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이 창조경제와 다를려면?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이 창조경제와 다를려면?
  • 오마이뉴스 권성권
  • 승인 2017.11.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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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화철 외 6인의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

얼마 전 목포 문화예술회관 전시관에 다녀왔습니다. '2017년 전남국제 수묵 프레비엔날레' 전시회에 참여한 작품들을 감상코자 함이었죠. 그런데 그곳 1층 입구에서 놀라운 체험을 하나 했습니다.

'VR 묵향 체험'이 그것이었죠. 가상현실 공간을 마련해 시대별 유명 화가의 수묵화를 직접 그릴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이 그린 수묵화를 스토리텔링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체험들은 아이들만 좋아할 게 아니라 어른 세대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더욱이 그런 가상현실이나 또 다른 증강현실의 사례들은 앞으로 다양한 전시관이나 박물관 그리고 역사적인 기념관에서 더 많이 활용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심지어 성지순례 상품들도 많이 쏟아낼 것 같았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전라남도청소년미래재단에서 주관한 '자기주도형 청소년 봉사활동 지도력 향상과정' 교육에 참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강사로 나선 분은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목포까지 2시간이 조금 넘었다면서 자랑을 했습니다. 그때 나는 잠깐 동안 그런 생각을 했죠.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돼서 더 빠르게 더 편하게 내려올 수 있다면, 그 차 안에서 무엇을 하며 내려올까, 하고 말입니다.

꽤나 서두가 긴 것 같습니다. 왜 그런 체험담과 상상 같은 일들을 늘어놓는 걸까요? 그것이 실은 우리나라 전역을 휘감고 있는 '제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여기저기서 말하는 '인공지능', '3D 프린터',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정보기술로 인해 모든 생산력에 획기적인 도약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흐름 말이죠.

"무엇보다도 4차산업혁명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로 이것이 일상 시민들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 것인지 그 누구도 해명하거나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저 대세의 논리요, 고용과 국부의 문제일 뿐이다. 시민의 기술에 대한 참정권 없이 진행되는 현재 디지털 혁신론이나 비판론은 맹목이고, 결국 현실 지배적인 기술 권력의 지형을 오히려 공고화할 가능성이 크다."(46쪽)

손화철 외 6인의 책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에 나오는 주장입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4차산업혁명이 강하게 불어 닥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국민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안겨줄지 누구 하나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상태이고, 그런 상태에서 열풍이 불어 닥친다면 결국은 대기업과 같은 경제력과 기술 권력을 지닌 이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책은 보다 근본적인 것을 되짚어보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4차산업혁명'이란 말 자체가 최근에 나온 게 아니라는 게 그것이죠. 우리나라에 그 용어가 사용된 때는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는 3차 산업의 연장으로 '디지털 기술의 확대' 정도로 내다봤다는 것입니다.

"요즘 나타나는 놀라운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성과는 70년 전에 시작된 디지털 기술, 즉 컴퓨터,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기술의 기하급수적 파급 효과일 뿐이다. 3D 프린터, 드론, 로봇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기술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기존 디지털 기술의 확산일 뿐이다."(138쪽)

그런데도 최근 들어 4차산업혁명이 광풍처럼 불어 닥친 이유에 대해, 이 책은, 2016년 3월의 알파고 충격과 2017년 5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국민들의 변화의 염원 속에서 그것이 순식간에 파고들었다는 것이죠.

그에 따른 파급 여파나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전혀 토론이나 성찰도 없이 말입니다. 어떤 이는 그것이 윤리적인 접점 대상도 아닌데, 무슨 토론과 성찰이 필요하겠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이 책에서 되짚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4차산업혁명이 몰아닥치면 그 모든 것들이 과학적으로 술술 풀리고, 기계 만능처럼 정확하게 예측하여 맞아떨어질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 또한 오산임을 알게 해 줍니다. 이를테면 유전자의 DNA가 건물을 짓는 최초의 설계도라고는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끊임없이 개조되고 용도 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자율주행차와 드론의 항로를 정확하게 설정해 놓았어도 자연과 환경의 돌발변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그것이죠.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의 모바일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유통과 시청률까지 고려해서 생산했지만, 그 또한 돌발변수가 노출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죠. 그것은 미국의 대선 과정에서 이미 표출된 모순점이기도 했죠. 그만큼 4차산업혁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빈 깡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3차든 4차가 됐든 중요하지지 않다. 다만, 지금 이 나라에 불고 있는 4차산업혁명 열풍이 우려되는 것은 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반성 없이 유행에 편승한 정치적 구호에 머무를 경우 사회와 경제는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처럼 말이다."(149쪽)

정말로 일리 있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도 그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5년 안에 가시적 변화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실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허상이라고 말이죠. 잘못했다가는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것은 현 정부를 헐뜯기 위함이 아니라, 그에 따른 대비책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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