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폴리페놀 한 잔 할까요”
“우리 폴리페놀 한 잔 할까요”
  • 한유미/한국차심평원장
  • 승인 2017.12.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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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생 한유미의 차와 놀자] (13)국민녹차가 명품은 아니다

Q: 세작을 국민녹차로서 높이 평가하시는데 일본, 중국의 국민녹차, 예를 들면 서호용정과 비교했을 때도 꿇리지 않을까요?

A: 두 개의 질문으로 나누었다.

첫째, 아무나 만든 일반 세작을 국민녹차라고 하지 않았다. 여러 조건을 갖춘 국민녹차는 ‘오설록 세작’이다. 오설록 세작을 심평(관능검사)하여 소비자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가, 오설록 세작의 청향이 학습의 좋은 재료가 된다는 것, 생산자에게는 최소한의 어떤 기술적·영업적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는가를 충분히 설명했었다. 내용 없이 묻어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서, 회사홍보 한다는 오해가 있을 줄 알면서도 구구절절 강조했는데, 그냥 아무나 모든 세작 국민녹차라고 하면 무임승차 하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회사홍보 목적은 아닌가? 신문사 측과 가까운 지인들조차도 혹시 어떤 이익이 있는가를 재차 묻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느 정도 홍보가 따라붙는 일은 어느 다원·회사라도 필연적이다. 회사 없는 상품이 없지 않은가. 다만 오설록이라는 회사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건 아닌가 오해를 받은 것은 ‘회사이름이 곧 상품명(일반 세작과의 차별화를 두어야 하는 문제가 있어 부득이 회사이름을 상품명으로 표시하여 국민녹차는 ‘오설록 세작’이 된 것임)’이어서였을 것이다.

어쨌든 앞뒤불문 ‘오직 소비자만 생각’하는 정신으로 임한 일이다. 품질 공개검증을 누군가 하지 않으면, 차 한 봉지 사 마시는 일에 소비자가 어떻게 복잡한 정보들을 취합하여 좋은 선택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되는대로 구입하기엔 값이 만만치 않다. 소비자 선택의 골치 아픔을 덜어주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섭섭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있다면, 자신들이 다른 상품의 일반 소비자일 때 필요한 정보를 얻고 얼마나 요긴했던가를 입장 바꿔 생각해주면 좋겠다.

차 탄생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을 위한 일(차)’이다. 사람들의 삶에 안정적으로 젖어들기 위해 먼저 ‘일을 위한 일(상품을 위한 일)’을 행하는 과정에서 몰인정한 면이 불거지기도 한다. 일 자체가 목적인 그 일엔 일단 사람이 제외되어 있다. 사람을 고려한다고 해도 심평과 가공에는 ‘적당히’가 없어서 적당히 일하는 것에 익숙한 다수의 사람들은, 적당치 않은 가공과 심평을 못 견뎌하여 끝까지 해보려는 사람이 잘 없다.

‘적당히 돈을 벌 수 있게’ 혹은 ‘적당히 잘 알게’, 한 마디로 고생을 덜하면서 많이 벌고 다 배우기를 바라지만 그런 방법을 알지 못해 그렇게 살지 못했고 가르쳐주지 못했다. 손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라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또 직업의식 없는 적당함(비체계적=능력부족에서 오는 다양함)을 융통성(체계적=능력을 갖춘 다양함)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 난감하다. 당장 들어오는 이익이 아니거나 자신이 해내지 못하면 오히려 적당하지 않는 성실함과 열의를 까다로운 것으로 매도해 귀찮음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직업의식을 멀어지게 한다. 단지 먹고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면 몰라도, 전문가 대접은 받고 싶어 하면서 직업의식 없다면 그것처럼 민폐가 따로 없고 가망 없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차계는 배움의 규모와 무게는 차의 나라 중국 땅덩어리만 하고 수확은 병아리 눈알만한 어려움이 있어, 그 배움을 수확 대비 계산·거래하려 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하는 말이다.

특히, 사회적 행위로 국민녹차처럼 ‘상품을 평가’ 할 때의 적당히는(기본을 넘어선, 속칭 선수들의 자유의 표현인 쌀알만 한 적당함이라고 할지라도) 존재의 사망이다.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자유가 더 절실하여 사람들과 아예 거리를 두었던 탓에, 그나마 거침없이 소비자의 편의에 올인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의심이든 오해든 전적으로 필자의 몫이다. 정작 문제를 삼아야 할 것은 객관성과 투명성이다. 일에 대한 열망의 강도가 강했던 만큼 수긍되는 의심이 마음에 걸리지 않는 이유다.

도처에 예리한 눈들이 많다. 세상은 ‘~척’으로 포장된 개인의 사사로움에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차도 먹을거리에 해당되므로 당연히 호락호락 하지 않아야 한다. 상품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국민녹차를 세상에 던진 건 극한의 깐깐함에 어쩌면 쓴맛 더함을 자처한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대중화=저변 확대를 위한) 차 상품의 공고한 사회 편입 질서’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오늘만 살 것처럼 전력을 다했다.

차는 심리·감성에 민감한 음료다. 오설록이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과의 호흡, 친밀감 없음이 아쉬워 보였다. 개인과 달리 피로감에 시달리지 않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좀 써본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두 번째, 일본, 중국의 국민녹차, 예를 들면 서호용정과 비교했을 때도 꿇리지 않을까요?

일단, 중국의 명품과 일본차를 비교하면 현재로선 무조건 꿇린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완벽하게 꿇린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이 마시고 선택하는 우리 제품 국민녹차를 일본녹차나 중국녹차(명품인 서호용정)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꿇릴 필요도 없고 꿇리지도 않는다. 각 나라와 비교를 할 때는 보통 녹차(흔한 일반 녹차)의 대결이 아니라 명품의 대결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층이 두텁지 않음에도 탁월한 기량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를 생각해보라. 같은 이치다. 명품은 명품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 있어 보통 차와 비교되지 않는다.

명품 차의 세계는 보통 차의 조건들을 훨씬 넘어서 있다. 보통 차 중에서 외형 좋은 것만을 골라내거나 우연히 얻어걸린 차원이 아니다(아무리 쏙쏙 골라내도 내적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핀셋으로 집어내는 일은 헛수고). 차의 외형이란 사람으로 치자면 외모(마른 찻잎의 상품성)를 말한다. 아름다움이 점수화(A등급의 과일의 보기 좋음에 해당되듯이) 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질문자는 국민녹차가 명품과 동일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국민녹차는 명품이라는 뜻이 아니다. 명품 녹차는 국민차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국민차가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입맛의 최소 합격선을 오설록 세작으로 설정하여 입맛 기준의 잣대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말이 난 김에, 국민차도 되고 명품의 가치도 인정되는 오리지널 서호용정은 생산량이 아주 적다. 다른 품종과 섞거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용정차를 서호용정이라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를 당부한다.

차의 핵심은 폴리페놀 화합물이다. 차는 폴리페놀로 시작해 폴리페놀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은 물론 차의 탕색도 폴리페놀 마술의 향연이다. 폴리페놀의 진가를 듬뿍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과일은 ‘배’이다.

겨울이 깊어간다. 마지막 나뭇잎마저 떠나보낸 벌거숭이 나무는 무엇으로 추위를 견딜까. 옛 봄을 기억할까 다가올 봄날을 기대할까. 소복이 눈이 쌓이면, 향기 솔솔 김나는 찻잔을 감싸 쥐고 다가가 ‘차 한 잔 할까요’하고 건네보면 어떨까. ‘우리 폴리페놀 한 잔 합시다’.

차선생 한유미(韓有美)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차심평(Tea Tasting)을 배웠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 차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주해서 《육우다경》과 《동다송·다신전》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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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04 19:36: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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