 가져야 할 차의 가공방법들이 일괄적으로 애매함으로 일반화되고, 그 애매한 일반화가 양적으로 팽창하여 품질을 논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가공의 정체성 없음으로 인해 품질 기준의 문제가 뒤따르게 됨을 지난 회에 논하였다. 이 모든 혼란들이 이상적인 차 산업으로 가는 길에 쉽게 치울 수 있는 가벼운 작은 돌멩이였으면 좋겠다.

차선생 한유미(韓有美)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차심평(Tea Tasting)을 배웠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 차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주해서 《육우다경》과 《동다송·다신전》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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